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원-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

대지가 썩어가고 하늘이 병들어가는 세상.
그것을 고민하고, 그것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자신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순된 존재가 바로 인간.

일상에서 휴지 한 조각, 꽁초 하나 버리지 않고 산다는 것은 숨 막히는 일이다. 청교도적으로 산다는 것은 구속일 수 있고, 삶의 작은 즐거움조차 억압하는 속박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성인도, 성직자도 아니라면 이런 행위에 대해 비꼬는 눈빛을 보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쓰레기를 버리고 거리를 어지럽히는 일은 모두에게 피곤을 주고, 일상의 자그마한 여유마저 감퇴시켜 버린다.

▲ 생계로 하기에는 힘든 직업이 미화원이다. ⓒ이동권

어둑어둑한 골목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팔짱을 낀 채 모퉁이를 돌아가던 한 아주머니가 초등학교 정문 옆에 우산을 버리고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본 뒤였다. 잠시 후 그 아주머니는 파수병처럼 주위를 살피다 푸른색 철문을 꽝 닫고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쓰레기봉투를 아끼기 위해서겠지만 왠지 모르게 ‘얌체’ 같아 보여 마음이 씁쓸했다. 아마도 이 우산은 학교에서 일하는 미화원이 치울 것이다.

바람이 살랑거리는 오후, 대학가는 청춘의 기운으로 들썩인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들고 걸어가는 여학생들의 얼굴은 맑고, 이어폰을 꼽은 채 몸을 흔들며 걸어가는 남학생의 레게 머리도 무척 인상적이다. 참으로 명랑하고 역동적인 거리 풍경이다. 하지만 녹음이 짙어가는 공원 귀퉁이에 망가진 TV와 각종 전자 제품들이 놓여 있었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보기에도 흉하게 녹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 쓰레기는 누가 버린 것일까.

걷는 것은 나에게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도시에서 벗어나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곳으로 걸어가는 기분은 총천연색 환희였다. 몇 년째 도보여행을 떠나지 못했지만, 시원한 바람을 따라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었던 추억은 기억 속 깊이 각인돼 있다.

하지만 길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산업폐기물이나 생활 쓰레기를 만나면 이내 흥은 사라졌다. 짙은 색채로 물들어가는 하늘이 가까운 곳에 펼쳐져 있어도 자연스럽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미화원 정숙자 씨도 참다못해 말을 꺼낸다.

“버릴 데가 없으면 이해라도 해요. 버젓이 휴지통이 옆에 있는데 왜 다른 데 버리는지 모르겠어요. 손만 뻗으면 되잖아요. 집에서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쓰레기봉투가 아까워서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도 그래요. 우리 같은 사람들보다 다들 형편이 나은 사람들일 거 아니에요. 봉투 값이 얼마나 한다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려요? 사람들이 너무나 이기적이에요.”

생계로 하기에는 힘든 미화원

아침 7시. K대학에서 3년째 미화원으로 일하는 김영화(63) 씨가 출근 카드를 찍고 대기실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정식 근무는 8시부터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나와 청소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거대한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였다. 하지만 김씨는 비옷을 챙기다 말고 청소도구만 손에 든다.

“비가 오면 우의를 입어야 하는데 너무 더워서 힘들어요. 그냥 비 맞으면서 일하는 게 더 나아요.”

충북 청원이 고향인 김 씨는 28살 때 서울에 올라와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인천에서 직장생활도 하고, 창원공단에서 건설 일도 했다. 미화원이 되기 바로 전까지는 제재소에서 10년 동안 나무도 켰다.

“아직 나이도 있고, 집에서 쉬고 있으니까 몸이 무겁더라고요. 일하는 게 낫겠다 싶어 청소를 시작했지요. 식구가 식당을 하고 있어서 생활이 어렵지는 않은 편이에요. 그냥 먹고 살 만해요.”
“힘든 일인데 가족들이 말리지 않았어요?”
“집에서 노는 것보다는 낫죠. 못 하게는 하지 않았어요.”
“생계로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죠?”
“그런 분들도 있죠. 하지만 생계로 하기에는 힘든 일이에요. 물가는 비싼데 이 돈 받고 생활하기가 쉽지 않죠. 미화원 중에는 젊은 사람도 있어요. 근데 젊은 사람이 이런 일을 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말리지는 않겠지만 다른 일을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노임이 너무 싸잖아요.”

