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산교통 버스기사 A 씨

▲ ⓒ오산교통 버스기사 A 씨

졸음운전으로 최근 경부고속도로에서 2명의 사망사고를 낸 경기도 오산시 오산교통이 다시 큰 사고를 낼 뻔 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12시 30분께 오산시 양산동에서 화성 방면으로 운행 중이던 오산교통 시내버스의 운전석 쪽 앞바퀴가 갑자기 빠져 버린 것이다.

시내버스는 앞바퀴가 빠진 채로 10여m 정도를 달리다가 1차로에 주저앉았다. 바퀴를 고정시키는 볼트 8개가 부러졌다. 바로 앞서 지나온 구간이 가파른 비탈길이어서 조금만 일찍 앞바퀴가 빠졌어도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지난 4일 오후 사고가 난 장소 근처 한 아파트에서 버스기사 A 씨를 만났다.

무엇보다 A 씨는 사고에 대처하는 회사 측의 태도에 분개하고 있었다. 사고야 언제든 부지불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사고가 났는데도 ‘예비차 타고 지금이라도 나가야 되지 않느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농담하시는 거죠?’라고 얘기했어요.”

몸도 그렇지만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A 씨는 사고 당시 5~6초 동안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당연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산재처리도 안 되는 거예요. 일단 제 사비로 치료를 받으라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하니, 차체불량인지 정비 불량인지 확인이 될 때까지는 치료비를 내줄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러고 싶지는 않다고 했지요.”

그러면서 A 씨가 전하는 오산교통 버스 운행 실태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운행 중에 앞바퀴가 빠지는 사고쯤이야 오산교통에선 자연스러울 정도라는 얘기로 들렸다. 이 같은 사고는 “오산교통 버스기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버스기사가 엔진오일도, 부동액도 점검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정비의 다예요. 라이트 깨진 것도 버스기사가 갈아 끼워요. 버스기사가 정비사는 아니잖아요! 얼라이먼트가 안 맞아서 속도가 60km 넘어가면 버스가 덜덜덜 떨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어떤 버스기사는 타이밍벨트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정비를 부탁했더니 끊어진 다음에 오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것부터 해결해야지요. 버스기사들이 안심하고 운행할 수 있게 해줘야지요.”

지난번 경부고속도로에서 M버스 사고가 난 후 회사에선 무슨 대책이라도 세웠을까?

“아침에 음주 체크해요. 그 전에 음주 체크는 없었거든요. 그리곤 아무것도 없지, 뭐! 뭐가 있어요!”

A 씨는 노조에 대한 불만도 대단했다. “회사보다 노조가 더 괘씸하다”고도 했다.

“노조에서 도와주는 게 하나도 없어요. 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가보겠다고 하니까, ‘니가 알아서 해’라는 거예요. 이런 일이 생기면 노조에서 먼저 앞장서서 해결해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A 씨는 몸과 마음의 안정을 취할 시간이 필요했다. 노조에서 조금만 신경 써 주면 가능한 일이었다.

“노조에서 3일이 아니라 1주일이라도 쉬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운전기사 잘못이 아니잖아요! 차체불량이든 정비 불량이든 회사에서 지정해 준 버스를 타고 나가다 사고가 난 겁니다. 노조에서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찾아줘야 되는 거지요.”

회사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지 않냐고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야 잘리기밖에 더 하겠어요? 회사에 무리한 것을 바라는 게 아니잖아요! 보상으로 회사에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진정한 사과와 대책을 요구하는 거예요. 없는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이지 A 씨가 바라는 것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 거지? 한번 생각해 봤어요. 제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에요. 정신적인 보상을 바라요. 누가 와서 미안하다 잘못을 시인하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어요. 회사든 정비 쪽이든 그런 게 전혀 없어요!”

▲ ⓒ오산교통 버스기사 A 씨
▲ ⓒ오산교통 버스기사 A 씨
▲ ⓒ오산교통 버스기사 A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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