[인터뷰] 국가인권위 전광판 올라간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분회 최정명 대의원, 한규협 정책부장

▲ 최정명 대의원과 한규협 정책부장. ⓒ뉴스Q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전광판에 올라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기습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최정명(45) 대의원, 한규협(41) 정책부장이다. 이들은 11일 오후 1시께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옥상 전광판에 올라 “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몽구가 책임져라!”는 구호가 담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옥상 전광판 위에서 첫날밤을 보낸 두 비정규직 노동자를 12일 SNS를 통해 만났다.

두 노동자는 “일단 경치는 매우 좋다”며 옥상 전광판 위의 상황을 전했다. 현재 옥상 전광판을 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올라오는 물품을 일일이 검사하고 식사만 허용하고 있다. 난간이나 안전 시설은 전혀 없다. 두 사람은 피뢰침에 겨우 의지해 버티고 있는 상태다. 배변 물품도 허용하지 않아 대충 해결하고 있단다.

건강은 아직 괜찮다. 다만 최정명 대의원은 허리가 안 좋은 상태다.

지난해 9월 법원은 기아자동차 전 생산공정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보고 “비정규직 노동자 460여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한 바 있다. 법원은 1심선고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사측은 465명을 2년에 걸쳐 특별채용하겠다는 기만적인 안을 제시했다. 결국 지난 12일 기아차 노사는 사내하청 노동자 465명 신규채용에 합의했다. 화성과 광주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데도 말이다.

두 노동자는 “정몽구 회장은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인권위 옥상 전광판 점거라는 극한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금도 화성과 광주 사내하청분회는 재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사내하청분회의 재협의 요구를 받아들이지도, 그렇다고 재협의 요구를 해오지도 않고 있다는 얘기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에 대한 원망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두 노동자는 “원망보다는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불법파견 문제는 법적, 사회적으로 상당한 명분을 지닌 사안임에도 비정규직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두 노동자는 “정규직도 현재 8/8근무형태 변경과 통상임금 문제로 어렵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을 걱정했다. 그런 상황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정규직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두 노동자의 요구 사항은 거창하거나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꼼수 부리지 말고 법에서 판결한대로 전원 정규직화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노동자가 국가인권위 옥상 전광판에 오르자마자 언론들은 앞다퉈 속보를 쏟아냈다. 기아차 노동자들뿐만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노동자는 “비정규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전제한 뒤, “자본은 이미 파견법을 악용해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며 “박근혜 정부도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노동자는 또한 “기아차 비정규직이 앞장서겠다”며 “조합원 동지들과 대한민국 1천만 비정규직들, 그리고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두 노동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기아차 사내하청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며 “그때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이고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투쟁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측은 재협의를 통해 전원 정규직화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제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집에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을 사랑스런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꼭 이겨서 내려갈 테니 걱정 말고 내가 없는 동안 조금만 고생해 줘.” 두 노동자는 한목소리로 전했다.

   

▲ 최정명 대의원. ⓒ뉴스Q

   
▲ 한규협 정책부장. ⓒ뉴스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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