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6가족협의회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 양 어머니 박은희 씨. ⓒ뉴스Q 장명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학생의 엄마입니다.

꼭 와 보고 싶었습니다. 매달 16일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는 자리가 있다니 와 보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왔네요. 여러분, 너무 대단하신 거 같아요. 이 시대에 정말 꼭 필요하신 분들인 거 같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어머어마한 참사를 겪고도 참 잘 잊는 거 같아요. 5년 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노란리본을 보면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냐’고 해요. 아까도 지나가시면서 어떤 분들이 ‘아직도 이러고 있냐’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거꾸로 생각하면 아직도 이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지 않은 정부나 정치권, 이 사회가 너무나 원망스럽고 답답합니다.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기다리는 것”

매 순간마다 기다림의 연속인 거 같아요. 저희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기다리는 겁니다. 아이들이 끊임없이 기다리라는 말을 듣다가 나오질 못 했어요. ‘기다리라’는 말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꽁꽁 묶었습니다.

복원된 휴대폰 영상에서 잊히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어른들의 목소리입니다. 배 안 방송에서 나오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 함께 배를 타고 있던 어른들이 단원고 학생들을 향해서 아주 앙칼지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치는 소리를 잊을 수가 없어요.

지금도 자다가도 그 소리가 들립니다. 그 목소리에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던 우리 아이들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기억해야”

우리들은 잊으면 안 돼요. 최소한 어른들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어른들은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기억해야 합니다.

28년이나 된 배가 버젓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싸게 배를 수리해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선사들은 로비를 했어요. 공무원들은 학생들이 단체로 그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도록 독려를 했더라고요. 그것이 출발점인 거 같아요.

그 배가 들어올 수 있게 한 대통령이 이명박입니다. 경제! 돈만 보고 선사 뒷주머니에 돈을 꽂아주려고 아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잡은 거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들은 화를 내야 합니다. 목숨을 가볍게 여기고 돈을 위해서, 안전하게 지켜야 할 학생들을 그 배에 태웠던 정부 관계자, 정치인들은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부끄러워하질 않아요!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자유한국당 대변인 민경욱 의원이 ‘여러 어르신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계속 강하게 나가겠다’며 ‘어차피 이 다음에 한국당이 정권을 못 잡으면 이 나라가 망할 게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한 척을 가지고 이겼다’고 말했고, 그 말을 할 때 낄낄거리면서 웃었던 사람들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누구 때문에 일어난 건데요? 부끄러워서라도 참사가 일어난 다음에는 침묵을 지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웃더라고요. 참사 앞에서 참사를 이야기하면서 웃더라고요.

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최소한 잘못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해야지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저희 가족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온 국민, 온 세계인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어머어마한 일을 치르고도 웃을 수 있는 그들의 정신상태는 정말 정상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저희 가족들입니다. 제대로 아이들을 추모할 수 없는 이 상황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이 저희 가족들이에요. 매 순간마다 이것이 끝이기를, 마지막이기를 바랐던 것이 저희들입니다.

이 일이 일주일, 한 달이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1년이면, 2년이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특별법이 제정되고 특조위가 만들어지면 끝날 줄 알았어요. 정권이 바뀌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지금 태극기 부대나 자유한국당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시겠지만, 이것은 단순히 한두 명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거 같아요.

세월호 참사 초기에 어떤 분이 ‘이 일은 어쩌면 10년, 2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할 때 가족들은 절규했습니다. ‘저희 다 죽어요’라고. ‘그렇게 오래 가면 저희 다 죽어요.’ ‘그러면 안 돼요’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아요.

저희가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디게 지금 진상규명의 시간이 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관련한 기록물 박스를 찾았습니다. ‘세월호’라고 적힌 박스를 찾았어요. 봉인한 것도 놀랍지만, 봉인한 상자를 열어봤더니 그전에 그 서류를 대부분 파기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더 놀랍습니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진상규명을, 그렇다고 우리가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포기하면 내가 될 수도, 내 가족에게, 내 이웃에게, 또 누군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우리들이 밝혀내야 합니다.

