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날한의원 이하윤 원장

중증장애인, 거동불편자, 와상환자 방문진료
주1회 목요일 오전, 한의원 진료 빼고 방문
“수원의료사협에서 운영하는 한의원이라 가능”
“저 역시 그분들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

새날한의원 이하윤 원장.
새날한의원 이하윤 원장.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 간의 단절이 좀 생겼어요. 특히 노령환자의 경우 인지력이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노인들은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새날한의원 이하윤 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방문의료사업’이 더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이 원장은 “복지관 프로그램도 없어지고 종교활동도 못하고 친구도 못 만난다. 너무 답답해 하신다. 친구를 만나러 못 나가니 운동하기도 싫어진다. 그러니 다리도 더 안 좋아지시는 거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다보니 “방문의료를 나가면 더 반겨주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수원의료사협, 이사장 한동근)에서는 ‘2021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방문의료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주1회 매주 목요일 오전, 취약계층 중 중증장애인, 거동불편자, 와상환자 등 방문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방문하고 있다. 방문의료를 통한 의료+복지의 통합돌봄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수원의료사협에서 운영하는 새날한의원 이하윤 원장과 함께, 새날한의원 엄세희 간호조무사(치과위생사), 수원의료사협 김현정 코디네이터(사회복지사)가 동행하고 있다.

17일 오전 영통구청 인근에 위치한 새날한의원을 찾아 이하윤 원장을 만나, ‘통합돌봄 방문진료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 주로 어떤 분들을 방문진료하나?

장애인분들이 많다. 장애등급이 있는 노인분들이 많으시다. 소아마비, 중풍 휴유증이 있는 분들도 있다. 간질 환자도 있었다.

우만주공 3단지 취약계층 분들을 많이 진료했는데, 우만주공 같은 경우는 주거가 어느 정도 안정돼 있는 편이다. 더 취약한 분들을 찾아보자고 해서 김현정 코디네이터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 1주일에 몇 번 정도 방문진료를 나가나?

주1회 목요일 오전에 두 분 정도를 보고 있다.

- 한의원에서 하는 진료와 방문진료의 차이점이 있다면?

대학생 때 길벗이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당시에도 노숙자나 쪽방촌 분들을 대상으로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 지금의 방문진료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점은 모두 취약계층이 대상이다.

누군가 자신을 찿아준다는 것에서 신뢰가 높아져 치료효과도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제가 의술이 뛰어나거나 잘 고쳐주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신들을 찾아주고 생각해주고, 당신들에게 다가간다는 것 자체를 너무 기뻐하신다. 한편으론 그것이 제일 가슴 아프기도 하다.

다른 점은 방문진료는 그 환자의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이다.

그 환자의 세계를 잘 느낄 수 있다. 한 할아버지는 물고기 키우시는 것을 좋아한다. 집이 다 수족관이다. 내면을, 성향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다. 환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아울러 환자의 생활패턴을 보면 이 환자가 왜 아픈지 좀 더 빨리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이 치료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한방치료든, 양방치료든 환자들의 생활패턴을 보고 잔소리 해주는 거다. 마치 엄마가 하는 것처럼.

운동하시고,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드시고 건강한 거 드시고, 친구들 많이 만나시고, TV를 보실 때 등받이 의자에 앉으시고, 밖에 나가서 걸으시고, 이런 잔소리를 하게 된다. 자잘한 잔소리들, 환자의 집을 보면 잔소리할 게 많다. 방문진료를 나가 제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다.

- 새날한의원에서 이 사업을 맡아서 하는 이유가 있을 듯하다. 

그렇다. 일단 새날한의원은 다른 한의원과 다르다. 수원의료사협에서 운영하는 한의원이다. 협동조합과 연계된 조합원도 많고 협동조합과 연계된 단체도 많이 있다.

방문진료는 의사와 환자만의 관계는 아니다.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방문진료는 커뮤니티 케어라고 할 수 있다.

방문진료는 커뮤니티 케어의 작은 부분이다. 나머지는 다 커뮤니티와 연계된 인적 자원과 코디네이터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된다.

수원의료사협은 새날치과도 운영하고 있어 구강진료도 가능하다. 아울러 연계된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 그런 면에서 다른 한의원과의 차별성이 뚜렷하다.

- 그런 것을 보면, 개인 한의원에서 하기는 어려운 사업이다.

그렇다. 한의사는 위중한 환자보다는 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자립이 가능한 환자 위주로 보게 되어 있다. 저는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조금만 도움을 드리면 견디실 수 있다. 그런데 요양원에 가면 확 안 좋아지신다. 의료재정 낭비도 크다.

노령환자들을 가족들이 돌보기는 좀 어렵고, 그렇다고 완전히 혼자 사실 수도 없고, 요양원에 들어가냐 마냐 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환자들이 많을수록 협동조합 산하 새날한의원이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커뮤니티 케어가 활성화되면 저와 같은 한의사들이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 보람도 크실 듯하다.

보람보다는 오히려 죄송함이 크다. 찾아가는 것부터 너무너무 좋아하신다. 거기에서 치료가 반은 먹고들어가는 거 같다.

환자의 공간이고 집이다. 환자의 영역이다. 그러니 의사와 환자라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환자들도 거짓말을 많이 한다. 자존심도 챙기고 싶어하신다. 그런데 방문진료를 하게 되면 그런 것이 덜하다. 벽을 많이 허물고 얘기하신다. 정말 많이 반가워 하시고 반겨주신다. 장난을 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쉽다.

당연히 치료도 좀 더 잘 된다. 똑같은 소화제를 드려도 ‘너무 좋았다’ 하고 말씀해 주신다. 소화제라야 다 똑같지 뭐가 다르겠나? 진짜 마음이 문제인 것 아닌가? 그런 차이가 있는 듯하다.

- 코로나19 상황이라 어려움이 더 크지 않나?

코로나19 전부터 방문진료를 나갔다. 그때는 환자분들도 나름의 인간관계가 있었다. 복지관도 나가시고 종교활동도 하시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름의 생활을 잘 이어나가셨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 간의 단절이 좀 생겼다. 특히 노령환자의 경우 인지력이 안 좋아지고 있다. 노인들은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복지관 프로그램도 없어지고 종교활동도 못하고 친구도 못 만난다. 너무 답답해 하신다. 친구를 만나러 못 나가니 운동하기도 싫어진다. 그러니 다리도 더 안 좋아지시는 거다.

전과 지금이 다르니 마음이 안 좋다. 그래서 방문진료를 나가면 더 반겨주시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대면이 좀 어렵다면, 그분들이 할 만한 교류활동이 좀 있었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에게는 오히려 다들 고마운 분들이다. 그분들 덕분에 저도 성장하고 있는 만큼 그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나이도 있으시고, 당뇨도 있으시고, 고혈압도 있으시고, 장애도 있으시고....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예를 들어, 스트레칭을 좀 하셔야 하는데도 움직이지도 걷지도 잘 못하시니 좀 힘들었다.

그래서 그분들 덕분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동안은 당연히 다리가 다 붙어있는 환자분들의 운동법만 고민했다. 그런데 양쪽 다리 길이가 차이가 나는 분들의 운동법도 생각해 보게 됐다.

저 역시 그분들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새날한의원 이하윤 원장이 방문의료를 하는 모습.
새날한의원 이하윤 원장이 방문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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