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홈플러스 노조 북수원지부 최형선 지부장

홈플러스가 생긴 지 14년만이다. 지난 3월 24일 홈플러스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그동안 홈플러스 노사는 40여 차례 단체교섭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지난 24일 홈플러스 노조는 쟁의행위에 돌입, 간부파업을 벌이고 있다. 오는 1월 9일엔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하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4개 지역본부, 16개 지부로 구성돼 있다. 조합원 수는 1,500여명에 달한다. 정규직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부분은 비정규직 노동자다.

홈플러스 노조 북수원지부도 중앙의 지침에 따라 간부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북수원지부에는 190여명의 직원 중 110명 정도의 조합원이 있다. 대부분 이른바 아줌마들이고, 전부 비정규직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6개월 단위 계약직 조합원 몇 명을 빼고는, 거의 모든 조합원이 2년 이상 근무해 무기계약직이라는 점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왜 쟁위행위에 돌입했을까? 30일 오후 수원 장안구에 있는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에서 최형선(49) 북수원지부장을 만났다.

최 지부장이 홈플러스 북수원지점에서 근무한 지는 11년째다. 친절사원으로 뽑히기도 여러 번. 그동안 쭉 계산대에서 체커로 일하다, 1년 전부터는 고객센터에서 고객들을 1대 1로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오후 3시 50분 출근, 다음날 새벽 12시 20분에 퇴근한다. 퇴근 후에는 교통편이 없어 주로 집까지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가정적으론, 사랑하는 남편과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딸 하나를 두고 있다.

▲ 홈플러스 노조 북수원지부 최형선 지부장. ⓒ장명구 기자

- 입사한 지 꽤 오래 되셨네요?

그런데, 갓 입사하거나 오래 다니거나 임금 차이가 별로 없다. 차이가 거의 없는 게 문제다. 시급도 별 차이 없다. 수당에서도 50원, 100원 차이밖에 안 난다.

- 껌 값도 아니고.

그러게요.

단체교섭을 하는데 사측에서 ‘갓 입사하나 오래 다니나 하는 일에 차이가 없으니 근속수당도 줄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해 한번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처음 입사해 근무할 땐 애사심이 강했다. 그런데 오래 일한 근무자들을 무시하는 게 너무 심하다.

- 본론에 들어가서, 홈플러스 노조가 쟁위행위에 돌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홈플러스 노조에선 단체협약 조항으로 152개 항목을 내세웠다. 그중 핵심쟁점은 10분 단위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0.5시간 계약제’다. 5.5, 6.5, 7.5시간 근무제를 8시간 근무제로 해 달라는 것이다. 0.5시간 계약제엔 노동자들에 대한 불이익이 숨어 있다.

사측에선 직원들의 여가생활을 보장한다며 5.5시간, 6.5시간, 돈 좀 벌어야 한다고 하면 7.5시간 계약제로, 마치 직원들을 위하는 척 했다.

그런데, 연장근무를 6.5시간 직원에게만 준다. 7.5시간 직원에겐 안 준다. 왜냐하면, 2시간 연장근무를 해 8시간이 넘으면 연장근로수당을 줘야 한다. 연장근로수당을 안 주려고 6.5시간 근무하는 직원에게만 2시간 연장근무를 시키는 것이다.

6.5시간 직원이 2시간 연장근로를 하면, 8.5시간 근무이다. 법정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다. 1.5시간 즉, 1시간 30분은 그냥 일하는 것이다. 0.5, 30분만 연장근로수당을 주면 된다. 그러니, 6.5시간 직원이 연장근로를 아무리 해 봐야 7.5시간 직원과 월급이 비슷하다.

성과급(PI)이나 보너스(PS)는 기본급을 기준으로 따진다. 6.5시간 직원은 연장근로를 해 7.5시간 직원보다 거의 똑같이 일하거나 더 일하는데도 성과급이나 보너스를 덜 받게 된다.

영업 직원은 7.5시간 근무를 한다. 11시, 12시에 끝난다. 마감 미팅을 1~20분 정도 한다. 실제 노동시간은 8시간인 셈이다. 종료시간에 일을 끝내 줘야 하는데, 봉사활동 하는 것이다.