▲ 416가족협의회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 양 어머니 박은희 씨. ⓒ뉴스Q 장명구 기자

“너무 답답하지요? 너무 이상하지요?”

선체조사위가 활동을 마쳤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외부의 충격에 의해서 급변침을 했는지, 아니면 내부의 문제로 급변침을 했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왜 아무도 탈출하라고 얘기하지 않았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왜 안개 낀 바다를 유일하게 세월호만 가야 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뉴스에서는 500명이 넘는 구조대가 왔다고 했지만 50명도 안 되는 구조대가 왔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이제 압니다. 그나마 50명도 안 되는 구조대조차도, 배 안에 있는 존재에 대해 궁금해 하지도 않았고, 출입문 바로 앞을 지나쳐서 직진해서 조타실에 있는 선원들만 구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너무 답답하지요? 너무 이상하지요?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아직 못 밝히고 있다는 게 너무 답답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청와대에 가서 따져보고 싸우고 싶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에 세월호 조사를 방해했던 세력들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나는 걸 보면서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을 분명히 봤습니다.

정권은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정권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정치권이, 그리고 이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가 이전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답답하지만, 거기까지 바뀔 때까지, 가족들은 더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시간들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악물고 기다리는 이 시간이 힘들지만”

함께하시는 분들도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고 어려울 줄 압니다. 그러나 이 일의 끝을 보기 위해서는 좀더 기다려야 할 거 같아요.

사법부의 개혁도 아직 남아 있고요. 내년에 선거가 있는데, 정치권의 막말을 보면서, 내년에는 정말 바꿔야 합니다. 이를 악물고 기다리는 이 시간이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어마어마한 참사의 진상규명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전의 모든 참사들이 우리들이 손을 놓는 순간 계속 반복됐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어른이라면, 사람이라면,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세대를 정말 걱정하는 정신이 올바로 된 어른이라면, 이 일을 끝까지 붙들고 가야 할 겁니다.

“가족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합니다. ‘가족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저희 가족들은 여전히 모여 있습니다. 여전히 사회적참사특조위 활동을 참관하며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따져 물어야 할 부분들에 대해 고소고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안산에 데려오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안산시장이 민주당 정치인이 됐는데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을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논의 중이다.’ ‘결과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아직도 가족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월호 광장에 와서 협박을 하든지 조롱을 하면서”

광화문광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서울시장이 애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공화당’, ‘우리’ 자는 넣고 싶지 않은데, 공화당이 막무가내로 천막을 치고 있습니다. 수시로 세월호 광장에 와서 협박을 하든지 조롱을 하면서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어요.

저희 가족들이 광화문을 교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기독교 단체들이 힘을 합해서 7월, 8월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안산에서도 한 달에 한 번씩 예배를 계속 드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30명, 50명, 지금은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처음 예배를 드릴 때 ‘화랑유원지 지킴이’라는 보수단체가 와서 시비를 걸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썼는데 그 사람들이 어느 순간 사라졌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광화문으로 갔습니다. 태극기부대와 합류를 해서 가족들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리고 있습니다.

참 쉽지가 않지만, 그래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가슴이 아파서 드라마 ‘녹두꽃’을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제가 보던 드라마 ‘녹두꽃’이 끝났습니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보기가 싫더라고요. 왜냐하면 실패로 끝났잖아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가슴이 아파서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수 있을까?

그런데 전봉준(최무성)이 우금치 전투가 끝나고 결국 붙잡혀 죽기 직전에 이런 이아기를 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이것은 진 게 아니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리고 ‘우리가 한 결정은 옳았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왜 옳았을까? 왜 전봉준은 자신있게 옳았다고 했을까?

