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주말이면 가끔씩 배낭을 메고 산에 오른다. 멀리 갈 것 없이 내가 살고 있는 화성시 향남읍 인근에 있는 서봉산이다. 서봉산은 화성시 중앙부에 위치한 높이는 249m이다. 자연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 다양한 식물이 자생한다. 산 초입에서 정상의 이르는 총 연장 2.2km의 산책로는 걷기가 비교적 수월하여 어린이나 여성은 물론 노약자들도 1시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숲이 잘 가꾸어져 있어 학생들의 자연 체험장과 학습장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산 정상의 육각정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애용되고 있다. 정상에서 동쪽으로는 동탄 신시가지가 한눈에 보이고 고개를 돌려 서쪽으로 보면 향남택지와 멀리 서해안까지 눈앞에 펼쳐진다.

화성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도·농복합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동탄신도시, 향남신도시 그리고 화성시청 주변으로 남양뉴타운이 개발되며 무섭게 변하고 있다. 인구도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하여 60만이 넘었으며 100만을 바라보는 수도권 대표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화성시가 빠르게 변화할 수 있었던 동력은 화성시의 적극적인 기업체 유치였다. 화성시에 등록된 기업체는 8,851개로 18만의 노동자가 노동을 하고 있다. 화성시는 수도권 내 최대 노동자도시가 된 것이다. 울산광역시가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도시인 것처럼, 화성시는 동부는 삼성전자, 서부는 기아자동차와 현대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도시가 되었다.

화성시에 노사민정협의회가 구성되어 노동환경과 주거·복지 부문에 대해 협의하고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 이 협의회에 노동자 대표로 참여하는 곳은 한국노총 화성지부이다. 한국노총 화성지부의 조합원은 약 2,500명~3,000여명이며 기업체는 30개~50개 정도이다.

그럼 화성시에는 민주노총에 가입된 노동조합은 없을까?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를 포함하여 현대 남양연구소, 공무원 화성지부 등등을 포함한 노동조합이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민주노총 내에 지역을 관장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올해 20돌을 맞이했다. 사람으로 말하면 성인이 된 것이다. 처음 시작하면서 실수도 있었겠지만 노동자들의 권익과 정치사회 그리고 문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채워야 할 물은 많은데 그릇이 작다면 물은 흘러넘칠 것이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산하에 9개의 지역지부가 있다. 조합원수와 단위사업장 등을 고려해서 지역지부를 건설했겠지만 화성은 모든 것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근에 수원·용인·오산과 더불어 1개의 지역지부에 속해 있다. 이렇게 광활하게 조직이 구성이 돼 있어 해당 자치단체의 노사민정협의회 대표로 참여할 수 없다.

이제 지역의 노동현안과 조합원들의 주거 및 복지를 위해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의 과감한 조직개편이 필요한 시기이다. 수십 년 전에 만든 조직형태로 변화된 경기도와 지역을 책임지는 것은 어렵다.

민주노총을 강화하고 자치지역의 조합원과 전체 노동자들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인구 60만을 넘어 100만을 바라보는 노동자도시인 화성시에도 민주노총 깃발이 휘날리고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진정한 대표가 탄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전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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