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공농성 50일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분회 최정명 대의원, 한규협 정책부장

▲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분회 한규협 정책부장(왼쪽), 최정명 대의원. ⓒ뉴스Q

“벌써 5일째 밥 하고 식수도 전달이 안 되니까 기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몸이 힘들고 어지럽고요. 의사가 고공농성을 하면 밑에가 아찔해서 어지러운 게 있다고 했거든요. 고공농성 하러 올라와 2주 정도 지나니 그런 증상이 생기더라고요. 최대한 행동을 안 하려고 하는 상황이에요.”

벌써 50일째다. 당연히 건강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전광판에 오른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최정명(45) 대의원과 한규협(41) 정책부장은 지난 6월 11일 국가인권위 옥상 전광판에 올라 “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몽구가 책임져라!”는 구호가 담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29일 밤 10시 최 대의원과 어렵사리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처음 고공농성에 돌입했을 땐 카톡인터뷰를 한 바 있다. “정신도 혼미하고 핸드폰 자판 누를 힘도 없어요. 그냥 통화로 하면 안 될까요?” 전화인터뷰는 그렇게 성사됐다.

한 정책부장은 건강이 더 안 좋은 것 같았다. “동생을 데리고 올라왔는데 이건 상전이에요. 상전!” 최 대의원이 농담을 했다. 한 정책부장은 전광판 위에 설치된 볼트 모서리에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찢기는 상처를 입어 열다섯 바늘이나 꿰매는 봉합수술을 했다.

“2주 정도면 완치가 돼야 하는데도 완전히 아물지가 않네요. 워낙 더워 땀도 많이 흘리고 상처가 젖어서 그런 것 같아요. 잘 먹어야 면역력도 생기고 하는데 못 먹으니까. 그래서 마음이 아프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험하기까지 하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아마 추락 위험은 내려가기 전까지 모면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몸부림치다가 떨어지면 큰일 나니까 밤엔 깊은 잠을 푹 못 자요. 밑에서 응원해주는 분들한테 전광판 가장자리에서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니, 항상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죠.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그 익숙함 속에 오히려 더 추락에 대한 공포가 있는 거니까.”

이렇게나 오래까지 고공농성을 할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전화기를 타고 최 대의원의 긴 한숨소리가 넘어왔다.

“솔직히 얼마나 걸릴 지 타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라왔어요. 한 달이 훌쩍 지나고 두세 달이 차가니까, 이게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길어질 수 있겠다는 초조함? 우려도 있어요. 허긴 100일 넘기고 300일 넘긴 데도 있잖아요? 불안한 느낌 드는 게 사실이죠. 어떻게든 빨리 마무리돼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겁니다.”

모든 것이 제한돼 있는 극한의 공간, 인간적으로 힘든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먹는 문제, 싸는 문제, 씻는 문제까지 모두 제약을 받으니까요. 제일 힘든 건 추락에 대한 고소 공포에 시달리는 게 제일 힘들어요. 몸을 움직일 일이 별로 없으니까. 차양막 아래에 서려고 해도 체력이 떨어져 현기증도 나고.”

두 노동자는 소원이 있다고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말고 무슨 소원이 있을까마는, 그것도 두 가지나 된다고 했다.

“몸에 물을 끼얹고 씻고 싶어요. 이제는 물도 반입이 안 돼 씻는 문제도 포기했어요. 마실 물도 모자라니까. 양치도 최소한의 물로 했는데 2일째 포기한 상태예요. 당장 먹을 물도 거의 바닥이 난 상황입니다. 그리고 서울광장에서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막 뛰어다니는 걸 보면 걷고 싶고 뛰어보고 싶어요.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던 게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50일이 넘도록 두 노동자를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역시 동지애와 연대의 힘이었다.

“올라올 때는 웬만한 각오는 하고 올라왔죠. 근데 처음 올라올 때는 잘 못 느꼈는데 올라오고 나니 우리 어깨에 짐이 굉장히 크구나 하는 자각이 들어요. 저 전광판 아래서 바라지하기 위해 지키는 동지들도 똑같이 집에도 못 가고 비도 맞고 있잖아요! 그 동지들 믿고 그 동지들 바람이 어깨 위에 있으니 힘내서 싸워야죠. 오히려 더 힘을 내야 한다 생각합니다. 현장 조합원들은 물론 노동계, 종교계 등 각계각층 분들이 계속 찾아와 주고, 전국적으로 성원을 해주는 것도 큰 힘이 되죠. 뜻을 세우고 투쟁을 하니까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지지해주고 성원해주고 있어요. 세상 어디에 이런 사람들이 있겠나 생각도 들어요.”

두 노동자가 올라오면서 그나마 상황이 조금은 바뀌었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사측과 재교섭을 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기아차지부 대의원대회에 우리 안건이 올라갔고 조건을 달지 않고 사측과 재교섭하기로 결정을 했어요. 여름휴가가 끝나면 특별교섭이 열릴 겁니다. 잘 됐다고 생각을 하고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죠.”

무엇보다 두 노동자는 현장 조합원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반겼다.

“기아차 현장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조합원들은 기아차지부에서 합의했으니 다 끝난 거 아니냐 하는 분위기였거든요. 다시 힘 합쳐서 싸워보자는 현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게 기뻐요.”

온 국민의 시선이 두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를 올려다보고 있다. 

“우리의 싸움이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되느냐 마느냐의 단초인 것 같아요. 전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평등, 착취가 행해지고 있어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데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법원의 판결이 있잖아요! 법원의 판결을 지키라고 이런 극단적 투쟁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거죠. 아무리 대재벌이지만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고 싶어요.”

   

▲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분회 최정명 대의원. ⓒ뉴스Q

   

▲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분회 한규협 정책부장. ⓒ뉴스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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