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들, "배송만 로켓인 줄 알았더니, 노조탄압도 로켓이더라!"

'폭염 대책'을 촉구하며 나흘 전 서울에서 출발한 쿠팡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4일 만에 화성시 동탄물류센터에 닿았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 쿠팡물류센터지회(지회장 민병조)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대표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물류센터의 폭염실태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도보행진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후 4시경 동탄물류센터에 도착한 행진단은 '쿠팡노동자 투쟁승리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 이어 '찌는 쿠팡에 시원한 연대의 바람, 쿠팡노동자와 함께 하는 씨원한 콘서트'를 진행했다. 모두 1천여 명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우리 노동자들이 이 폭염에 쓰러지지 않고 일하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는 것이냐"며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부터 지켜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쿠팡 노동자는 "배송만 로켓인 줄 알았더니 노조 탄압도 로켓이더라"며 노조탄압 실태를 고발하고 "연대가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행진이다. 현장에서 반드시 승리로 보답할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권영국 쿠팡대책위 대표는 "우리는 기계도 아니고 소모품도 아니다. 이 무더위에 쓰러질 줄 아는 인간들이다. 이 무참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50km를 걸었다"며 "사람을 쓰러지게 만드는 것이 물류혁신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성지역에서도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 소속 단체들과 시민사회들에서 함께 참여했다. 

최근 진보당 화성시위원장으로 선출된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은 "기온 31.5도에 습도는 80%, 또는 기온 36.7도에 습도는 43%. 정신없이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가며 일하는 쿠팡노동자들의 현장이다. 이런 곳에 최소한의 냉방장치도 없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 상황인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게다가 쿠팡은 노조와의 교섭에도 불성실하기 짝이 없다. 농성 중인 간부를 고소고발하고 농성장의 전력도 차단했다. 노동자의 피땀을 짜내어 일류기업이라고 자랑하는 셈"이라며 즉각적인 시정조치를 촉구했다. 

한편, 쿠팡노조에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7일까지 한 달간 자체적으로 측정한 바에 따르면 동탄물류센터 내부의 평균온도는 31.2도, 습도는 59.48%였다. 이달 들어서만 여성노동자 3명이 탈진해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노조는 "아직 본격적인 더위도 찾아오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다.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환경이 보장되는 곳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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