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장

▲ 천막농성 중인 박미향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장. ⓒ장명구 기자

대한민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할 것이다. 학교는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미래세대에게 인권과 정의, 평등을 가르치는 곳이어야 한다. 반인권적이고 불의하고 차별적인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수많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최소한 학교에서만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학교 급식실, 행정실, 교무실, 교실 등에서 일하는 영양사에서부터 단기간교사에 이르기까지, 비정규직 직종이 무려 7~80여 직종에 이른다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고 나면, 정말이지 기가 찰 노릇이다. 여기가 학교가 맞기는 맞는가 말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이하 경기지부)도 지난 4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11월 20일 전국 1만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투쟁 돌입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박미향(51) 경기지부장을 도교육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만났다. 삭발한 박 지부장의 머리는 아주 짧았다. 농성천막에는 ‘3만원 호봉제 실시!’ ‘정액급식비 13만원 지급!’ ‘명절상여금 100만원’ ‘장기근속가산금 상한제 폐지!’ ‘전직종 수당신설!’ 요구 사항이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무기한 천막농성 7일차였다.

- 무기한 천막농성 투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벌써 천막농성 7일차다. 도교육청 앞에서 주말을 제외하고 아침마다 108배를 60일째 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8월 5일부터 했으니 한여름에 시작한 것이 겨울 초입에 이르렀다.

도교육청과 학교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2012년 8월에 처음 상견례를 하고 합법적인 교섭에 들어갔다. 김상곤 교육감 시절이었다.

그해 5월에 교육감 직접고용 조례가 통과됐다. 그전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채용권이 학교장에게 있었는데 도교육감으로 바뀐 것이다. 여타 시·도의 보수교육감들은 절대 사용자가 아니라고 교섭에도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상곤 교육감은 진보교육감이었다.

매월 본교섭을 한 차례씩 열었고, 매주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교섭 내용은 3가지였다. 우선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기본협약안이 있다. 다음으로 조리실, 행정실 등 다양한 직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어 직종별 요구안이 있다. 영양사, 조리실무사, 행정실무, 교무실무, 전산실무, 과학실무, 사서, 돌봄교사 등 학교 안에 무려 7~80여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임금요구안이다.

이 3가지 요구안을 가지고 교섭을 진행했다. 1년 4개월 동안 지지부진하다가 지난 2013년 말에 기본협약안과 직종별 요구안이 타결됐다. 이제 임금요구안만 남아 있다.

- 임금요구안과 관련해 올해는 어떻게 투쟁을 진행했나?

올해는 6.4 지방선거가 있었다. 선거 시기와 맞물려 교섭을 잘해보려고 했는데 지난 4월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상반기에 아무것도 못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는 6.4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했다. 우리 조합원들에겐 진보교육감을 당선시켜야 되겠다는 요구가 있었고 실제로 당선시켰다. 조합원들은 우리가 진보교육감을 당선시켰다고 모두 자부하고 있다.

- 그렇다면 도교육청과의 교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 8월 16일 도교육청과 첫 본교섭이 열렸다. 새로 당선된 이재정 교육감이 나와서 인사도 하고 잘해보자고 해야 하는데 안 보였다. 임금요구안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해도 대책이 없단다. 예산이 없다고 예산타령이다. 2차 본교섭도 마찬가지였다.

기형적인 교섭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올해에는 임금요구안을 기필코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임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예산이 없어 어렵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도교육청에선 계속 앓는 소리만 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아무리 적게 내려와도 비정규직 예산만큼은 책정하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정규직 임금의 57%, 급식비 수당 0원, 상여금 0원, 명절휴가비 20만원! 이것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이다.

우선 급식비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의 상징이다. 정규직들은 급식비를 받고 점심을 먹는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돈을 내고 점심을 먹어야 한다. 최소한 밥은 먹여가면서 일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황우여 교육부장관도 인사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 밦값 차별 해결을 약속했다.

장기근무가산금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 정규직과는 또 다른 차별이다. 근속수당 지급을 10년까지로 제한하고 있는데, 10년 이상 경력을 무시하는 상한제도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정규직은 호봉 승급에 따라 매년 약 6만원 기본급이 인상된다. 여러 가지 수당을 합하면 월급이 약 8만원 인상된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 정규직 호봉 승급의 50% 수준인 3만원 호봉제를 도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같은 경우는 해당이 안 되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방학 중 생계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 앞으로 투쟁 계획은 어떻게 잡고 있나?

우선 천막농성과 108배 투쟁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다음 주 10일 위원장님이 단식투쟁에 들어간다. 경기도에서도 동시에 단식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투쟁으로 11일과 18일 전 조합원 도시락 투쟁을 벌일 것이다. 어차피 밥값도 안 주는데 학교에서 주는 점심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밥값’에 대한 상징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17일부터 18일까지는 17개 지부 끝장 교섭투쟁이 있다. 할 수 있는 것을 다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오는 20일 전면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다.

- 이재정 교육감은 진보교육감이다.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우리 조합원들 사이에서 경기도는 진보교육감 지역이라는 자긍심이 있다. 하지만 진보교육감 지역이라는 실감을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구태의연하게 공무원들이 하는 것처럼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함에 눈높이를 맞춰 대화하고 공유하는 것이 없다. 진보라는 탈만 쓰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보수교육감이면 싸우기라도 할 텐데 말이다.

이재정 교육감은 휴머니스트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에겐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교섭 테이블에 나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안에 대해 어떠한 의지라도 표명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분명한 것은 도교육감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용자라는 사실이다. 합법적인 교섭 구조도 마련돼 있다. 노조는 투쟁만을 하는 곳이 아니다. 합법적인 교섭을 통해 건강한 교섭 문화를 만들어나갈 의지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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