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금속노조 기아/현대차 지부의(이하 노조) 15임·단협 투쟁이 임원 임기 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동시에 임·단협 투쟁을 임원 임기 내 마무리 짓지 못하는 일이 노조 역사상 최초로 발생하였다.

기아와 현대차 노조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임원의 임기가 2년으로 되어 있고 임기 마무리는 9월말이다.

올해의 경우 기아는 임금, 현대는 임금과 단협을 가지고 교섭을 진행하였다. 또한 조합원들의 관심사인 상여금 통상급화와 근무시간(8*8) 변경이 최대의 화두였다. 대내외적으로 기아와 현대차 노조의 교섭은 추석 전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9월 21일(월) 교섭에서 노·사 잠정합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사측의 마지막 교섭 안을 받지 않고 결렬은 선언하였다. 이미 많은 언론사에서 기사화된 내용이지만 현대 사측이 노측이 받을 수 없는 ‘임금 피크제’를 제시하면서 파행이 된 것이다.

기아차 노조의 경우는 이것과 또 다르다. 현대 자본은 기아차 인수 후 현대/기아 차별화 정책을 진행하였다. 그로 인해 기아차 노조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교섭과정을 지켜보면서 교섭을 진행하고 마무리 하였다. 올해 또한 임금을 준비하는 과정과 대의원 대회가 늦어지면서 교섭이 늦게 진행되었다. 현대차 노조의 추석 전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더 이상의 교섭이 진행되지 않았다.

올해 기아/현대차 노조에서 진행한 임·단협 교섭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왜 교섭이 파행되었을까?’이다. 필자가 볼 때, 가장 큰 핵심은 현대 자본도 노조도 아닌 제3자인 박근혜 정부에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는 4대개혁(노동, 금융, 공공, 교육)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노동부분은 개혁이 아닌 개악으로 노동자들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9월 13일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내고 속도 있게 밀고 나갈 방법 찾고 있었을 것이다. 대기업 노조에서 노동개혁(개악)안 중 일부(임금피크제)를 수용한다면 이는 전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현대차 교섭에 직·간접 영향을 행사했다. 만약 사측이 ‘임금피크제’를 마지막 교섭에서 삭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사측이 지부의 임기를 교묘히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자본에서 볼 때 9월 말까지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해도 손해볼 게 없다. 오히려 임기 내 교섭을 마무리해야 하는 노측이 부담이 되었고 조바심이 났을 것이다.

현대 자본은 이제 지부의 임원선거를 눈여겨보고 전술과 전략을 짜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어느 현장 의견그룹에서 당선자가 나오든 당선되자마자 중차대한 15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마무리 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기아/현대차 노조 내에서 이 문제를 찾는다면 투쟁력이 아닌 교섭만으로 임·단협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투쟁력을 담보로 파업하지 않고 자본을 굴복시키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올해 기아/현대차 노조는 투쟁력이 뒷받침한 교섭을 진행하지 않았다.

올해 기아/현대차 임·단협 교섭의 핵심은 ‘노조의 임원 임기 내에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한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것이며 앞으로 대안과 방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이다. 그 답은 단위사업장에서 진행하는 노·사 교섭에 정부의 직·간접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등 정부가 진행하려고 하는 것을 노·사 자율적 교섭에서 합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는 박근혜 정부와 맞짱 투쟁이 첫 번째 대안이다.

두 번째 임·단협을 준비하는 대의원대회를 당해 연도 3월을 넘지 않게 하고 임·단협에 관한 안건만 다룰 수 있도록 지부 운영규정을 개정하여 대의원 대회가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아차 노조는 현재 임원선거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 노조는 11월 말까지 임원선거를 마무리한다. 2년 뒤에는 정상적으로 노·사 교섭을 마무리하고 임원선거가 진행되어야 한다. 기아/현대차 노조는 15임·단협 진행과정의 교훈으로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현) 노동자 진보정치실현 기아화성(준)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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