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철 오산희망연구소 소장

“정말 검증된 행정가가 와서 재정 문제, 도시계획 공간구조 문제, 복지 문제, 교육 문제들을 한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6일 문을 연 오산희망연구소 이재철 소장이 현재 오산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답한 말이다.

이재철 소장은 제1회 지방고시 출신이다. 경기도 정책기획관을 거쳐, 과천시, 성남시, 고양시 부시장을 역임한 검증된 행정가다.

공직생활 26년 동안 이 소장은 고향인 오산 사랑이 남달랐다. 공직생활 중 맡은 직책에서 오산 발전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일들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일례로, 최근 개관한 반려동물테마파크는 2016년 경기도 창조오디션에서 담당 공무원과 미팅을 통해 재정적 대안을 마련하고 기초작업에 기여했다.

특히, 이 소장은 공공 갈등이 일어났을 때 회피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소장의 가장 큰 성과는 수도권 최대 도매 도축단지인 성남시 모란시장 동물 도축 현장을 끈질긴 설득으로 마찰이나 인명사고 없이 해결한 것이다. 이는 CNN 국제 10대 뉴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소장은 “이런 검증된 행정 경험을 이제 오산에 펼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을 28일 오전 오산희망연구소에서 산수화기자단(회장 배기백)이 만났다. ‘강소도시 오산’을 만들기 위한 그의 마스터플랜을 들어봤다.

- 공직생활을 오래 했다. 출마 이유가 궁금하다.

26년 동안 공직생활을 했다. 1996년에 고시에 합격해서, 경기도 경제부서에서 기획과 예산을 주도했다. 과천, 성남, 고양시에서 부시장을 지내면서 행정전문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과장, 국장, 부단체장 등 직급이 올라갈수록 공직자가 갖고 있는 내 안에 있는 소신들에 대한 표현들이 점점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고향 오산을 부시장으로 지내던 도시들과 견주어 보게 되었다. 오산의 현주소를 알아보고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 도시에 끼인 적폐의 과거 도시’, 이것이 오산의 실상이었다. 의기양양했던 오산인의 자존심은 남루하게 구겨져 있었다.

현 상황은 명확히 오산의 위기다. ‘준비가 덜된 아마추어보단 이젠 프로가 나서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편안한 말년 공무원 대신 내 고향 오산을 선택했고, 올해 9월 고양 부시장직을 떨쳐버렸다.

그리고 ‘강소도시 오산’을 만들기 위한 마스터플랜과 함께,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내년 오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 이 소장의 정치철학은?

나는 정치에 참여했던 경험이 없어 정치하는 방법에는 서투른 면이 있다.

오로지 도민, 시민만을 바라보고 일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공직생활을 26년 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늘 염두에 두었던 부분은 ‘역지사지’이다.

‘역지사지’는 상대편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을 해보자라는 뜻이다. 그리고 상대편이라면 이걸 싫어할까, 좋아할까? 그리고 상대편은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이 저는 공직생활을 할 때 큰 기저였다.

정치판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내가 초보자일지 모르지만, 다른 정치를 하고 싶다. 정말로 지도자라고 하면 남의 마음까지도 안을 수 있는 그런 자세가 돼야 한다.

진짜 올바른 정치 하고 싶다.

- 공직생활 중 여러 공공 갈등을 경험하셨을 텐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해결 사례 2가지만 소개해 달라.

공공 갈등이 일어났을 때 나는 거의 회피해 본 적이 없다.

우선 성남시 부시장 부임 초기에 모란시장의 동물 도축현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 해결이 절실한 최우선 과제였다.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와 육견업체 간의 대립이 첨예했다. 양쪽의 갈등은 시청에 해결을 요구하는 무거운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2018년 10월, 나는 수도권 최대 도매 도축단지인 태평공원 내 불법점유시설들에 대한 철거를 단행했다. 경찰, 소방, 시 직원 등이 동원된 행정대집행이었다. 이 과정에서 끈질긴 설득으로 마찰이나 인명사고는 전무했다. 이 성과는 같은 해 CNN 국제 10대 뉴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두 번째는 경기도 북부청사 기획실장으로 승진했을 때, 북부청사 앞에 오래된 분수대를 아주 멋진 평화광장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던 경험이 있다.

지역신문에 분수대 주변을 오버브릿지로만 하기로 했던 것을, 도로를 우회하기로 했다고 보도가 났다. 그 후 지역 아파트 주민 대표들이 소음과 교통 문제를 들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나는 100인 회의를 만들어 2주에 한 번 회의를 직접 주관하는 숙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지금의 멋진 평화광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1월, 나는 고양시 제1부시장으로 부임했다. 곧바로 1월 25일에 국내 첫 확진자가 고양시에서 발생했다. 당면한 것은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며 효과적으로 확진자를 가려내는 것이었다. 설날에 긴급 재난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토론을 이끌었다.

그리하여, 고양시가 국내에서 최초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전화 한 통에 수기명부 작성을 대신하는 안심콜, 밀접접촉자를 위한 안심숙소 등을 제일 먼저 도입했다. 시행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스마트 행정의 대표적 예가 됐다.

- 오산 출신의 경기도 고위공직자였다. 오산시가 필요한 예산이나 정책에 대해서도 협조했는지.

경기도와 타 도시를 위해서 다년간 일을 하게 됐는데,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내 고향 오산이 있었다. 다행히 내가 맡은 직책에서 오산 발전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일들이 꽤 많아서 큰 보람이었다.

