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미향 초등보육전담사

유미향 초등보육전담사. ⓒ뉴스Q 장명구 기자
유미향 초등보육전담사. ⓒ뉴스Q 장명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4시간 근무자인 유미향입니다.

우린 오늘 경기도교육청의 말도 안 되는 개선안에 반대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4시간 근무자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차별’입니다. 우린 온갖 부분에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휴식시간은 물론 근속수당, 교통비, 식비, 명절수당까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4시간 근무자는 버스 탈 때 한 발만 올리고 타나요? 밥 먹을 때 반 공기만 먹고 일하라는 건가요? 해도 해도 너무 합니다.

제가 받는 차별은 아이들의 차별로 이어집니다.

4교시 수업 끝나고 복도에 서성이는 아이들이 저를 보고 말합니다. “선생님, 왜 지각하세요?” 12시 30분에 출근해도 되지만, 12시 20분에 가는 제가 왜 지각으로 보일까요? 아이들보다 늦게 왔기 때문입니다. 날이 점점 추워져 난방이라도 미리 해놓고 싶어도 그럴 수 없습니다.

또 저보다 먼저 오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냉장고에 있어야 할 간식이 신발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혹시 상해서 배탈이라도 날까봐 걱정스럽습니다.

이 모든 차별은 제가 4시간 근무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겁니다. 경기도교육청은 4시간은 8시간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왜 우리는 8시간이 되면 안 되나요? 4시간 근로자가 신라 시대 신분제도인 6두품도 아닌데, 왜 4시간은 8시간이 될 수 없나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되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4시간, 6시간, 7시간, 8시간 차별을 받아야 하나요? 2시간 확대해 주고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몽땅 하라고 합니다. 우리가 원더우먼입니까?

며칠 전에 종영한 드라마 원더우먼에 멋진 대사가 있었습니다. 돈이 없다고 시댁에서 귀싸대기를 맞고, 온갖 부당함을 당하던 이하늬가 외친 말입니다. “돈, 명예, 성질머리 있는 삶! 아주 짜릿해.” 그렇습니다. 우리는 돈도 명예도 없지만, 성질머리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움직입니다. 돌봄교실에서도 가만히 있는 아이들보다 움직이는 아이들이 신경 쓰입니다. 우리도 가만히 있지 맙시다. 움직여서 교육청이 우리를 신경 쓰게 합시다.

삭발 투쟁과 단식하는 두 여성 노동자가 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사람이 역사를 바꾼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8시간을 내놓을 때까지 움직입시다. 파업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합시다.

우리가 가는 길은 옳습니다. 진정 아이들을 위하는 것은 저들이 아니라 우리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면 미래가 없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더 이상 아이들을 차별하는 죄를 짓지 마세요. 끝까지 함께합시다.

구호 한 번 외치고 마치겠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8시간 전일제’를 당장 시행하라! 투쟁! 감사합니다.

*이 기고문은 19일 오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8시간 전일제 쟁취를 위한 초등보육전담사 결의대회’에서 유미향 초등보육전담사가 한 현장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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