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대표 정종훈 목사

정종훈 목사.
정종훈 목사.

오는 7월 10일 수원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7·10 이석기 의원 사면·복권 국민행동’이 열린다.

5일 서면으로 정종훈 목사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종훈 목사는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대표, 6.15수원본부 상임대표, 수원4.16연대 대표 등을 맡고 있다.

- 각계각층에서 이석기 의원의 8.15 사면·복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진행되는 상황은 어떠한가?

“수원지역에서도 탄원서를 받았다. 수원지역에서도 ‘7·10 이석기 의원 사면·복권 국민행동’이 열린다. 수원구명위와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에서 공동 주최한다. 10일 당일에는 오후 4시에 수원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5명 사무실과 민주당 경기도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 경기도당사 앞에서 수원역까지 행진을 한다. 오후 5시에는 수원역에서 퍼포먼스와 문화제를 계획하고 있다.”

- 벌써 이석기 의원이 8년째 감옥에 있다.

“박근혜가 사법부와 거래해 통합진보당 해산, 이석기 의원 구속이라는 터무니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연히 이를 바로잡았어야 했다. 권역 기관의 거래로,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터무니없이 내란선동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뒤집어씌워 이석기 의원은 감옥에 있는 것이다.

이석기 의원이 어떤 잘못을 했기에 8년 동안 독방에 있어야 하는가? 내란음모 없는 내란선동이라는 말도 안되는 비상식적인 잣대로 8년 동안 독방에 가둬 놓고 있다.

국민을 감시하고 권력을 유지시키는 데 이용하는 국가보안법은, 폐지를 위한 국민입법청원 시작 10일도 안돼 10만 명을 달성했다. 이제 폐지 혹은 개정을 해야만하는 법이 됐다.”

- 이 사안과 관련해선 문재인 정부에도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할 일이 이석기 의원 사면일 줄 알았다. 그러나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는 4년 동안 이를 외면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종료 8개월 정도 앞두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애를 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을 그냥 둔 채, 이석기 의원을 사면하지 않은 채, 그런 일들은 의미 없다고 본다. 민주당의 선거 전략에 이용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미 형량의 3분의 2를 채워 법적으로 가석방 대상자이기도 하다. 이석기 의원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는 당장 사면·복권해야 한다.”

- 이석기 의원을 짧은 시간이지만 면회하신 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석기 의원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어떤 느낌을 받았나?

“처음 만남이 수원구치소 접견실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러 번 석방 집회에 참가하고 발언도 해서인지 얼굴이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약간 얼굴이 부은 듯했으나 건강해 보였다. 자신은 잘 있다는 과장된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위로하러 갔다가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당신이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진 예수다’ 하고 말해 주었다. 이번에 금강산에 다녀왔다고 하자 마치 자신이 다녀온 마냥 기뻐했다. ‘빨리 나갈 수 있도록 목사님께서 하늘에 전화해 주세요’라고 하더라.

구치소 안에서도 세상을 통찰하고 있는 듯했다.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당당한 미소에 담겨 있는 순수함과 배려, 애정과 열정을 느꼈다. 석방되면 밤새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 오는 7월 10일 수원지역에서 ‘7·10 이석기 의원 사면·복권 국민행동’이 열린다고 했다. 참가 계획은?

“민주당 박광온 의원 사무실 기자회견에서 8년 동안 감옥에 가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규탄하고 사면·복권을 요구하는 발언을 할 예정이다.

수원역 문화제에서는 ‘너나드리’라는 수원시민단체 활동가 노래모임 소속으로 노래도 한다. 

목사님들의 탄원서도 받았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이라는 의례적인 질문이었다.

정종훈 목사는, 이에 대한 답변을, 지난 2019년 9월 14일 추석에 즈음해 이석기 의원을 생각하며 쓴 편지로 대신했다.

“이석기 의원님.

이번 한가위 명절에도 당신과 함께할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아직도 억울하게 감옥에 있어야 하는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기에 그저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대신할 뿐입니다.

미안합니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당신은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더욱 미안합니다.

예수가 붙잡힌 후 베드로가 예수를 3번씩이나 부인했던 것처럼, 나도 사람들 앞에서 당신을 수시로 부인하진 않았는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하진 않았는지, 그런 나의 모습이 당신을 아직도 감옥에 있게 한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오늘만큼은 박근혜 적폐의 가장 큰 피해자인 당신을 석방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를 탓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당신의 석방을 외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당신이 여전히 감옥에 있다는 사실이 나로 인한 것이라 생각하렵니다.

당신의 당부대로 살지 못했기에, 당신이 되지 못했기에, 당신의 삶을 이어가지 못했기에, 당신만이 아니라 나 자신조차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 것처럼 살았기에, 당신은 여전히 감옥에 있을 수밖에 없지 않았나 돌이켜 봅니다.

나의 나약함이 당신을 감옥에 가두고 있습니다. 종북, 빨갱이라는 말이 너무도 무서워서 변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저 숨기에 급급했습니다. 스승을 부인하고 도망치고 숨었던 예수의 제자들처럼 나도 그랬습니다. 그랬기에 당신의 석방을 주장했던 나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겠죠.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이제라도 당신의 뜻을 기억하며 당신이 되어 살겠다고, 당신이 하고자 했던 일들을 내 삶의 현장 구석구석에서 이루어내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하면 어느 순간 당신은 분명 나와 함께하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석기 의원님.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그렇기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사랑의 힘이 우리 민족의 자주와 통일의 밑거름이 되고, 새로운 민중 세상을 활짝 열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가위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하는 그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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