2016년 경기도 창조오디션에서 오산시는 하수처리장 상부공간에 동물반려놀이터를 제안해 혁신상 상금 49억 원을 수상했다. 당시 오산시장이 고향과 연관시킨 간절한 부탁(?)도 있었지만 담당 이모 주무관과의 몇 차례 미팅을 통해 가능한 재정적 대안을 마련하고, 기초 작업에 기여했다. 이것이 열매을 맺은 것이 얼마 전에 개관한 반려동물테마파크다.

그 외에 오산문화예술회관 재건축 순위 선정, 유엔초전기념비 평화스미스관 초기 구상을 위한 도비 마련 등에 기여했다.

지금 내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서동탄역 역사 명칭 부여다. 당시에는 최영근 화성시장이 서동탄역이라고 주장했었다. 오산지역은 사실은 그 당시에 관심이 없었다.

서동탄역 위치 자체가 오산 외삼미동이다. 사실 역사 명칭을 뺏긴 거다. 역사명을 뺏긴 것도 뺏긴 거지만, 역사 입구가 동탄 쪽으로만 나 있다. 오산 쪽으로는 전혀 나 있지 않은 것이다.

북오산IC 중심으로 외삼미동이 낙후돼 있다. 그 당시 역사의 명칭과 아울러 역세권을 반대 쪽으로도 열어놨으면 북오산 IC가 커지는 데 큰 계기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곽상욱 오산시장이 오산시를 11년 동안 이끌어왔다. 평가는? 아울러 오산의 현주소는?

곽상욱 시장은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그분의 온화한 성품과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은 본받아야 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곽 시장은 취임한 이래 행복한 교육에 초점을 맞추며, 젊은이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교육 이외의 사안에 대한 오산의 발전에 대하여는 아쉽게도 높은 점수를 드리지 못하겠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심각하다. 오산의 재정자립도는 28%다. 28%면 전라도나 경상도에 있는 후미진 산골의 재정자립도인 것이다.

또한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었으나 성과가 의심되는 교통문제 등은 시민의 호주머니를 털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도심과 세교지구 간의 이질감과 갈등, 정주의식 부족 등은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 또한 운암뜰과 여러 곳의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개발사업 등도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내가 진단하는 오산의 현주소는 ‘넛트 크래커’ 상황이다. 호두까기 도구에 끼인 호두 신세인 것 같다

인구 23만으로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인근 프리미엄 도시 동탄과 산업시설들이 즐비한 평택의 진위, 산업단지를 체계적으로 조성한 정남 등에 둘러싸여 위축되어 고전하는 느낌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운암뜰 개발은 큰 틀에서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 주택단지 조성보다는 제2의 판교 테크노밸리 같은 첨단산업단지 조성이 현실적으로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 시장 출마를 위해 오산희망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오산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담았나?

세 가지 방향이다.

첫째는 코로나로 인해 너무나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 재난과 질병으로부터의 안전, 이런 쪽에 첫 번째 관심을 기울이겠다.

두 번째는 경제다.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겠다.

세 번째가 오산시민의 정체성, 자존심 회복에 포커스를 두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오산은 안전한 삶과 일자리, 그리고 오산인의 가치 회복 등의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오산희망연구소의 설립 목적은 ‘맞춤형 자립도시 오산 그리기’다.

우리의 도시, 오산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건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사람중심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역사·문화·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오산 맞춤형’ 정비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오산은 시민에게 안정적인 먹거리를 자체 내에서 공급해야 한다. 그래서 무작위적인 아파트나 지식산업센터를 건설하여 부동산 소유주나 개발업자의 배를 불리기보다는 민관협동형의 테크노밸리를 조성하여 ‘자립형 오산’을 실현해야 한다.

나는 경기도에서 경제부서에 오래 있었다.

판교 제1 테크노밸리에 있었을 때 계장이었다. 담당 부장은 총괄계장이었다. 그리고 일산테크노밸리를 조성할 때 정책기획관으로 부지를 선정했다. 1년 9개월 동안 거기에 부시장으로 가 있었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운암뜰을 첨단산업단지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산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여기에 세수를 만들어 내려면 운암뜰을 판교테크노밸리처럼 만들어야 된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시세만 800억 원에서 1200억 원이 나온다. 그것을 가지고 당시 이재명 시장이 3대 무상 시리즈를 막 쏟아부은 것이다.

오산 예산이 특별회계 다 따져서 6000억 원이다. 여기에 세수가 1200억 원이 추가로 나오는데 무엇을 못하겠나?

특히 운암뜰에는 첨단 R&D 산업단지가 가능하다. 왜냐하면 수원, 용인, 기흥, 평택까지 삼성반도체 관련된 계열사들이 다 입주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오산이 제3의 판교테크노밸리를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가 되는 것이다.

오산희망연구소는 이에 대한 열린 소통의 마당을 마련해 정책방향의 틀을 제공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오산시민에게 한말씀.

(민주당이) 국회의원 20년 했고, 시장 12년 했다. 잘한 건 인정하지만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말 검증된 행정가가 와서 재정 문제, 도시계획 공간구조 문제, 복지 문제, 교육 문제들을 한번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

나는 행정전문가로서 어떠한 목표와 미션도 이루어낼 자신이 있다. 이제 고향 오산에 그동안 꿈꿔온 ‘사람중심 강소도시’를 실현하고자 한다.

우리는 미래 오산을 이끌어갈 인물을 곧 선택해야 한다.

정치가에게 맡길 것인가? 아니면 행정가에게 맡길 것인가? 지역의 우물에 갇혀있는 좁은 그릇이냐? 아니면 중앙과 소통하며 주변 도시를 아우르는 큰 그릇이냐?

선거에 수차례 패배한 낙선이 검증된 사람이냐? 아니면 자타가 공인하는 시정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냐?

우리 모두 신중해질 시간이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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