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길수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건국의 시발점이라는 점을 재확인함으로써, 내년이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였다.

이것이 단순한 수사(修辭)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 들어 ‘역사 바로 세우기’에 값하는 여러 가지 실천들이 꾸준히 전개되어 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의 대화 물꼬가 트이고 공개적으로 대북, 대남 특사가 남북 정권의 최고 수장의 친서를 주고받는 상황 또한 ‘역사 바로 세우기’ 흐름에 긍정적인 상황의 전개라고 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2019년의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건국 100년은 우리 민족에게 중차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심증이 더욱 굳어지고 있다. 100년에 즈음한 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100년의 대한민국사의 큰 향방이 결정되리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명제에 기대어, 100년 전후의 한반도 상황과 오늘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지금의 우리 처지, 우리 앞에 놓인 과업이 좀더 분명해진다. 약 150년 전부터 100년 전까지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반도는 제국주의의 서세동점의 끝자락에서 자주적인 근대화에 실패하여, 이 땅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던 중, 러, 일 사이에서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한때 세계사적 전범국가로 전락했던 일본은 150여년 전 명치유신으로부터 시작되었던 ‘영광의 제국’의 부활을 향하여 미친 질주를 계속하고 있고, 미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처하며 내밀하게는 한반도를 일본의 손에 내맡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중 특기할 만한 점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수많은 좌절을 딛고 절치부심 힘을 키워 온 중국이 대국굴기(大國屈起)의 최후 승자가 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 힘겹게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이 지금 문재인 정부하의 대한민국의 상황이다.

낙관적인 눈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지난 100여 년의 세계사에서 거의 유일하게 후진국, 피식민지국가에서 중진국의 최상층 내지 선진국의 직전 단계에 도달한, 기념비적인 성취를 이룩한 국가로 평가된다.

게다가 최근에만 해도 범세계적인 한류 열풍이나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치러낸 8번째 나라 등의 성과를 놓고 보면, 인구수 5천만(남한, 25위)에 국토면적 109위인 나라로서는 최선의 성취를 이루었다고 해도 크게 비판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아울러 수백 만 명의 희생자를 낸 3년간의 전쟁을 겪었고, 그 와중에 산업기반이 철저하게 파괴되었던 폐허 위에서 이룩한 성과이기에 ‘기적’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자본주의 세계화의 미개척지로 남겨져 있는 ‘북한’은 우리로서는 경제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기회의 땅’으로서의 잠재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희망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비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우리는 여전히 남북 대치 상황에서 세계에서 무기 밀집도가 가장 높은 상황에 놓여 있으며,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게다가 세계 최대 규모의 ‘외국군 기지’가 국가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시작전권은 외국군의 손에 쥐어져 있는 ‘미완의 독립국’이기까지 하다.

특히 화려한 경제적 성취 이면에서 기초과학은 물론 인문, 사회 과학 수준의 열악함, 제 방면의 원천기술 부족, 나아가 최근의 ‘미투’운동에서 보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의 이면은 다양한 층위에서 후진성을 여전히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등은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0년의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는 큰 좌절과 큰 성취 사이를 롤러코스트를 타며 지나왔다. 사회 변동의 폭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의 발전 정도가 초보적이라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다르게는 ‘수출중심국가’로서의 경제발전을 추구해 온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외재적인 변수’에 그만큼 크게 좌우된다는 뜻도 된다. 지난 100년의 세계사가 격동의 세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선열들이 고난의 역사, 시대 환경을 헤쳐나온 그 처절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종으로 150~100년의 역사, 횡으로 미 본토에서부터 중국 대륙과 러시아의 광활한 시공간까지 망라한 가운데, 세계인의 이목을 안고 대북 특사가 방북길에 올랐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교류 정례화와 같은 ‘작은 성취’에서부터 북미핵협상을 포함하는 북미평화협정으로의 길 같은 ‘큰 성취’에 이르기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수도 있고, 큰 기대 끝에 실망만 커질 수도 있다.

희망이든 실망이든 이번 방북에 얻은 성적조차 금세 배반과 배신, 장벽과 심연의 거듭된 시련에 노출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꿋꿋이 밀고 나가며, ‘한반도 운전자론’ 같은 100년 묵은 과업, 우리가 한 번도 성취해 본 적이 없는 큰 과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아가는 상황을 놓고 보면, 눈앞의 성패(成敗)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우리 역사의 큰 흐름이, 크게 재형성되는 100년의 역사를 음미하면서, 우리 민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는 비극의 역사를 써 나가지 않도록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초심을 지켜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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