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장마가 끝나면서 이제 폭염이 찾아왔다. 한낮에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짜증스러움이 묻어난다. 연거푸 하는 부채질 속에서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땀의 양이 느껴진다. 아~ 덥다. 정말 덥다! 몸만 더운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덥다.

언론과 TV에서는 하루 종일 사드(THAAD) 관련한 내용만 쏟아진다. 대한민국은 지금 폭염과 사드로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도대체 사드가 무엇이기에 국론 분열로 이어지고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지역에서는 연일 반대집회가 진행되는 걸까?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에 대해 인터넷을 찾아보고 나름 정리해 보았다.

사드의 개발은 지난 1987년 소련의 신형 전역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미 육군 전략방어사령부가 수행한 대기권 내 탄도미사일 상층방어 개념연구가 시발점이 되었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소련이 해체되면서, 한때 개발에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1991년 걸프전과 함께 개발에 다시 탄력을 받게 된다. 사드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내의 성층권과 전리층 사이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 사드는 지난 2008년부터 미 육군에 실전 배치되었다.

지난 2014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가됨에 따라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한국정부와 이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사드에 들어있는 AN/TPY-2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중국 지역을 감시할 수 있어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또한 사드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무기이기 때문에 러시아 역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우려하였다. 동아시아 외교 안보 형세가 갈수록 복잡한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사드배치를 경북 성주로 확정하였다.

이제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보자. 첫 번째 한국정부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한미군의 필요에 의해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변국(중국, 러시아)의 우려와 외교적 마찰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사드 배치를 확정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자국민의 안전과 국익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드 배치 확정 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사드운용교범에는 위해성을 이유로 3.6Km 안쪽으로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은 접근금지를 했지만, 사드를 배치할 경북 성주는 인구밀집지역이다. 이로 인한 성주주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러면 왜 한국정부는 주변국(중국, 러시아)과 외교적 마찰을 무릅쓰고도 자국민의 안전과 무관한 사드 배치를 결정했을까?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미주둔군지위협정, 이른바 SOFA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군사적인 측면에서 자주적 결정권이 결여되어 있다. 평시작전권은 합참의장이 갖고 있지만 전시작전권은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다. 여기서 전시란 데프콘Ⅲ(중대하고 불리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긴장상태가 전개되거나 군사개입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태)가 발령되었을 때를 말한다. 즉 지금의 한반도 상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북의 핵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심각하게 바라보았을 때 전시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사드가 한국에 왜 배치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을까?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아버지 종구가 딸 효진의 피부포진을 찾다가 다리에 상처가 난 것을 발견하고 딸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무슨 일 있었냐? 외지인을 만난 적이 있냐? 없냐?’ 이때 딸 효진은 악을 쓰면서 ‘무엇이 중헌디?’라고 일갈한다. 무엇이 중헌디? 지금 한반도에는 무엇이 중요한가?

사드가 배치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중요한 것은 지금 한반도는 심각한 전쟁위기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제일지는 몰라도 민족이 공멸하는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끔찍한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전쟁은 모두에게 상처와 아픔만 남는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3년간의 한국전쟁에서 우리는 사상과 이념의 갈림이 아니라, 평화와 통일을 보아야한다. 군사적 대립의 증폭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북한과 미국, 북한과 한국 사이에 필요한 것은 조건 없는 대화이다. 그 속에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찌는 듯한 더운 여름 어느 날 ‘정전협정 종식!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란 속보를 언론을 통해 접한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시원한 청량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몸의 갈증이 해소되고 흐르는 땀방울이 멈추는 듯하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전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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