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하종강 교수, ‘여성들의 일과 꿈’ 주제로 열강

▲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행복한 인문학여행. ‘여성들의 일과 꿈’이라는 주제로 열강을 하고 있는 하종강 교수. ⓒ장명구 기자

“한국은 OECD 가입국 중에서 저임금과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고임금과 저임금의 차별이 없어지고 사회 양극화가 해소되고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돼야 교육문제도 해결됩니다.”

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 학장인 하종강 교수는 25일 오전 오산 햇살마루도서관 소극장에서 ‘여성들의 일과 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인문학강좌에서 이같이 말했다.

30년 노동운동 경력의 하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청중들을 휘어잡았다. 하 교수는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화요웹툰 ‘송곳’에서 부진노동상담소 ‘구고신’ 소장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번 강좌는 오산여성회(회장 이우선)에서 주최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행복한 인문학여행’의 첫 번째 강좌다. 오산시 성평등 기금사업의 일환으로 열렸다. 오산시 여성 30여명이 참석했다.

하 교수는 “학생들 중 극소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동자가 되거나 노동자 가족이 되는 사회에서 학교의 정규수업 과정에서부터 노동문제를 중요한 비중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중등 사회과목의 한 교과서 340쪽 분량 중 93쪽을 노동인권교육에 할애하고 있다. 청소년 실업에 관한 내용만 29쪽이나 되는 교과서도 있다. 초등학교에서 ‘모의노사교섭’은 일상화된 특별활동이다.

프랑스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인문, 실업계 공통으로 시민사회과목 시간에 ‘단체교섭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 1년 동안 3분의 1 정도의 비중을 할애해 가르친다. 교과서 목차를 보면 노동시간, 공공부문 노동자의 권리, 비정규직, 성평등 등 수십 가지 주제에 대해 철저하게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헌법에 엄연히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하거나 감옥에 갈 각오를 해야 하는 사회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노동문제가 터부시 돼 왔다.

심지어 하 교수는 “인권, 환경, 농민, 통일 등의 문제에 대해 열려있는 사람들마저도 노동문제를 대하는 데서만큼은 매우 보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세월호 유가족의 사표를 반려한 안산의 한 기업체 H 회장이 미담 사례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하 교수는 “이러한 회장도 자기 회사에 노조를 만드는 것은 반대했다. 이 회사에 노조를 결성하려다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노동문제를 천대시하는 이러한 한국 사회 분위기는 현실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가 ‘비정규직’ 노동문제라는 점 또한 분명해 보인다. 세월호 선장도 1년짜리 계약직이었고, 배의 운전대를 잡는 조타수도 모두 6개월~1년짜리 비정규직이었다. 세월호 전체 승무원 29명 중 15명이 비정규직이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 교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지 않는 한 사회 양극화 해소는 요원한 꿈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만 노동문제를 이토록 천대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 교수는 그 원인이 한국 근·현대사의 극히 비정상적인 발전 과정에 있다고 보았다.

하 교수는 “해방이 된 뒤 ‘친일파’라고 불리던 식민지 협력자들은 사회 상층부에 진입하여 정치인, 경제인이 된 반면 제국주의 식민지배에 벗어나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해방된 조국에서 어떤 권력도 갖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 불행한 비극의 흔적은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는 것. 하 교수는 마땅히 친일파로 처단됐어야 할, 독립군을 때려잡던 백선엽 같은 자가 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현실을 일례로 들었다.

하 교수는 “지배세력의 정당성이 취약한 사회에서는 올바른 가치관이 자리잡기 어렵다”며 “제도권 교육의 내용을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연 내내 일관되게 하 교수는 “사회적 문제를 ‘구조적 관점’에서 보자!”고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인문학적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그 비틀리고 왜곡된 역사 발전 과정 전체를 통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우선 회장은 인사말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강사들을 초빙한 만큼 굉장히 좋은 강연들”이라며 “다음에는 주변의 친구 등 지인들도 함께 데려와 달라”고 당부했다.

오산여성회가 여는 인문학여행은 이번 강좌를 시작으로 총 6회에 걸쳐 진행된다.

△5월 23일(토) 오전 10시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 대한맵시무브먼트 박희준 회장 △6월 27일(토) 오전 10시 ‘현대사 속에서의 우리의 삶’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7월 18일(토) 오전 10시 ‘비폭력대화 기초입문’ 안산 와동초 팽현주 선생님 △8월 22일(토) 오전 10시, ‘자녀를 설레게 하는 진로지도의 실제’ 입시 코디네이터 송수진 선생님 △9월 5일(토) 오전 10시 ‘열심히 일한 당신, 힐링 스타트’ 지리산 둘레길(1코스) 탐방 등이다.

문의: 010-2705-2532 / 010-4014-6284.

   

▲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행복한 인문학여행. 인사말을 하는 이우선 회장. ⓒ장명구 기자

   

▲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행복한 인문학여행. ⓒ장명구 기자

 

저작권자 © 뉴스Q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