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미숙 민주회복 수원평화포럼 대표.

푸르른 5월이 되면 어김없이 아픈 기억으로 광주로 향하곤 했었다. 2015년 오늘은 또 하나의 광주, 세월호의 아픔을 안고 광주로 향한다. 떠나기 전부터 무거운 발걸음이다.

역사가 거꾸로 가는 지금, 이 시대 5.18 광주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내가 5.18 광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이다.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던 나는 5.18광주민주항쟁을 알고 분노하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왔다. 어찌 보면 지금껏 살아온 나의 삶의 첫 계기였을 것이다. 그렇게 나의 청춘은 광주와 함께였다.

5월 광주의 정신은 87년 6월 항쟁의 원동력이 되었다. 폭도, 빨갱이로 매도된 민주항쟁의 진실이 밝혀지고 5월 18일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다. 우린 그렇게 한국사회가 민주화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망월동 묘역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으로 맞선 열사들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도 죄송스럽다.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해 온 동지들은 말도 안 되는 내란음모 사건으로 감옥에 있고, 헌법재판소는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으로 민주주의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임을 위한 행진곡조차 제창할 수 없는 5.18 기념식, 어김없이 함께했던 통합진보당은 이제 깃발조차 볼 수 없다.

대선 부정선거에 대해서도, 성완종 불법대선자금 게이트에 대해서도 단 한마디 해명도, 사과도 하지 않는 뻔뻔한 정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외치는 유가족들에게 최루탄 물대포로 맞서는 박근혜 독재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오늘 다시 광주 망월동 묘역 앞에서 다짐해 본다.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오월의 정신으로 역사의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노라. 이 땅의 민주주의를 인양하겠노라. 민주주의를 외치는 국민들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그들 앞에 우리는 통일을 노래하리라.

올해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했다. 이 시대 청춘들은 교과서에서 5.18 광주를 배웠던 세대들이다.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민주주의가 확대된 시기에 살아온 아이들에겐 개인의 권리쯤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닐런지. 지금 나의 민주적 권리를 위해 누군가는 피흘려 싸웠다는 것을 이 시대 청춘들과 함께 나누고 행동해야겠다.

2015년 오월정신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만들어가자!
 

[편집자주] 제3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사상 초유의 파행 속에 치러졌다. 박근혜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 제정 및 제창이 아닌 합창만으로 부를 것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17일 오후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항쟁 정신계승 국민대회’에 임미숙 민주회복 수원평화포럼 대표가 회원들과 함께 참석했다. 임 대표가 광주 순례 후기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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