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원요양보호사협회 이미영 초대 회장

▲ 수원요양보호사협회 이미영 초대 회장. ⓒ뉴스Q 장명구 기자

수원지역 요양보호사들이 똘똘 뭉쳤다. 지난 23일 수원요양보호사협회가 창립한 것이다. 요양보호사는 2008년 공적노인요양보호제도가 시작되면서 생겼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이다. 3개월간의 교육과 실습 과정을 수료하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국가가 보증하는 사람들이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러나 국가가 주는 자격증 중에서 제일 열악한 자격증이죠!”

수원요양보호사협회 이미영(49) 초대 회장의 말이다. 요양보호사들이 협회를 만들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를 수원요양보호사협회 창립대회장에서 만났다.

창립대회장은 요양보호사 50여명으로 북적였다. 젊은층은 별로 없고 거의 50대 이상 여성들이었다. 창립한 후 올해 안에 회원을 100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였으나, 이날 야간근무 등으로 참석하지 못한 회원까지 합하면 이미 100명을 훌쩍 넘어선 상태였다.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같은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가 있고 가정집(재가)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가 있다. 주로 대상은 등급을 받은 노인들, 노인성 질환을 가진 분들의 생활을 케어하는 일을 한다.

식사 준비, 식사 수발, 청소, 목욕, 세탁, 말벗하기 등등 집에서 동거하는 가족 중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분들이 하는 일을 다 한다고 보면 된다.

노인성 질환(치매 등)이 있으면 이에 대한 케어도 해야 한다. 체위 변경, 약 투약, 욕창 방지활동 등도 해야 한다. 또한 돌봄 대상자의 가족들과도 소통을 해야 한다. 게다가 사무실에서 주는 행정서류도 작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원요양보호사협회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초·중·고 12년 개근을 자랑으로 생각할 만큼 성실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저는 어떤 직장에서도, 전날 아무리 힘들어도 다음날 출근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서 결근을 하게 되더라.

한번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허리가 너무 아팠다. 결국 결근하고 치료받으러 다녔다. 허리 복대를 하고 일을 할 때도 있었다. 손목도 많이 상한 상태이다.

어르신들 체위 변경이나 목욕을 지원하고 나면 허리, 손목 등 상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분은 낙상하려는 노인을 보호하려다 자신의 몸이 상해 팔에 깁스를 하고 손가락이 골절돼 일을 못하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가 산재 처분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시설에서 안 해준다. 매달 월급날이 되면 더 속상하다. 이런 힘든 일을 하고 받는 보수가 최저임금 또는 그보다 조금 나은 정도!

요양원에서 주로 하는 근무형태가 24시간 근무, 48시간 휴무 형태인데 야간근로나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계산이 불명확하다. 휴게시간을 4~5시간 정해주기는 하나 어르신들과 같은 공간에서의 휴게시간은 의미가 없다. 늘 대기상태인 셈이다. 이 시간을 임금에서 제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는 일에 비해 처우가 너무 열악한 거다.

그리고도 원장들은 요양보호사들을 참 많이 무시한다. 나이도 50대 이후가 대부분이고 여성들이 많다보니 어찌나 반말들을 해대는지. 시설의 주요한 결정에는 늘 배제된다. 어르신들을 돌보는 최일선에 있는 직접노동을 하는 요양보호사들인데 말이다.

▲ 수원요양보호사협회 이미영 초대 회장. ⓒ뉴스Q 장명구 기자

-협회 만드는 과정은 어떠했나?

일하다보니, 뭔가 있어야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나왔다. 서울에서는 노조도 한다는데, 우리도 우리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하겠다 등등.

먼저, 협회가 있는 성남이나 부천, 평택 등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도 협회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경기도협회(준)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4대요구안 서명’ 용지를 들고 시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수원진보연대 소속단체 회원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요양시설을 혼자 방문한다는 것은 좀 두려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쭈볏쭈볏 내밀었는데 생각보다 서명을 너무 잘해주시는 거다. 한 열흘 방문해서 200명 이상을 받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서명해주셨다. 주변에 홍보도 많이 해주시고 말이다.

8월 31일, 9월 1일 이틀 동안 처우개선을 위한 요양보호사 토론회를 했다. 저도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문자로만 안내하고 적극적으로 참석을 조직하지는 못했다. 막연히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다. 그 자리에 참석하신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우리도 협회도 만들자” 마음먹어주시고 회원을 모아주셨다.

-창립대회 하는 것을 보니 분위기가 활기차고 정말 좋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총회를 알리고 실무적인 준비를 하고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우려도 많이 했다. 그럼에도 전화도 주시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 전에 제가 일하던 시설의 선생님들도 관심을 보여주셨다.

우리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협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 그냥 그 기다림에 회답을 한 정도. 누군가가 시작해주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앞으로 수원요양보호사협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무엇보다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모든 경로를 통해 처우 개선과 권익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할 것이다.

그리고 회원 확대와 회원 모임을 준비해나갈 것이다. 노동법 등 교육도 진행하고 나들이도 같이 다닐 것이다. 회원의 연대와 단합을 위한 활동을 벌일 것이다.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빨리 할 일이다.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같이 고민하고 추진할 선생님들을 모아나갈 것이다.

-협회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화 주세요! 만나러 가겠다. 가입서를 작성하고 회비 납부를 약정하면 된다. 모임에 자주 참석하면 더 좋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협회를 창립했지만 아직 사무실도 없고 전화도 없다. 창립대회도 다른 교육장을 빌려서 했다. 이 사소한 것이 빨리 갖춰졌으면 한다.

요양보호사는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행복과 사랑을 나누는 케어매니저이다. 가정에서 하기 힘든 일을 책임지는 요양보호사가 행복해져야 어르신들도 행복할 수 있고 가정이 편안해질 수 있다. 책임감으로 일하는 거룩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아직 요양보호사들을 힘들게 하는 사회적 편견이 많다. 혹시라도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만날 일이 있다면 따뜻하게 위로해주시고, 함께 모여 처우 개선과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협회가 있다는 것도 알려 달라.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이미영 초대 회장 연락처는 010-2561-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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