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은주 작가

요양보호사들과 글쓰기 소모임을 하고 있는 이은주 작가. ⓒ뉴스Q 장명구 기자
요양보호사들과 글쓰기 소모임을 하고 있는 이은주 작가. ⓒ뉴스Q 장명구 기자

“현장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요양보호사의 인권과 처우에 대한 목소리를 갖는데 글쓰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은주(53세) 작가의 말이다. 그는 작가이자 요양보호사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 작가는 “돌봄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들을 목소리화하지 않는다면, 연대하지 않는다면 조금 더 나은 돌봄으로 나아갈 수 없을 거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요양보호사들과 글쓰기 소모임을 하고 있다. 이 소모임은 작은도서관 책고집에서 오는 10월까지 진행된다. 경기복지시민연대와 공공상생연대연금이 함께 주관한다. 돌봄필수노동자 지원사업 중 요양보호사 소모임이다.

이 작가는 요양보호사들과 매달 1차례씩 모두 3번의 글쓰기 소모임을 맡았다.

18일 오후 책고집에서 글쓰기 소모임이 끝나고 이 작가를 만났다.

이 작가는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 등 몇 권의 책을 번역한 일본 문학 번역가이다.

어느 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더니, 3년간의 돌봄노동 이야기를 담은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나신요)를 세상에 던졌다. 이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이 돌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뮤즈니 제우스니 하는 신들로 표현하고 있다.

- 번역가로도 충분하실 거 같아요. 그런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픈 남동생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한창 돈이 들어갔어요. 번역만으로는 생활이 해결되지 않아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요. 번역도 하고 통역도 하고. 이외에 투잡, 쓰리잡을 하는 동안 점점 지쳐갔습니다.

그리고 키워준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할머니가 보고 싶고 자주 생각이 났어요. 할머니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것은 아주 깊숙해서 죽고 싶을 정도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증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할머니가 많은 곳을 찾아간 곳이 요양원이었고 데이케어센터였어요. 목욕봉사를 하면서 즐거웠습니다.

-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책도 내셨습니다. 대단하세요. 책을 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로 있는 동안 매일 글을 썼어요. 이시가와 다쿠보쿠의 시 중에서 ‘친구가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 꽃을 사들고 아내와 벗한다’라는 시가 있는데, 저는 세상일에 지치고 힘들 때 앉아 글쓰기를 하며 힘든 시기를 견디었던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요양보호사 일도 만만치 않아요. 정성을 다해서 저의 할머니를 돌보듯이 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돌아가십니다. 말도 못하게 슬프죠. 그런 슬픔을 한 달에 두세 번 맞이하기도 합니다. 견딜 수 있는 것은 역시 글쓰기였던 거 같아요. 요양보호사 일을 하며, 그런 날들에 썼던 기록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았습니다.

- “이 책은 어떤 책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신다면 어떻게 말씀하실 수 있을까요?

이 책은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를 의식하고 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의 기록, 돌봄의 기록이 곧 문학이라는 자각으로 썼어요. 그러므로 이 책은 누구나 한번쯤 노년의 삶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돌봄에 대한 태도를 그린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양보호사들과 글쓰기 소모임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이은주 작가. ⓒ뉴스Q 장명구 기자
요양보호사들과 글쓰기 소모임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이은주 작가. ⓒ뉴스Q 장명구 기자

- 요양보호사 글쓰기 소모임을 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맡게 되셨나요?

글쓰기 소모임은 경기복지시민연대 소속인 나문주 선생님의 제안으로 책고집에서 갖고 있는데요. 사전 미팅 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신요’를 읽은 선생님들의 반응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난 요양원 안 와야지’, 또 하나는 ‘어차피 내가 올 곳인데 더 잘 해드려야지’라고.

현장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요양보호사의 인권과 처우에 대한 목소리를 갖는데 글쓰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돌봄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들을 목소리화하지 않는다면, 연대하지 않는다면 조금 더 나은 돌봄으로 나아갈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이런 것을 나누고 싶었어요.

- 글쓰기 소모임을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가요? 글쓰기 소모임에서 느끼는 바도 남다를 듯합니다. 공감대도 많으실 것 같고요.

요양보호사로서 돌보는 분을 관찰해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면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하는 방식의 매우 실천적인 소모임에 제가 초대되어 온 것이잖아요? 첫 만남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젊은 사회복지사님은 이 책(나신요)을 읽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꿈을 꿔야겠다는 소감을 들려주셨어요. 이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은 요양보호사의 책, 그게 인상적이잖아요? 이렇게 느낄 수도 있구나. 돌봄 감수성이라고 해야 할 거예요.

‘꿈을 꾸는 글쓰기’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운영 원칙은 따로 없고요. 적어도 하루에 한 번 단 한 줄이라도 선생님들이 그날그날 느꼈던 것을 자신의 언어로 카카오톡에 녹음해서 남기든지, 문자화해서 그때 그 순간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기록해두는 연습을 권하고 있어요. 그 문장들이 모여서 하나의 에세이도 되고 기록문학이 될 수도 있고 시가 되기도 하니까요.

제 책을 읽고 블로그에 이런 리뷰를 남겨주신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계신데 꼭 소개하고 싶어서 준비해 왔습니다. 캐리소님의 리뷰예요.

‘그녀는 문학을 향유하기보다는 문학 안에서 삶으로 그것을 살아내고 있었다는 게 내가 그녀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는 캐리소님의 글처럼 앞으로 살아가려고요. 이렇게 글쓰기 모임은 서로를 응원하는 모임, 각자의 목소리를 가짐으로써 세상을 조금은 살만하게 바꾸어가는 연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굉장히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우리 사회는 아직도 당연하게 계급별로 급여가 정해져 있어요. 그러지 말고 힘든 일 하는 사람들에게도 노동의 대가, 가치만큼 대우해 주었으면 합니다.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이나 차별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봐요. 우리는 뮤즈가 돌아가시면 잡이 없어져요. 실업급여도 안 나와요.

돌봄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돌봄을 창의적으로 해드리기 위해서는, 우리 요양보호사들이 경제적으로 자유로울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 요양보호사로 일하시면서 체득하신 나름의 신조라고 할까요?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요양원이 내가 마지막에 갈 곳이라고 여긴다면 어떠해야 좋은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자유롭고 다정해야겠지요. 개인생활을 존중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헤어져있는 가족과 다양한 만남을 시도해도 좋을 것 같아요. 마을 산책, 공원 산책, 동네 카페에서 차 마시기, 휠체어 그대로 앉아서 볼 수 있는 실버 시민회관 영화관, 딸과 아들이, 친구가, 옛 동료나 지인이 요양원 안에서만 잠시 얼굴 마주하지 않고 외출을 도와주는 시스템, 이동의 자유를 돕는 마을 요양원 셔틀 버스도 필요하지요. 이렇게 뮤즈와 제우스 입장이 되어 감정이입하기. 돌봄은 앞에 있는 대상에게 충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과 헤어진 후의 시간도 대상화해야 진정한 돌봄이 가능한 것 같아요. 사랑, 모든 것이 그렇기는 하지만요.

글쓰기 소모임을 하는 이은주 작가와 요양보호사들. ⓒ뉴스Q 장명구 기자
글쓰기 소모임을 하는 이은주 작가와 요양보호사들. ⓒ뉴스Q 장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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