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영희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2016년 가을, 우리 국민은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통하여 반헌법적이고, 반민중적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킨 데 이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다. 이로써 우리 국민은 단결하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능력을 만방에 과시한 바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란 평화 없이는 바람 앞에 촛불처럼 늘 위태로운 것이다. 자만은 금물이다. 해방 이후 그 많은 민주회복 투쟁에도 불구하고 걸핏하면 독재자가 나타나고, 한반도는 위태로웠다. 지금, 위기의 절정기에 있다. 그러면 평화체제는 왜 이루어지지 못하는가. 이젠 그 사정을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때이다.

우리 한반도는 지금 동북아의 화약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토 분단 탓이다. 우리 민족은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은 되었지만 남이고 북이고를 떠나서 어느 하루도 발 뻗고 살아보지 못했다.

더구나 한반도에서는 1950년 남북간에 전쟁을 치렀다. 이 무서운 동족상잔의 참극이 발생한 지 올해로 67년째이다. 이 전쟁은 지금도 총소리 없이 진행 중이다. 세계 역사상 이렇게 긴 전쟁은 드물다. 우리는 평화를 그리워하면서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한다. 북·미관계가 걸림돌이다.

분단의 책임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과 구 소연방에게 있다.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보자면 승전은 오히려 우리에게는 불행이었다. 미국은 승전국의 자격으로 제멋대로 한반도를 북위 38선 기준으로 분할해버린 것이다. 미국은 여기에 바로 남한 점령의 명분을 부여했다. 몇 년 간의 군정을 실시하더니 어느 날 홀연히 군대를 철수시켜버렸다. 북한 정권은 이를 통일의 기회로 판단했을 법 하다. 6·25전쟁은 이렇게 시작된 것으로 본다.

미국은 전쟁이 일어나자 즉각 유엔군의 이름으로 참전하게 된다. 3년 가량 공산군과의 전투를 치렀지만 북진통일은 실패하였다. 38선은 전쟁 전이나 별 차이 없이 그대로 남겼다. 대신 휴전협정이라는 문서 하나를 생산했을 뿐이다. 휴전은 잠시 전투를 멈추고 대안을 모색하자는 뜻이다. 그런데 무슨 휴전이 이렇게도 오래 지속된다는 말인가. 자다가도 놀라 깰 일이다.

휴전협정 체결의 당사자를 보면, 일방은 중국과 조선, 타방은 미국이다. 협정체결 당시 대통령 이승만은 휴전협정 체결을 반대하였다. 그래서 서명식에 불참하였다. 그 사람은 공산군이 서울로 진격하기도 전에 “국민은 안심하라”고 허위방송을 하는 한편, 자신은 몰래 서울을 빠져나가면서 한강인도교를 폭파해 수많은 생명을 수장했던 배신의 정치인이었다. 그의 비정(秕政)의 결과 우리 대한민국은 어이없게도 휴전협정 당사자가 아니다. 북한 정권이 수십 년 동안 미국에 대해 휴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주장해도 우리 정부가 한마디도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 소수가 미국에 대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라고 요구하지만 다수는 무관심하다. 일부는 오히려 시의에 맞지 않다고 반론도 제기한다. 그들은 바로 친미파들이다. 일제 강점기에도 친일파들은 그랬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평화협정 문제를 꺼내지만 가까운 사람들도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절문근사(切問近思)하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은 간절한 의문을 품고 진실에 가까이 간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한마디로 아무런 의심 없이 집권자가 하는 말이나, 조·중·동 등 보수언론 그리고 특정 종교인의 말이라면 그냥 믿는 사람들이다.

현 단계에서 북핵과 미국의 한반도 전쟁훈련은 상대가 무섭거나 또는 겁을 주기 위해서 싫어도 하는 일종의 국책사업이다. 우리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끼어들기 어려운 문제이다. 다만 필리핀 두테르테가 “미국은 한반도에서 손 떼라”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에서 손 떼기 어렵다. 동북아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보다 낫다. 미국은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미군을 주둔시킬 명분이 시라진다.

우리는 평화협정 당사자가 아니다. 그러나 남한은 북·미 평화협정 없이는 한반도 평화를 보장받을 수 없다. 평화 없이는 민주주의 없다. 민주주의가 정말 최고의 정치체제라면 우리는 목숨을 걸고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저작권자 © 뉴스Q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