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세극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 축구가 돌풍을 일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음의 조라고 일컬었던 D조에 속해 있었는데 역대 우승국들이며 자타가 공인하는 내노라 하는 강팀들인 우루과이 이탈리아, 잉글랜드에 비해 한수 아래로 평가되어 꼴찌를 예상했으나 우루과이 이탈리아를 차례로 꺾은데 이어 잉글랜드와는 무승부를 기록하여 2승1무 조 1위의 성적으로 16강에 올라왔고 이어서 그리스를 이겨 8강 까지 진출하였다. 그러나 8강에서 네덜란드에 아쉽게 승부차기로 석패를 하였지만 그간의 경기 내용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중미의 조그만 나라 코스타리카가 축구 역사에 새장을 열었다고 하는 찬사가 이어지고 또 많은 이들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돌풍을 일으킨 한국팀을 연상시킨다고도 하였다.

그러나 코스타리카는 축구 이상으로 세계와 인류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나라이다. 코스타리카는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영세 중립국이며 스위스와는 달리 군대가 없는 비무장 영세 중립국이다. 인접국인 니카라과에 혁명운동이 일어나자 미국이 코스타리카 내에 군사기지를 요청하였으나 이를 거부한 사례가 있는 등 중립과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군대가 없으니 국방에 소요되는 돈을 교육 의료 복지에 쏟을 수 있어서 중남미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고 복지가 발달한 나라가 되었다. 그들은 이미 반세기 전에 “탱크 보다는 트랙터를! 농민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생활을!” 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국정의 지표로 삼았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으며 이웃 나라들의 분쟁을 조정해 주기도 하였다. 그들의 투철한 평화 애호 사상이 인정을 받아 유엔 평화대학이 수도 산호세에 설립되어 있으며 1987년 당시 아리아스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어 생태관광과 농업이 발달하였으며 직종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어 임금수준이 보장되고 있어 환경과 노동분야에서도 우리가 배워야 할 바가 적지 않다.

코스타리카는 이렇게 중남미에서 가장 안정적인 정치 사회적 환경을 가진 나라이며 행복지수 세계 1위 국가로서 삶의 질이 높은 나라가 되었다. 이는 무엇보다도 철학과 안목을 가진 유능한 정치 지도자들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큰 나라만 좇아다녔는데 이렇게 작지만 인류에 모범이 되는 나라가 있음을 알고 코스타리카로부터 배웠으면 한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세와 세계 정치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브릭스 나라들(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공)의 부상, 이슬람 국가(IS)의 출현 등 미국 중심의 유일패권체제가 도전받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 강대국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형국이이서 동북아 정세는 미국과 일본을 한편으로 하고 여기에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대결양상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냉전구도가 재연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주권국가로서 미국과 중국 어느 편에도 예속되지 않는 당당한 우리의 갈 길을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두 세력이 대결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편에 예속되면 다른 편과는 적대적이 되니 그런 화를 자초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중립이 곧 평화의 길인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 의탁하고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DD)를 배치하려 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는 주권국가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미국의 꼭두각시 행세를 자임하고 있는 꼴이다. 한반도가 또다시 전쟁의 불구덩이에 빠져도 좋다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전초기지로서 영원히 분단국가로 남기를 바라는 것인지.... 이런 자들이 정치지도자로 역할을 하고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는 지위에 있으니 참으로 통탄하고 한심하다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서울시 인구도 안 되는 중미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로부터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중립과 평화를 배웠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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