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한겨울 매서운 저녁 찬공기를 가르는 경기도민들의 분노의 함성소리가 수원역 일대를 뒤흔들었다. 손에 손에는 ‘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이라는 피켓을 들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경기 2차 추모촛불문화제’가 26일 저녁 수원역 남측광장에서 열렸다.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분향소’ 앞에서다.
이날 추모촛불문화제는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에서 주최했다. 고 김용균 경기시민대책위에서 주관했다. 경기도민 50여 명이 참여했다. 사회는 일하는2030 박승하 대표가 봤다.
대학생인 윤재민 아르바이트노조 조합원은 편의점 노동자 사망사건, PC방 살인사건 등을 언급하며, “산재 사망사고는 알바 노동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윤 조합원은 “대학생도 졸업하면 비정규직이 될 운명이다. 현재 생기는 일자리 모두가 비정규직”이라며 “제가, 제 친구들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회에 살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나와 마이크를 잡게 됐다”고 했다.
이가희 특성화고권리연합회 경기연합회 대의원은 “저희는 전문적인 지식을 배워 전문분야 기술자가 되기 위해,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일을 나가고 먼저 사회생활을 한다”며 “하지만 지독한 사회에서 저희 같은 학생들은 무차별적으로 당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대의원은 “하루빨리 정부에서는 법과 제도를 바꿔, 더 나은 노동환경을 제공하는, 우리 부모님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며 “온갖 비정규직이 없는 사회를 간절히 원한다”고 절규했다.
이인신 수원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싼 전기값에 파견노동자들의 안전값이 포함돼 있다. 그나마 싼 전기값이 조금이라도 안전관리에 투입이 됐다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고 김용균 노동자가 죽은 태안화력발전소가 있는 충남에서 만든 전기 대부분을 경기도민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위해 지금도 수많은 발전소 라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활동가는 “노동과 환경, 환경과 노동은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다.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소식을 접하고 굉장히 반성을 했다”며 “환경운동가로서 대체 에너지 싸움을 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잊어버렸던 것 같다.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추모촛불문화제를 마친 경기도민들은 수원역 남측광장에서 로데오광장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로데오 거리를 오고가면서 홍보활동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