학교에서 일하는 미화원이 한 달에 받는 임금은 남자가 85만 원, 여자가 80만원이다. 학교와 용역업체 간의 입찰금액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업체가 주는 대로 받고 일한다.

“4대 보험 공제하고, 차비하고, 점심 먹고 나면 나 같은 경우는 술값밖에 안 돼요. 그래서 여자들은 대부분 도시락을 싸오죠. 70세 가까운 아주머니가 있어요. 가정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냥 집에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계속 나오세요. 아무래도 가정에 보탬을 줘야 하는 환경인 것 같아요.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아요. 혹시 다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 환경미화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자치단체가 청소 업무를 민간용역업체에 위탁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이동권
미화원보다 더 힘든 환경미화원

K대학 연구소에서 미화원으로 일하는 정숙자 씨는 몇 주 동안 병원에 누워 지냈다. 2002년 5월, 비가 내려 날씨가 몹시 나쁜 날 쓰레기봉투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진 것. 한동안 발목이 퉁퉁 붓고 신열이 나 어려운 생활에도 불구하고 잠시 일을 쉬어야 했다. 자식이 없는 것도, 집안 사정이 매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남편이 시부모에게 물려받은 전답까지 모두 주식으로 날려 한순간에 셋방을 전전하게 됐다. 가까운 친척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전셋집은 마련했지만 자식들 얼굴 보기도 민망하고, 생계도 막막해 미화원을 시작했다. 외환위기 때부터니까 벌써 10년이 넘었다.

“우리 아저씨도 환경미화원이에요. 학교에서 청소하는 것도 이렇게 고된데, 얼마나 힘들겠어요. 우리보다 월급은 많은 편이지만 정부가 민간에 위탁하면서 일하기가 더 어려워진 모양이에요. 오늘 인터뷰한다니까 딴소리는 하지 말고 쓰레기 분리배출이나 잘 해달라고 말하라던데.(웃음)”

환경미화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자치단체가 청소 업무를 민간용역업체에 위탁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용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자치단체 소속 미화원들에 비해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다. 일은 비슷하지만 임금은 절반 정도다. 일부 용역업체들이 법에 따라 지급되는 대행료에 만족하지 않고 환경미화원에게 줄 임금까지 가로채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불법도 자행된다. 대행료 산정 시 책정한 인원보다 적은 수를 고용해 탈세와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우도 있고, 대행계약서에 계약금을 적지 않고 계약하거나 원가를 실제보다 과다하게 책정해 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있다.

청소용품이라도 넉넉했으면

김영화 씨의 담당구역은 학교 정문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도로다. 학생들이 지나다니면서 버린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쓸어 한 곳에 모아놓으면 차가 와서 싣고 간다. 오후 업무도 똑같다. 쓰레기가 많으면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주워야 하지만 별다른 일이 없으면 오후 5시에 하루 일과를 마친다. 어찌 보면 매우 평범하고 단순한 일상이다. 하지만 예의 없는 학생들 때문에 일하는 마음은 수시로 바뀐다.

“젊은 학생들이 재떨이가 앞에 있어도 꽁초를 다른 데 버려요.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데 요즘 학생들은 힘든가 봐요. 우리가 자라던 때와는 사고 방식이 많이 다르네요. 애정행각도 심해요. 여학생들 노출도 심하고요. 어른이 옆에 있든 없든 신경을 쓰지 않아요. 집에서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있을 때는 자제하고, 얼굴이라도 돌리는 자세가 필요해요. 배운 사람들이 예의를 차려야죠.”