그때 전봉준이 같이 싸웠던 백이강(조정석)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망나니로 살던 백이강이, 권력을 욕망하던 아버지 밑에서 개로 살던 백이강이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백성이 곧 하늘이다’라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그 말뜻을 깨닫고 변화가 됐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생겨난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 선택은 ‘옳았다’고 얘기한 겁니다.

▲ 416가족협의회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 양 어머니 박은희 씨. ⓒ뉴스Q 장명구 기자

“무섭지만 10년, 20년 더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은 쉽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더디 갈 수 있어요. 무섭지만 10년, 20년 더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이 길은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아닌 것에 대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아니다’라고 외치고 따져 물은 시간이기 때문에 저는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이러한 노력이 그 수많은 사람들을 광화문광장으로 불러모았습니다. 그 사람들의 마음 안에 ‘세월호’라는 아픔과 더불어 옳지 않은 것에 대해 따져 물을 수 있는 용기를 준 것 같습니다.

세월호에 관한 기억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모른 척하고 가지만, 안 지워집니다. 절대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기억은 불뚝불뚝 세월호 참사를 목격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서 어느 한순간에 그 사람을 확 잡아끌 것입니다.

그리고 광화문에서의 기억, 진상규명을 요구하던 촛불에서 시작해 왕처럼 떠받들었던 자리가 국민이 준 자리라는 그 기억, 언제든지 주인인 우리가 끌어내릴 수 있다는 그 기억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잊을 수 없습니다. 또 다시 그런 일을 당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가만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국회와 사법부를 떨게 만들 책임은 우리 국민들에게 있는 겁니다. 이제는 정치권이, 사법부가 국민의 눈치를 보고, 과연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할 일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거 같아요.

“밝힐 수 있을까요? 밝힐 겁니다”

그 일은 그 일대로 하고 우리는 세월호 진상규명으로 가야겠죠!

밝힐 수 있을까요? 밝힐 겁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옳은 일이니까요! 옳은 일의 끝에는 꼭 답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일은 우리만 힘겹게 가고 있는 거 같죠? 그런데 저희 가족들이 5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저희는 조연이라는 겁니다. 죄송한데 여러분도 조연입니다.

“주연은 희생자들입니다”

주연은 희생자들입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희생자들이 매 순간마다 한 발자국 우리 앞에 가 있는 거예요.

‘임을 위한 행진곡’에 나오는 ‘산 자여 따르라’는 그 한마디는 맞는 거 같아요. 이미 억울하게 죽은 그들이 앞장서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해서, 억울한 것들을 제대로 밝히는 세상을 향해서, 우리는 가야 한다고 손짓하고 있고, 주저앉지 말라고 우리를 계속해서 이끄는 거 같습니다.

“언제든지 달려오겠습니다”

여러분 앞에는 안 보이지만, 저희 가족들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연극도 하고 알리는 활동도 하고요. 공방에서는 공방 나름대로 하고 있습니다. 임원들은 임원들 나름대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힘들어서 도움이 필요하면 가족들에게 손을 내미세요. 언제든지 달려오겠습니다. 함께 가겠습니다.

“‘옳은 길’입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지금 모인 인원이 다가 아니에요.

여러분 옆에 저희 아이들이 있고, 여러분 곁에 이미 힘들게 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고요.

이번에 416합창단이 어렵게 미국에, 캐나다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곳곳에서 외롭지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분들과 함께 끝까지 힘내서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의 길은, 다시 말씀드리지만, 어떻다고요? ‘옳은 길’입니다. 옳기 때문에, 우리는 잘 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16일 저녁 8시 영통구청 옆 중심상가 미관광장에서 열린 ‘세월호를 기억하는 매탄동 촛불’에 참석한 416가족협의회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 양 어머니 박은희 씨의 발언 내용입니다. 어머니는 장장 25분에 걸쳐 긴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그대로 전달해 드리고 싶어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좀 길지만 꼭 읽어봐 주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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