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결 없이, 우리 사회 공정과 정의는 바로설 수 없어”

고공단식농성을 마치고 농성천막 안에서 승리를 다짐하는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최진선 지부장과 조선희 사무처장.
고공단식농성을 마치고 농성천막 안에서 승리를 다짐하는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최진선 지부장과 조선희 사무처장.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최진선 지부장이 고공단식농성 15일만인 지난 4일 지상으로 내려왔다. 삭발 단식은 18일째였다.

요구 사항은 하도 많지만, ▲초등보육전담사 8시간 전일제 실시 ▲능동고 급식실 산재사고 해결 ▲12.2 총파업으로 집단교섭 승리 등이 대표적이었다.

최 지부장이 6m 철탑 위 고공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동안, 그 아래에서는 조선희 사무처장과 황순화 초등보육전담사분과장도 같이 18일 동안 삭발과 단식을 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참으로 처절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최 지부장을 6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 철탑 위 고공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나?

씻을 수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 매일 꼭 샤워를 하는데 보름 동안 전혀 씻지를 못했다. 아침에 비누 없이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하는 게 전부였다.

텐트가 얕아서 앉아 있어도 고개를 항상 숙이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늘 목이 좀 아팠다. 공간이 좁다보니 걸을 수 없는 것도 아쉬웠다. 그 외에 생활적으로 불편한 것은 크게 없었다.

- 고공단식농성이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나? 장기화되면서 고민이 참 많았을 것 같다.

예산문제도 아닌 만큼 돌봄문제는 빠르게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부분에서도 걸릴 것이 크게 없어 이재정 교육감이 결단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재정 교육감과 교육청 관료들의 고집은 의외로 견고했다.

위에서 읽은 책 중의 하나가 ‘중간착취의 지옥도’라는 책이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르뽀형식으로 100명의 파견, 용역직 노동자들을 취재한 이야기를 담았다.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만 억울한 것이 아니더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착취와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이 없으니 자기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착취를 당하고 있음에도 노동조합을 불온시하거나, 투쟁을 두려워하는 모습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노동조합의 중요성, 그리고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자각을 굳게 하게 됐다.

- 협의 결과는 어떤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는 얻지 못했다고 들었다.

이번 투쟁의 성과는 상당하다. 본격적으로 농성투쟁이 시작되고 견고해 보이던 경기도교육청의 입장이 차츰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오직 수요에 의해서만 근무시간 확대를 하겠다는 입장에서 4시간은 6시간으로, 6시간은 8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1학교에 1명 이상의 8시간 근무자를 반드시 배치하게 된 것도 성과다.

4시간이 8시간 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태도에서 1학교 1명은 반드시 8시간을 배치한다는 원칙에 따라 4시간도 8시간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시간 확대에 따른 인력배치에서도 교육청의 고유권한으로 일방배치하겠다는 것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노사 간의 협의체는 없다는 것에서 협의체를 구성해서 정기적로 돌봄운영과 근무시간 확대문제에 대해 협의해 나가기로 한 것도 성과이다.

이것은 이전의 경기도교육청의 완고했던 입장에 비추어 보면 괄목할 만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전체적인 8시간 전일제 전환을 명시하지는 못했다. 협의체를 통한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적인 ‘근무시간 확대를 노력’한다는 것에서 그친 것이다.

이것도 마지막 협의 당일의 교육청 안은 모니터링을 통해 ‘근무시간 확대 여부 판단’에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노력’으로 바꿔내는 과정이었다.

- 경기도교육청이 이토록 완고하게 나온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교육청 스스로도 결국 현실적으로 추가근무시간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재정 교육감의 몽니 때문이었다고 본다.

12월 3일 교육감이 페이스북을 통해 농성하는 노동조합과는 절대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을 것이며 돌봄전담사의 시간 연장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를 공개 천명한 것을 봐도 그렇다.

결국 99%까지 왔음에도 마지막 8시간 전일제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명시를 얻어내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단식을 중단하고 고공에서 내려온 것은 투쟁의 종료가 아니라 ‘휴전’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다. 앞으로 협의체를 통한 논의에 집중하면서도 8시간 전일제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특히 내년에 있을 교육감선거에서 학교비정규직의 상시전일제 문제를 전면적으로 요구하며 투쟁할 것이다. 8시간 전일제 투쟁은 더 폭넓은 방법으로 완강하게 전개될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다짐은?

현재 임금집단교섭과 직종교섭도 교착상태다. 2차 총파업 이후 교섭을 더 압박해 나가는 다종다양한 투쟁을 해나가야 한다.

12월 말 3차 총파업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하반기 본격화되고 있는 급식실 인력 배치기준 하향 투쟁도 전면화해야 할 과제다. 투쟁할 과제가 너무 많다.

그리고 돌봄 관련 시간확대와 업무배정, 인력배치를 위한 협의체 준비도 해야 한다. 흔들림 없이 투쟁할 계획이다.

- 지부장 임기가 이번 달로 종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장의 임기가 12월 말로 종료되지만 6기 지부장을 다시 결심했다. 12월 13일부터 투표가 시작된다. 수석부지부장과 사무처장도 그대로 다시 출마했다. 시작한 투쟁을 끝맺자는 결심이 모두 통한 것이다. 지치지 않고 흔들림 없이 투쟁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비정규직 제도가 우리나라에 전면 도입된 지는 불과 20년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비정규직의 폐해는 사회 곳곳에 너무나 깊숙이 스며들어있다.

비정규직이 잘못된 제도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제도를 없애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완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권력자와 기득권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는 바로설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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