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영희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왜 통일운동을 해야 하는가. 통일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참 답답하다.

최근 우리 국민의 남북통일에 관한 관심이 날로 줄어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다. <통일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 11일 공개한 ‘2015년 통일의식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은 51.0%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는 지난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데, 그 해 조사에서는 63.8%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었다. 8년 사이에 12.8%p가 생각을 바꾼 것이다. 지난 8년이라면 이명박 정권 5년과 박근혜 정권 2년 반과 거의 맞먹는 기간이다.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자. 한반도는 20세기 들어 세 가지의 비운을 차례로 겪었다. 지난 세기 초 이 나라는 일제의 침략에 의해 국권을 빼앗겼다. 일제가 망하고 나니 그 다음에 오는 것은 다시 미, 소라는 외세에 의한 민족의 분단이다. 남한에서 분단 이후 오늘날까지 60년 가까운 시대를 집권한 세력은 극우세력이다. 그들의 정부는 민주주의보다는 군사독재건 백색독재건 독재를 선호한다. 그러나 민주화세력에 의한 집권기간은 장면 정권 1년 남짓, 김대중 5년에 노무현 5년을 합쳐 고작 1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집권 이후 경제마저 엉망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정치적으로도 크게 후퇴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는다. 이 나라의 선각자들은 한일늑약 시기인 1910년경으로부터 100여 년 동안 독립, 민주화, 통일 등 세 가지 대의(大義)를 세우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줄곧 투쟁하여 왔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성취하지 못했다. 그 원인이라면 대다수의 민중이 아직 각성하지 못하고 있는 탓도 있겠으나, 집권 극우세력과 그 배후에 숨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외교정책이 교묘하게 야합,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밝혀진 사실이지만 일제 항복 이후 남한을 점령한 미국은 겉으로는 이승만을 내세워 민주주의로 포장했지만 이면에서는 그의 독재를 지원하였고, 박정희의 군사쿠데타도 겉으로는 반대하는 듯하면서 사실은 묵인하였다. 이 같은 이중적인 정책을 쓰는 참뜻은 강력한 독재자만이 한국인의 반미성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자기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겉으로는 민주주의로 포장하고 이면에서는 경제만 잘 하는(미국 무기 잘 사주는) 독재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것이다, 다만, 그들이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민중의 이름으로 권력자를 교체하곤 하였다. 미국은 제28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해외로 눈을 돌린 이후 외국의 내정에 간섭할 때는 늘 이런 수법을 써왔다(들녘 발행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현대사’ 참조).

한편, 이번 여론조사에서 ‘통일이 가져올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더니 “대결과 긴장으로 인한 소모적 비용을 줄이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가져올 수 있다”가 51.8%(복수 응답)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가 46.6%, “남북의 특성과 장점을 살린 협력으로 동북아 중심국가로 민족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가 40.7%, “이산가족 상봉 등 분단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가 39.5%로 뒤를 이었다. 답변을 종합해 보면 우리 국민들은 통일에 대하여 당장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통일이 된다면 지금보다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시 반복하지만 해방 70년이 되도록 친일파 문제를 정리하지 못한 남한, 해방 70년이 지나도록 민주주의를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한 남한, 아직도 이산가족들의 서신 왕래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남북한 당국자들, 이런 못난 정권 아래서 어느 국민이 진지하게 통일 문제를 고민할 것인가. 자칫하면 종북으로 몰리는 세상에 누가 통일은 민족의 지상과제라고 외칠 것인가. 그러나 감옥을 두려워하지 말고 “통일이 되면 우리는 강국이 될 수 있다. 통일을 방해하는 미군이라면 이 땅에서 나가야 한다”라고 외쳐야 한다.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은 모두 통일운동가의 탓이라고 생각하자. 통일을 위한 길은 멀고도 험하며, 그런 길이기에 시대를 고민하고 용기있는 자들이 앞장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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