최근엔 10분이 줄어든 계약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6.5시간 일하던 것을 6.4시간 즉, 10분을 줄여 계약하는 것이다. 결국 노동량은 똑같은데 계약시간만 줄어드니, 일은 똑같이 하고 월급만 줄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0.5시간 계약제에 숨어있는 불이익이 엄청 많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8시간 계약제를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만 내놓고 있다.

▲ 지난 27일 홈플러스 북수원지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0.5시간 계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최형선 지부장. ⓒ장명구 기자
- 부서별로도 임금이 차이가 난다고 알고 있다.

축산, 수산, 가공, 계산대(CS) 모두 임금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어떤 근거 없이 정한 것이기에 불공정하다. 임금을 똑같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사측에선 이유 없이 차이가 나는 것임에도 못 바꿔 주겠다고 한다.

- ‘0.5시간 계약제’라는 말이 워낙 생소한데, 좀더 다른 사례는 없나?

얼마전 계산대에서 몇 년 일하다가 무인계산대로 1~2명이 옮겼다. 계산대는 7.4시간인데 무인계산대는 7.5시간이다. 그럼에도 옮긴 지 8개월이 되도록 7.4시간 코드로 임금을 넣어 준 것이다.

10분의 임금 차이니, 차이가 얼마 안 난다. 당연히 7.5시간 코드로 받는 줄 알았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본인이 월급 계산을 해야 하냐’고 따진 적이 있다.

근로기준법상 밤 10시 이후부터 야간근로수당이 나온다. 11시에 퇴근하면 야간근로수당이 나온다. 그런데 ‘0.5시간 계약제’다보니 10시 30분에 퇴근하면 야간근로수당이 안 나온다. 30분짜리 연장수당 코드가 없다는 이유다. 10시부터 야간근로수당이 나오는데 0.5시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모두 ‘0.5시간 계약제’의 불이익이다. 그런 불이익이 ‘0.5시간 계약제’ 사이사이에 엄청나가 숨어 있다.

또 하나, 이 얘기도 꼭 실어 달라.

매출이 떨어진다고 7.5시간 계약에서 6.5시간 계약으로 바꾸어 버린다. 계약 후퇴라 불법이다. 거부하면 힘든 부서로 강제로 이동시킨다. 개인적으로 대응을 못하니 사측 마음대로다.

한번은 매출이 안 나온다고, 계산대에 있던 직원들을 제비뽑기 시켜서 7.5시간 계약제에서 6.5시간 계약제로 바꾼 적도 있다.

수산에서 7.5시간 계약제로 있다가 계산대로 강제로 이동해 6.5시간 계약제가 되면서, 임금이 줄어 그만둔 사례도 있다.

관리자한테 찍히면 타부서로 옮기고, 계약시간 줄이고... 이런 식으로 올바른 소리를 못 내게 악용하는 것이다.

- 출퇴근 시간이 뒤죽박죽인 것도 문제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출퇴근 시간이 다 틀리다. 하루 전이나 빨라야 3일 전에 출근시간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당일 아침에 출근시간이 정해지기도 한다. 사측에서 출근시간을 통지하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 퇴근자들이 자기 조원들에게 다음날 근무할 인원을 파악해 출근시간을 알려주는 식이다. 비상식적인 것이다. 출퇴근 시간이 뒤죽박죽이다보니 개인 생활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11시에 퇴근하면 교통비를 지급토록 돼 있다. 교통비 덜 주려고 10시 30분에 퇴근하는 코드를 주기도 한다.

- 쟁의행위에 돌입한 후 사측과의 단체교섭은 좀 진전이 있나? 앞으로의 투쟁 계획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사측에 개선안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협상테이블을 마련해 달라고 통보해 놨다. 전혀 개선안이 없는 것 같다.

오늘(30일)부터 각 지부별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9일 하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 쟁의행위에 함께하고 있는 조합원들이나 홈플러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한말씀?

조합원들은 정말 너무 오랫동안 땅만 보고 살았다. 조금씩은 노력했지만, 너무 불편해도 우리가 작다보니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노조가 생기니 환호하고 조그만 것도 바꿀 수 있구나, 이렇게 바뀌니까 정말 좋구나, 노조에 가입해 주었다.

조합원들이 그동안 못 찾았던 권리 찾아서, 당당하게 우리도 할 수 있구나, 보여 줬으면 한다.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너무 힘들게 일하고 있다. 시민들께선 불편하시더라도 소비파업에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 파업 후 더 좋은 서비스로 찾아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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