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학교급식이 셧다운되었다. 1년 내내 급식 중단과 재기의 반복이다.

사람이 잘못해서도 아니고 조리용 기계나 도구가 고장나서도 아니다. 예측 못한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골방처럼 되어버린 급식실의 아우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는 듯하다. 외면되고 있다.

급식이 또 중단되니 납품업체에게 이미 발주되고 품의된 모든 식재료의 입고가 취소된다. “죄송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를 업체마다 돌아가며 전화하고 사정한다. 급식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가, 가공제조업체, 납품업체 관계자들과 매일 매일 아침 일찍 배송해 주시던 남품 배송기사들의 한숨 소리가 한파보다 더 춥다. 그 냉가슴은 오래 남는다.

급식이 중단되니 학교급식 종사자들에게는 다시 ‘일 안 하고 월급받는 집단들’이란 오명이 씌워질까 걱정이다.

급식현장의 종사자들은 코로나 감염증 교직원 복무 규정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이해하기에 극복하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고 어렵게 견디고 있다.

코로나 감염증 예방을 위해서 교직원들의 거리두기, 재택근무 명령 등이 내려지고, 교무실과 행정실 교직원들의 책상 사이엔 아크릴 가림막이 설치되었다. 3분의 1씩 재택근무가 실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급식종사자들은 여전히 좁은 휴게실에서 같이 생활하고, 좁은 샤워실에서 함께 샤워를 하는 등 코로나 감염증에 대한 예방적 거리두기는 어려운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증 예방과 안전을 위한 메뉴얼에 급식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에 대한 고려가 전혀없다. 이런 상황에서 긴급돌봄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감염병의 위험에 급식종사자들뿐 아니라 어린 학생들까지 노출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하소연을 해도 개선시키겠다는 교육청이나 학교관계자는 없어 보인다. 이럴 때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은 자괴감을 느낀다.

교육급식의 긍지와 보람을 가지고 친환경무상급식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급식종사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급식이 긴급돌봄학생들과 교직원들의 한 끼 식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게 되어서 허탈하다.

무상급식비의 진정한 역할과 사용에 관한 논의가 부족하여 집행에 혼선을 가져오면서 실망감은 깊어만 간다.

친환경무상급식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한 끼 식사를 공짜로 주는 차원이 아니라 무상급식재원을 통해서 자연을 살리고, 국내산 먹거리 생산과 유통망을 지속가능하게 정착시킨다. 그리고 지역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재생산하는 매우 넓고 중요한 국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나는 크게 공감하며 작은 사명감도 느낀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기존의 급식조달체계가 무너져서 급식의 질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즉 긴급돌봄 학교급식 식재료는 공산품업체가 시장과 마트에서 식재료를 납품해도 되는 구조, 급식비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 수입 농수축산물을 구입해도 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또한 교육청과 지자체의 많은 거버넌스 논의기구들은 학교급식에 교육적 가치와 철학을 담아내는 급식운영의 정상화를 위한 역할을 못하고 소통도 단절되었다.

또 상반기 내내 급식종사자들을 힘들고 지치게 하는 일이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아서 급식법이나 예산 집행, 학교의 급식운영방식 등에 문제가 발생하여 급식실 조리를 못했다. 그런데 일반교사들은 급식실에서 조리한 교직원 급식을 요구했다. 이때 너무나 마음이 이팠던 것이 사실이다.

같이 근무하는 교직원들이 급식종사자들을 전문성과 소신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하는 교육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밥하는 식당의 요리사 정도로 취급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소원이 있다. 코로나19가 빨리 잡혀서 매일 매일 정성스럽게 차린 밥을 먹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싶다.

급식종사자들과 상호 이해 속에서 따스한 근무환경이 이루어진다면 급식종사자들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아이들과 교직원들에게 행복한 밥상을 선사할 것이다.

친환경학교급식 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
경기도친환경급식지원센터 운영위원장 구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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