정숙자 씨의 담당은 강의실과 복도, 화장실이다. 무거운 쓰레기는 남자 미화원이 내려주지만 건물 청소는 대부분 여자 미화원들이 맡는다. 정 씨는 학생들이 오기 전 강의실과 복도를 돌아다니며 쓸고 물걸레질을 한 뒤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청소한다.

“강의실 바닥에 껌을 버리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거 떼려면 무척 힘들어요. 휴지나 종이에 싸서 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학생들, 화장실 좀 깨끗이 써주세요. 뭘 버렸는지 막혀있는 변기도 많고 너무 더러워요. 오히려 남학생들 화장실이 깨끗해요. 또 실습 끝나면 쓰레기를 모아서 휴지통에 넣어줬으면 좋겠어요. 너무 많은 걸 바라나요? 공부나 열심히 해요. 쓰레기는 우리가 치울 테니까. 근데 쓸만한 물건까지 버리는 학생들이 많아요. 깨끗한 종이도 버린다니깐요. 문제예요, 문제.”

늘 똑같고 익숙한 일을 해도 업무강도는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미화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축제 기간이 제일 힘들어요. 쓰레기가 산더미 같거든요. 학생들이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줄 몰랐어요. 등록금이 얼마나 비싼가요. 힘들게 돈 벌어서 학비대는 부모들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청소는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봄에 꽃이 지고, 가을에 낙엽이 질 때,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는 일이 몇 배나 늘어난다.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면 바빠요. 동산이나 잔디밭에 떨어진 낙엽은 갈퀴로 긁어모았다가 한 번에 치우면 되는데, 도로에 쌓인 낙엽은 매일 쓸어야 하죠. 꽃이 질 때도 힘들어요. 보기에는 좋아도 밟으면 도로에 붙어서 애를 먹죠. 거기에다 비까지 내려봐요. 잘 쓸리지도 않아요. 겨울에 눈이 오면 학교에 근무하는 미화원들이 모두 나와 쓸어요.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눈이 녹으면 빙판이 지고 더러워지기 때문이에요. 한쪽에 모아두면 낮에 차가 와서 싣고 가요.”

미화원들은 청소용품이 부족해서 애를 먹는다.

“평소에는 작업량이 많지 않아요.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할만해요. 근데 세제, 장갑, 쓰레기봉투 같은 청소용품이 부족해요. 사정은 있겠지만 이런 소모품들이 풍부하지 않으니까 청소하기가 더 힘들어요.”

서민들이 잘사는 나라

김영화 씨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정치는 잘 모른다고 미리 손사래를 치며 질문을 막았지만 그가 원하는 세상은 확실했다.

“서민들이 잘사는 나라가 돼야 해요. 모두 다 잘살게 해준다더니 더 어려워지는 것 같네요. 제 아들이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가 더 올랐다고 해요. 사는 게 자꾸 못해지는 것 같아요. 좋은 나라 운동본부라는 프로그램을 보니까 세금 안 내는 부자들이 더 배짱이더라고요. 집을 몇 채나 갖고 있어야 하나요? 가족이 함께 살 집 하나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아요. 강제로 내게 해야 해요. 그런 게 답답해요.”

정숙자 씨는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을 앞에 세운다.

“정치는 잘 몰라요. 뉴스에서 비정규직 얘기가 많이 나오던데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믿는 게 하나 있다면 홍희덕 의원이에요. 미화원이었으니까 우리 사정을 잘 알 거 아니에요. 다른 의원들은 몰라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나 우리 속사정을 알지.”

공무원이 아니에요

환경미화원은 공무원이 아니에요. 시나 지자체에서 뽑는 직원이죠. 미화원에게는 공무원연금이 지급되지 않거든요.

환경미화원이 되려면

나이 제한은 없어요. 하지만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하죠. 체력장 같은 시험이에요. 과목은 10kg 모래 들고 달리기, 50m전력질주, 윗몸일으키기 등이에요. 모집공고는 구청에서 자체적으로 뽑기 때문에 날짜를 수시로 확인한 뒤 일정에 따라 접수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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