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뉴스Q

아침에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 저녁에 서쪽으로 지며 하루해가 저물듯이 2017년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각자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쓴웃음과 함께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며 회사 동료와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이 많아진다. 잦은 만남과 더불어 이야깃거리도 많다.

얼마 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분이 나에게 “2017년 한 해를 어떻게 기억하냐?”고 물어왔다. 서슴없이 ‘촛불과 대통령 탄핵’이라고 말했다. 또다시 묻는다. 그것 말고 당신에게 있어서.... 다시 말했다. ‘촛불과 대통령 탄핵!’

‘촛불과 대통령 탄핵’은 나에게 있어서, 그리고 지난겨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의 주요 거점 도시에서 촛불을 들었던 모든 이들에게, 아니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잊을 수 없는 역사이고 추억일 것이다. 이 역사이고 추억인 촛불과 대선은 나와 어떤 관계가 있기에 흔한 술자리에서 그것도 개인적으로 물어본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했을까?

우린 나의 삶보다 아이들의 삶이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안전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유난히 2014년 4월 16일 침몰하던 세월호를 잊을 수 없다. 피해자의 가족도, 유가족도 아니지만 세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온전한 대한민국을 꿈꾸는 한 사람으로서 추운 겨울과 그 넘어 봄에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기억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지난해 10월 첫 촛불을 시작하면서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 결정이 있기까지 연인원 1,700만 명이 참여했다. 그 힘으로 대통령이 파면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대통령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었다.

대통령이 파면되고 새롭게 당선된 대통령은 초반 파격적인 행보와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듯 했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안전불감증에 발생하지 말아야 할 대형사고를 TV와 언론을 통해 목도해야 한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아직도 법외노조로 해를 넘겨야 한다. 한반도 정세는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는 위기국면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탄압 인물인 이석기 의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과 사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적폐청산-에 대해 속시원히 풀리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과 여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지만 누구의 눈치를 살피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촛불로 시작한 2017년은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2017년에 대한 기억을 묻는 질문에 ‘촛불과 대통령 탄핵’이라고 말한 것이 지인은 황당할 수 있겠다 싶지만 필자에게 있어서 당연한 것이었다.

머릿속에 아직도 광화문광장의 촛불을 잊을 수 없고, 전철을 타고 서울로 상경하는 시간에 라디오를 통해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귀를 의심하다가 환호를 했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2017년을 기억하는 것이 다를 수 있을지 몰라도 희망찬 새해를 꿈꾸는 것은 하나였으면 좋겠다.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전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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