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희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지난 2월 11일 개성공단 문이 닫혔다. 모두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조치였다. 온종일 뉴스화면을 가득 채우는 심란한 소식에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튿날 아침 일찍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로 무작정 달려갔다. 역사적 현장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고, 어쩌면 영영 못 보게 될 것 같아 기억에 새겨 넣고 싶었다.

전날 TV화면을 가득 채우며 보도로 분주했던 통일대교 입구에는 뒷마무리를 하는 몇몇 언론사 차량과 기자들만이 적막하게 남아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통일대교는 그 모습 그대로지만, 통일대교를 배경으로 하는 뉴스의 자막은 ‘전쟁’과 ‘평화’를 넘나든다.

통일대교 출입 수속이 끝나고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로 향했다. 1층 정문에 처음 보는 공고문이 붙어있다. ‘16. 2. 1.부터 휴대폰으로 자신의 출입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개성공업지구 출입조회 어플리케이션>을 무료 배포하오니 많은 이용 바랍니다.’ 우리에게 낯선 방북이라는 단어가 이곳에서는 어느덧 ‘행정편의’를 제공해야 할 일상 업무가 되어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공단 폐쇄 열흘 전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개성공단으로 출입하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던 입·출경 로비가 텅 비어있다. 안내데스크 직원들조차 낯선 이의 방문을 경계하는 눈치다.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통보가 이들에게는 또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잠시 눈을 옆으로 돌리니 개성공업지구재단 데스크에 ‘남측 11시 30분, 북측 11시 00분’이라는 시간 표시가 있다. 남북간 시차가 낯설지만, 어쩌면 경계를 넘어서는 이들에게 시차는 ‘방문자 기본상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식당과 휴게시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니 TV뉴스에서 개성공단 소식을 내보내고 있다. 방송뉴스 현장을 직접 돌아보고 있다는 것을 순간 실감했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일순간 먹고사는 길이 막혀버린 상인들은 서로에게 “그래도 몇 달 지나면 다시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오늘의 현실을 부정하려 한다.

하루아침에 닫힌 남북교류의 마지막 숨통인 개성공단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개성공단 물류를 담당했던 운수노동자는 ‘나 혼자만 방북 경험이 천 번을 넘는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는 2003년 11월 개소 이후 10년만인 2012년 6월 출경인원 1백만명을 넘어섰다. 금강산관광을 담당했던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까지 포함하면 2백만명이 넘게 북측을 다녀온 셈이다. 누군가에게 방북은 일상이었고, 우리 국민들 삶의 일부였다.

인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꼭 필요한 것들을 우리는 공기 같은 존재라 부른다. 개성공단은 분단으로 질식해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마지막 맑은 공기였다. 동해선에 이어 결국 닫혀버린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의 출·입경 문은 언제 다시 열릴 수 있을까?
이제 우리가 숨쉴 공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숨이 차고 답답해질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개성공단을 가슴과 호흡으로 인식할 때가 머지않았다. 이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개성공단 문은 다시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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