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16년차 조리사인 박화자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 ⓒ뉴스Q 장명구 기자
학교 급식실 16년차 조리사인 박화자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 ⓒ뉴스Q 장명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급식실 16년차 조리사 박화자입니다.

제가 16년 전에 중학교 급식실에 입사했을 때 아이들 1,800명의 밥을 급식실 종사자 15명이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그 학교는 아이들이 500명으로 많이 줄어 급식실 종사자 4명이 밥을 하고 있습니다.

급식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위생적으로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게 음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종종거리고 서두르다보면 넘어지고 위험한 물건에 베이고 화상을 입곤 합니다.

급식실 인원이 점점 줄어들수록 다치는 사고는 점점 늘었습니다. 급식실 조리종사자 90% 이상은 근골격계질환으로 매일 병원을 다니고 방학을 이용해 수술을 받고 있습니다.

급식실의 질병은 근골격계질환이 다인 줄 알았습니다. 학교급식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주변에서 암으로 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하는 것을 종종 보고 들었습니다.

저도 급식실에서 일할 때 전을 부치면 가스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200도가 넘는 튀김 솥 앞에 서서 2시간 이상을 튀김을 할 때, 기름냄새에 목이 아프고 어지러우면 잠시 뒤에 물러나 앉아서 쉬다가 찬물 한잔 마시고 다시 튀김 솥 앞으로 가서 튀김을 해야 했습니다.

청소할 때 쓰는 약품에 살이 녹아내려도 독한 약품 냄새에 구역질을 하면서도 바닥도 천장도 깨끗이 닦아야 한다는 생각에 고통을 참으면서 일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약품성분에 들어있는 수산화나트륨이 암 유발 성분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오븐을 닦을 때 분무기로 뿌려서 닦으면 안 된다고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튀김 솥을 닦을 때 약품을 넣으면 수증기가 올라오는데 그 수증기가 폐에 안 좋다는 것을 일하는 동안 저에게 알려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약품임에도 얼마나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2017년도에 폐암 환자가 나왔습니다. 그해에 산재를 해보려 민원을 제기했을 때 이 학교는 1년이 넘도록 후드 공조기가 고장나 있었습니다.

후드는 사람으로 따지면 호흡기와도 같은 것입니다. 급식실 안의 나쁜 공기를 빨아들여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기구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고쳐주지 않았습니다.

급식실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은 후드가 고장나거나 용량이 딸리거나 흡입이 약하면 일할 때 숨쉬기가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튀김, 구이, 조림 음식을 할 때 조리흄(230도 이상 고온 상태에서 기름이 들어간 요리를 할 때 지방 등이 분해되면서 배출되는 물질)이라는 발암물질이 발생합니다.

적은 인원으로 일을 하다보니 조리하는 빈도수가 높았고 후드가 고장나 공기질이 나쁜 급식실 환경에서 일을 한 것입니다.

폐암에 걸린 조리실무사는 결국 1년 후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성남에 있는 고등학교 조리실무사가 작년 5월에 폐암 진단을 또 받았습니다. 이 친구는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고 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12년간 급식실을 다니면서 내가 희생하며 살아간다 생각했고 엄마이기에 당연하다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폐암에 걸린 지금은 가족들이 나를 위해 희생하는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합니다. 지금은 산재 신청 중입니다.

처음 수원에서 폐암으로 돌아가셨을 때 경기도교육청은 책임이 없다며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고 후드에 대한 규정도 없다고 했습니다. 폐암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것을 알았어도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재정 교육감님, 알고 계신지요. 급식실에서 폐암 진단 받으신 분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는지, 그곳에서 일하는 조리종사자들이 고통스럽다고 인원을 늘려 달라고 외치고 후드를 고쳐 달라고 해마다 외친 것을. 그런데 외면하셨죠! 더 이상 급식실 노동자들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급식실 노동자는 말합니다. 죽지 않고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고요. 산재가 나기 전에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얘기합니다. 우리 급식노동자를 인건비로 대하지 말고 사람으로 봐 달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폐암뿐만 아니고 많은 암들이 산재로 인정받고 급식실 환경이 바뀌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이 기고글은 6일(목) 오전 경기도교육청 본관 앞에서 열린 ‘경기도교육청 급식실 폐암 사망 산재 판정에 따른 호흡기 질환 예방 대책 마련 요구! 반인륜적이고 무책임한 이재정 교육감 규탄 기자회견’에서 학교 급식실 16년차 조리사인 박화자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이 피눈물로 읽어 내려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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