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조선희 사무처장

130년 전 미국에서는 ‘하루 8시간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전국적인 파업을 선언하며 투쟁했습니다. 그 투쟁을 기념해 지금도 5월 1일은 ‘노동자의 날’로 이어지고 있고, 전 세계 대다수의 나라에서 1일 8시간 노동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근로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제가 기본입니다.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도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월 209시간 근무로 계산하는 것이 기본 정석입니다.

그런데 왜 학교비정규직인 돌봄 선생님들은 8시간 근무제를 요구하며 싸워야 할까요?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닌 늘려 달라고 싸우고 있으니, 어찌 보면 역사를 거스르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현재 돌봄 선생님들은 하루 4시간부터 8시간까지 30분 단위로 쪼개지는 시간제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남아있는 시간이 돌보는 시간이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2시간 50분 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하루 3시간, 주 15시간 근무를 하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 주휴수당 등 각종 처우를 해줘야 하니 그것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습니다. 2시간 50분 이전 준비시간이나 이후 정리시간은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경기도는 현재 4시간, 6시간, 8시간 근무자로 나뉘어 있지만, 다수는 4시간 근무자이고 신규입사는 4시간 근무자만 채용합니다. 역시 정규 근무시간 전과 후의 업무는 알아서 봉사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급식비, 명절상여금 등 각종 처우 수당은 시간제로 비례해서 줍니다. 모든 직원이 급식비 14만원을 받을 때 4시간 근무자는 7만원을 받는 식입니다. 4시간 근무자는 밥도 반만 먹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한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선생님도, 아이들은 12시면 수업이 끝나니, 4시간 근무자여야 마땅합니다.

교육부의 초등돌봄교실 개선안에 따르면, 그동안 교사들이 맡아왔던 돌봄업무를 모두 초등보육전담사에게 맡기고 초등돌봄교실을 초등보육전담사 중심으로 책임있게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여전히 ‘적정 근무시간’을 운운하며 시간제 근무형태를 유지하려고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적정 근무시간’을 얘기하자면 교육감, 교장, 공무원은 도대체 하루에 몇 시간을 업무에 투입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심지어 학교에서 일하는 미화원, 당직 선생님들의 현실은 더 기가 막힙니다.

학교 화장실 개수를 세어 미화원 근무시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방학 중에는 돌봄 아이들이 나오고 직원도 출근하지만 사람이 적게 나오니 1주일에 2시간만 근무하라고 합니다.

당직 선생님들은 오후 4시 30분에 출근해서 다음날 8시 30분에 퇴근하기에 하루 16시간을 학교에 매어 있어야 하는데 근로시간은 6시간만 인정해 줍니다. 더군다나 일요일에는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하게 해서 다음날 아침 8시 30분에 퇴근해 24시간을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근로시간은 똑같이 6시간만 인정해 줍니다.

특수 운영직군이라 칭하는 미화, 당직 선생님들에게는 근속수당도 정기상여금, 가족수당도 없습니다. 심지어 법이 정한 피복비 지급도 떼어먹는 곳이 허다합니다.

이것이 경기도교육청의 현실입니다. 이것이 경기도교육청의 민낯입니다. 차별 없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도둑놈 심보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경기도교육청이 도둑놈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경기도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 우리를 한 번 쓰다버리고 마는 일회용품 쓰레기마냥 취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근무형태를 정상적인 근무형태로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 정상적인 근무형태에서 아이들을 돌보겠다는 것입니다.

비정상적인 근무형태를 계속 끌고나가려는 경기도교육청을 우리가 바꾸어나가야 합니다. 조금은 힘들고 나아가기는 버겁습니다. 그것은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손을 잡고 힘을 내고 단결합시다. 우리의 단결된 힘으로 바꾸어 갑시다.

그래야만 우리가 원하는,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돌봄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학교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꼭 초등돌봄교실 정상화를 위해 8시간 전일제 쟁취합시다! 땜빵식 시간제를 몰아냅시다!

 

*이 기고문은 22일(월) 오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열린 ‘8시간 전일제 쟁취를 위한 초등보육전담사 결의대회’에서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조선희 사무처장이 한 발언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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