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지동 제115-10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건설현장 2번 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건설노조 수원용인지대 조합원들.
‘수원 지동 제115-10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건설현장 2번 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건설노조 수원용인지대 조합원들.

“내국인 20%, 외국인 80% 고용하는 악덕기업 중흥토건”
“불법 하도급 불법 시공 중흥토건 규탄한다!”
“주민안전 위협하는 불법 시공 규탄한다!”
“건설사는 자치단체 조례를 즉각 이행하라!”

‘수원 지동 제115-10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 한창인 팔달구 지동 349-1번지 일원 곳곳에 걸린 현수막 내용들이다. 바로 옆에는 지동초등학교가 있다.

이 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시행사는 중흥토건(주)이다. 현수막은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수원용인지대(이하 수원용인지대)에서 내걸었다.

수원용인지대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안전귀가 실천’을 전개하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이 출근하는 새벽 5시 30분부터 아침 7시까지이다. 어떤 날은 새벽 4시부터 나와 실천을 하기도 한다. 실천을 벌인 지는 벌써 2달이 넘었고, 아예 2번 게이트 앞에 천막을 치고 실천을 한 지는 1달이 넘었다.

27일 새벽 5시 30분, 2번 게이트 앞 천막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경고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 건설현장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시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이곳에서 일할 수 없습니다.’

근처에는 같은 내용을 중국어로 번역해 쓴 현수막도 여러 개 눈에 띄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안전귀가 실천’이란, 말 그대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이른바 취업비자가 없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불법적으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실천이다. 적발될 경우 강제추방 당한다.

아파트 건설현장 주변에는 높은 담장이 쳐져 있고,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가 모두 8개가 있다. 8개 출입문 앞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들어갈 수 없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지난 2022년 대법원은 건설노조가 이주노동자에게 신분증 검사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이주노동자나 불법 채용된 근로자는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근로환경에 영향을 미치므로, 국내 조합원으로서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날도 수원용인지대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삼삼오오 나누어 8개의 게이트를 지켰다. 조합원들은 붉은빛이 번뜩이는 경광봉을 손에 손에 들었다.

특별히 이날 새벽에는 경찰도 출동했다. 수원용인지대 김성욱 조합원은 전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폭행을 당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게이트 앞에 서 있었는데 한 이주노동자가 무턱대고 나를 폭행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출동해 파악해 보니 역시나 그 이주노동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다. 경찰은 김 조합원에게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인 만큼 추방될 것이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전날 폭행사건이 발생한 만큼 경찰도 재발방지를 위해 출동한 것이다.

김춘기 수원용인지대 부지대장은 “이곳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 중에서 80~90%는 이주노동자라고 보면 된다. 그중 50%, 절반 정도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인건비를 아끼려고 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를 채용하고 현장소장 등 중간관리자들이 이른바 똥떼기(중간착취)를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지대장은 “우리 건설노조의 요구사항은 외국인을 고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취업비자를 가지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라는 것이다”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불법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이 문제이다. 건설현장에 일해 본 경험도 없는, 말도 통하지 않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독 중흥건설이 심하다”라고 했다.

특히 김 부지대장은 “건설현장에서 법을 지키고 일해야 국민의 안전이 이뤄질 수 있다”라며 “요즘 아파트가 막 무너지고 하니 불안하지 않나? 아파트가 무너진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창피한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윤용배 수원용인지대 지대장과 함께 노동조합 차를 타고 건설현장을 두어 바퀴 돌아봤다. 노동조합 차에서도 붉은빛 경광봉들이 번쩍였다.

차를 서서히 몰면서 가고 있는데 한 건설노동자가 앞에 지나가고 있었다. 윤 지대장이 빵빵거리며 건설노동자를 불러세우려고 했다. 그러자 이 건설노동자는 걸음을 점점 빨리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쳐버렸다. 윤 지대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고 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한국말이 어눌하다 보니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고 도망쳐 버린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차가 3번 게이트 앞에 잠시 멈춰 섰다. 3번 게이트를 통해서도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출근하고 있었다. 그때 3번 게이트로 들어가려던 한 건설노동자가 노동조합 차를 보더니 급히 돌아서서 잰걸음으로 도망쳤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임이 분명해 보였다.

윤 지대장은 “건설현장이 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점령당했다. 80~90%가 이주노동자다”라며 “관할 경찰, 시청, 출입국관리사무소, 고용노동부 등에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 지대장은 이어 “그래야 불법 하도급, 불법 고용, 불법 시공 등이 판을 치지 않을 것이다”라며 “건설노조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안전귀가 실천’을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윤 지대장의 말이 무색하게도, 3번 게이트에는 중흥건설이 내건 슬로건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안전한 현장! 깨끗한 현장! 안전의식이 채워질 때 행복이 채워집니다.’

김춘기 건설노조 수원용인지대 부지대장.
김춘기 건설노조 수원용인지대 부지대장.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보내는 경고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보내는 경고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중국어 경고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중국어 경고문.
건설노조 수원용인지대 조합원들이 2번 게이트를 지키고 있다.
건설노조 수원용인지대 조합원들이 2번 게이트를 지키고 있다.
‘수원 지동 제115-10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건설현장 3번 게이트에 있는 중흥건설(주)의 슬로건.
‘수원 지동 제115-10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건설현장 3번 게이트에 있는 중흥건설(주)의 슬로건.

 

저작권자 © 뉴스Q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