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안산지회 돌봄분과 황순화 분과장. ⓒ뉴스Q 장명구 기자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안산지회 돌봄분과 황순화 분과장. ⓒ뉴스Q 장명구 기자

지난 2020년은 초등보육전담사들에게 힘들고도 힘든 한 해였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마스크를 쓰고 교실을 소독하며 학생들 거리두기 간격을 유지시키고 하루에도 3번 이상 체온을 측정했습니다. 5인 이상 모이지 말라는 지침에도 초등돌봄교실에는 아이들 10여 명이 매일 등교하였습니다.

학원도 운영하지 않아 어머님, 아버님들이 번갈아 5시가 다 되어 헐레벌떡 달려오시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외부강사도 안 된다하여 오후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즐겁게 참여하도록 노력하고 고민하였습니다.

근무시간은 늘 부족하였습니다. 그래도 틈틈이 주간학습안내, 가정통신문, 강사료 품의와 급·간식 품의, 돌봄교실 필요물품 등을 위한 행정업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묵묵히 열심히 일해 온 돌봄전담사들에게 들려온 소식은 성과금도 칭찬도 위로도 아닌, 일보다 더 힘든 지자체 이관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돌봄전담사들은 같은 오후 돌봄인데도 8시간, 6시간, 4시간 근무를 하고, 똑같이 8시간 일을 하여도 급여가 다른 힘든 상황도 견뎌 왔습니다. 열심히 일하다보면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초등돌봄 규모의 약 70%를 차지하는 학교돌봄이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2017년 학부모가 뽑은 ‘가장 잘한 국가정책 1위’이며, 매년 95% 이상의 높은 학부모 만족도를 받고 있는 것은 돌봄전담사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초등돌봄전담사에게 희생과 봉사로 돌봄을 채우려하지 말고 전일제 시행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일제 시행은 교사들의 업무 경감과 더불어 돌봄 운영시간 연장으로 더욱 안정적인 돌봄교실 운영을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교육부는 잘하고 있는 돌봄교실을 전일제 시행으로 안정적으로 만들기보다 돌봄 외주화, 민영화의 빗장을 풀었습니다. 초등돌봄의 공공성을 무너뜨린 교육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까?

지난 19일 2021년도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부는 ‘지자체-학교 협력 돌봄 기본계획(안)-학교돌봄터 사업’을 발표했습니다.

학교돌봄터 사업은 학교가 터만 제공하고 지자체가 돌봄교실 운영, 관리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초등돌봄 민간위탁 계획입니다. 이 소식은 열심히 묵묵히 일해 온 돌봄전담사들을 참담하게 만들었습니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제도를 먼저 들여다보고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여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일단 돌봄은 교육이 아니라고 선부터 그어버리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외주화 결정은 앞으로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 고용승계 문제, 관리체계 이원화에 따른 관리감독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주체 간 협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고, 내부 프로그램이나 급·간식의 질, 돌봄종사자 처우 문제, 학교의 고질적인 공간 문제에 대한 해법 등 중앙부처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방관하며 중구 사례를 만능 해결책인 양 대대적으로 홍보만 하고 있습니다.

초등돌봄이 지자체로 이관된다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처럼 민간위탁이 되어 운영과정에서 이익 추구가 우선시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민영화의 결과를 유치원 비리사건으로 이미 경험하였습니다. 교육부에 이 같은 과오를 되풀이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단순히 학습에만 국한되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사회화의 공간이자,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안전한 공간이었습니다. 이는 학교에 돌봄교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학교에 돌봄교실이 자리잡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지금은 교육과 돌봄의 정의를 재정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어 공적 돌봄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돌봄전담사도 안정적이고, 부모님들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돌봄 외주화를 당장 멈추어 주십시오.

 

*이 기고문은 황순화 분과장이 26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필수노동자, 돌봄전담사 2021년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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