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주 52시간 근로 법제화’ 시행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근로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연평균 근로시간이 2,16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2,237시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연평균 근로시간인 1,770시간을 크게 앞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근로시간 단축은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 개정의 올바른 취지는 오간 데 없고 노동자들의 임금이 축소되고, 고용창출은 미지수입니다. 제가 다니는 기아자동차도 7월 1일부터 법 개정에 의하여 주 52시간을 시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근무형태가 변경되면 노사 간 합의해야 실시됩니다. 그러나 회사는 노사 합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의도는 ‘주 52시간 근로 법제화’를 핑계로 그동안 진행되었던 비 생산특근과 잔업을 없애려고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노동자들의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주 52시간 내 노동시간은 건드리지 말고 그 이상의 노동시간에 대해서 협의하고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회사는 시행이 된 지금에도 문제점에 대해 협의하거나 논의하지 않습니다.

정권과 자본은 자신들이 불리한(법 위반 시 징역2년에 벌금 2,000천만원) 것만 6개월 유예를 했습니다.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은 현실입니다. 노동시간은 줄었을지 몰라도 당장 월급봉투의 무게가 가벼워집니다.

의료, 주택, 학비 등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월급봉투가 가벼워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입니다. 그것도 한 달 사이에 말입니다. 이 고통은 대기업을 다니는 노동자든, 중소기업을 다니는 노동자든 같습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 특히 생산직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월급은 기본급이 낮고 각종 수당으로 지급됩니다. 특히 잔업수당은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잔업과 특근이 줄어든 만큼, 기본급이 상승하여 일정부분 기존에 받았던 월급과 맞추어야 하는데 무작정 노동시간만 축소하는 것은 잘못된 정부의 시책입니다.

또 이 법을 이용하여 아무 문제없이 진행되어 온 잔업과 특근을 없애고 있지도 않은 가상 생산특근 시간을 삽입하여 노동시간을 고의로 늘리고 임금을 축소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어디 이것뿐입니까? 기아자동차는 지난 2017년 8월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1심 패소 당했습니다. 현재 2심이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1심을 뒤집고 승소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대법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회사는 지불의무를 갖게 됩니다. 이는 체불임금뿐만 아니라, 미래에 지급해야 될 통상임금도 해당되기 때문에 주 52시간 내에서 특근과 잔업을 폐지시키는 것입니다.

정부와 재계 그리고 회사는 노동시간을 축소시키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올바른 대안과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모든 문제점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불신만 키울 뿐 본질에 다가서기 어렵습니다.

주 52시간 법 개정과 맞물려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은 비단 기아자동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얼마 전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확대하면서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왜 노동자들만 당해야 할까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노동자와 함께할 수 있는 정치단체(정당)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힘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들은 노동자를 봉으로 알고 비아냥거립니다.

한 예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방선거 시기 최저임금법 개정 관련 시위하는 민주노총 간부에게 ‘대선 때 문재인 찍었냐?’고 발언했습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은 단체나 개인은 비판할 자격도 없다고 이야기한 것과 같습니다. 또한 민주노총이 지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읽힙니다. 아주 오만하고 격분할 만한 발언입니다.

지금 정권과 자본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려면 달라져야 합니다. 투쟁을 하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힘 있고 당당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확대되고 강화된다면 그리고 미래가 준비되어 있다면 정궈노가 자본이 달리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는 아쉽게도 무엇을 당하고 나서야 느낍니다. 최저임금법 개정과 주 52시간 법제화 시행에 따른 결과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요? 십여 년 전에 시작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아닐까요? 그 길을 향해 도도히 걸어가야 합니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전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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