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2030 박승하 대표. ⓒ뉴스Q 장명구 기자

제가 김용균 청년노동자보다 열두 살이 더 많네요.

일하는2030은 월요일부터 수원역에서 ‘파견법 폐지 1000만 서명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특히 10대, 20대 청년, 청소년들이 많이 정말 동참합니다.

파견법 폐지, 바로 되지도 않을 겁니다. 절차로 보자면 공공기관 외주 금지가 먼저입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정규직을 고용형태가 아니라, 일제강점기나 분단과 같은 하나의 체제로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비정규직 자체에 저항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일하는2030의 회원들 85%가 비정규직입니다. 저도, 주변 청년들도 노동현장이 연중 서너 번은 바뀌고 분기마다 실업자가 되고 있습니다. 현실입니다.

어제 어머니한테 김용균 노동자 얘기를 했더니 듣자마자 우셨습니다. 나이 60 넘어 그렇게 눈물이 많기가 쉽지 않은데 한참을 우셨습니다.

한편, 저는 어제 잠을 못 잤습니다.

김용균 노동자가 죽기 직전에 숨 끊어지기 직전에 뭔 생각을 했을지 상상해 봤습니다.

며칠 전에 대통령을 만나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요구를 전달하고 싶다했는데 실제로 만나면 어떻게 얘길 해야 할까? 서른 살에 뭘 하고 있을까? 마흔 살, 쉰 살에는 또 뭐가 되어 있을까? 결혼은 언제 하고 전기기능사 자격증 쓸 수 있는 공기업 준비는 어찌할까? 비정규직 없애자고 마음 먹었는데 어떻게 진행할까? 발전소 동료들과 무엇을 잘해 볼 수 있을까?

이 모든 가능성을 법과 자본과 짐승 같은 자들이 공모해서 죽였습니다.

서부발전의 범죄는 살인죄입니다. 법인 자체가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비정규직이 존속되는 한 국가 역시 살인교사범입니다.

비정규직은 거대한 체제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파괴하는 역사상 가장 잔인한 괴물입니다.

우리는 골방에서 컵라면 먹고 비정규직으로 기업에게 이용만 당하다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일제의 만행으로 사람이 죽고 고통받았기에 독립만이 답이었습니다. 그리고 냉전 시기 분단의 모순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죽고 핍박받았기에 때문에 평화와 통일이 정답입니다.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젊은 노동자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돈에 의해 저울질 당하고, 인간답게 살지 못한다면, 하청노동, 파견노동,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저도 죽을 때까지 비정규직 철폐 작업을 하겠습니다. 우리 대신 죽은 김용균 노동자, 김용균 동지를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운송설비점검 김용균 비정규직 외주노동자 김용균 동지와,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 일하는2030 박승하 대표가 19일 저녁 수원역 남측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경기추모제’에서 발언한 내용을 정리해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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