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경 경기자주여성연대 사무처장.

2015년 4월의 봄. 대한민국의 전 국민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침몰, 누가 보아도 탑승자의 구조가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무능한 정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구조활동 통제 등으로 희생자들이 배안에 갇힌 채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사고에 대한 충격보다 구조와 사후 대책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함에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충격은 더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년간 우리 국민들은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면서 그들의 아픔에 울어야 했다. 희생의 대가를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구현으로 치루겠다는 유가족들의 의지는 정부에 의해 차단당했다. 오히려 가족의 희생을 앞세워 거액의 보상을 챙기려한다는 언론의 공세에 분노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4월이 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대책을 위해 마련한 두 개의 특별법, 그 중 ‘4.16피해자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과되어버렸다.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치유는 고려되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상처를 끌어안은 채 생존자들은 죄인이 되었다.

우리가 세월호 특별법으로 알고 있는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위한 4.16특별법’은 수사권, 기소권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권만을 보장한 채 오랜 시간을 끌며 11월에 통과 되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시행령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조사하고 분석해 놓은 것에 한해서만 조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해왔던 거짓말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일 외에는 어떤 의미도 없게 됐다. 조사를 받아야할 정부기관의 공무원들이 사건의 업무를 관장하도록 하고 인원과 예산도 축소하여 진행하려 하고 있다.

304명의 목숨을 하루 만에 앗아간 16일이 다가오고 있다. 그들의 죽음을 추모해야 하는 시기에 유가족들은 삭발을 하고 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싸우고 있다. 1년 동안, 2014년의 4월 16일 그날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사회를 돌아보며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인 것인가?

‘이미 지난일이니 가슴에 묻어라’ ‘아직도 세월호인가?’ ‘보상받을 만큼 받았지 않느냐?’ ‘그게 다 국민의 세금이다’ 이런 질타가 한쪽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누가 자식의 죽음을 가족의 아픔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단 말인가? 나의 아픔이 아닌 것이다. 온전하게 나의 분노가 아닌 것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가족들의 외침은 어쩌면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미 그들은 그러한 사회가 만들어진다 해도 함께할 사람을 잃었고, 희생자들은 돌아올 수 없다.

‘함께 하겠다’는 약속은 우리가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하는 약속이 아니라, 희생자의 가족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약속인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아픔이 없어야 한다는, 당신들의 가족이 온전히 평온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약속을 그들이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숨쉬기조차 미안한 4월, 당신들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

벚꽃은 저녁 8시가 가장 예쁘다는 아이의 말에 매일 8시면 가슴이 미어지고 애를 끊는 고통이 찾아온다는 어느 유가족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있나 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리고,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이 4월에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세월호 참사 1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사건을 대하는 정부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지만, 우리는 변하고 있지 않은가 조심스럽게 평가해 본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직도 마음만 보태고 있는 나약한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오는 16일, 그리고 주말인 18일엔 광화문으로 모이자. ‘꽃놀이 가서 마음만 보태지 말고, 모여 달라’는 어는 유가족의 외침이, 바로 당신의 미래를 함께 바꾸자는 절규로 다가올 때 우리가 가고자 하는 아름다운 사회로 한발 다가설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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