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포고령 실화 시리즈 제4화

이 수기는 미국 신은미 교수의 제의로 묻혀 있는 현대사 바로알기 차원에서 10회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이 글은 페북 공유는 가능하나 언론 연재는 필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수꼴언론에 무단도용 당함을 방지하기 위해섭니다.[글쓴이의 말]

▲ 88년에 발간된 삼청교육대 수기-정화작전. 이 글 연재하는 동안 독자였던 김시영 선생께서 보관하고 계시던 책을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습니다. ⓒ이적 목사

박영덕, 그는 한쪽 팔이 없는 젊은이다. 내무반에서 곧잘 하는 빨간 모자 조교들의 심심풀이 땅콩으로 실시하는 (자기 고백) 시간에 들은 얘기로는 계모에게 학교 등록금을 달라고 했다가 안 줘서 투정부리다가 존속 폭행죄로 들어왔다고 했다. 물론 자신은 새어머니를 때린 적이 없다고 했다. 존속폭행을 했으면 교도소로 가지 왜 여길 왔겠냐고 했다.

조교의 눈이 옆으로 찢어졌다. 그리고 입술이 묘하게 비틀렸다.

“이 병신 새끼가 사람대접 해주니깐 대들어?”

그는 3미터 전방에서 붕 날았다. 그리고 박영덕의 가슴을 사정 볼 것 없이 가격했다. 외팔이 박영덕이 연병장을 떼구르르 굴렀다. 조교 서너 명이 박영덕을 짓밟기 시작했다.

박영덕의 비명이 치악산에 메아리 쳤다. 박영덕이 폭력적 린치를 당하는 시간에 우리는 계속 목봉 고문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방송기자는 다시 방송을 시작했고 어느새 우리는 문신 많은 깡패로 조작되었다. 그 방송은 전 국민에게 공개되었고, 이 방송을 본 전 국민은 삼청교육대를 전부 깡패집단으로 오도했다.

삼청은 전두환 대통령의 치적이다, 깡패 소탕 참 잘하는 시책이다 라는 의식이 전 국민에게 넓고 깊게 퍼져 나갔다. 건달 몇 명을 앞세워 양민들까지 깡패집단으로 만들어 내는 그들이 두려웠다.

기가 막힐 정도로 백성들은 전두환에게 충실히 세뇌되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백성들은 순박하고도 착했다.

전두환을 위대한 영도자로 모셨고 누구도 그의 시책에 불평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신문도 방송도 전두환의 충실한 하수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문신, 목봉, 방송 당일 맨 앞줄에 섰던 문신 건달 몇 명은 방송이 끝난 후 화랑담배 한 보루씩을 하사 받고 싱글벙글 했다. 기가 막힌 깡패 조작극의 실상이, 바로 이것이다.

삼청순화교육대가 막 4주를 마감할 즈음이었다. 그때부터 이 지옥의 순화교육대를 벗어나는 것이 우리에게는 초특급의 관심사항이었다.

C급은 전원 출소하지만 B급은 못 나간다는 말이 떠돌았다. B급은 최전방에 끌려가 6개월간 노역을 한다고 들려왔다. 그리고 무전과자도 출소를 시킨다고 들려왔다. 나는 거기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으나 헌병대 중위와 행정조교가 성고문할 때 내뱉은 말을 서글프게 기억에 떠올려야 했다.

‘이 새끼 너는 못 나가. 영원히 이곳에서 살게 해주겠다.’

그래도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을 짐승으로 취급하는 인간 도살장.... 이곳에서 한시바삐 탈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녁. 마지막 점호시간에 화장실을 열 지어 갔다. 하낫 둘, 하낫둘, 구호에 발맞추어 가다가 조교의 “용변 실시!” 지시가 떨어지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조교의 구호가 떨어졌다. 우리는 우루루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때였다. 박덕봉 씨가 주머니에서 건빵 한 봉지를 꺼냈다. 그리고 함께 간 여섯 명에게 건빵 몇 알씩을 급히 나눠 주었다. 굶주림에 지쳐 있던 동료들의 눈에 총알이 튀었다. 나눠 받은 건빵을 받아들고 똥 칸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조교의 눈을 피하여 대변실로 들어간 것이다. 지독한 인분 냄새가 코를 찌른다. 동료들은 숨죽여서 그곳에서 건빵을 씹기 시작했다. 인분 냄새의 더러움도 없었다. 오직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생존의 본능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행복감도 잠시였다. 소변 보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 조교가 화장실 안으로 튀어 들었다. 똥 칸의 문을 콱, 콱, 콱 열어제낀 빨간 모자는 예상치 못한 모습을 발견하고는 전원 바깥으로 집합을 명령했다.

그러나 조교의 말이 먹히지 않았다.

“비깥으로 즉시 집합!!”

하고 여러 차례 외쳤지만. 동료들은 손에 쥐고 있는 건빵을 다 먹기 전에는 바깥으로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들고 있던 마지막 건빵을 입으로 쑤셔 박았다. 목이 건조해 “켁켁” 거렸지만 모두 입속에든 건빵을 입 밖으로 뱉어내지 못 했다.

나 역시 건빵 몇 알을 우물거리다 냄새나는 똥 칸에서 먹이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동료들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빡빡머리에 땟국물이 차르르 흐르는 얼굴, 씻지 못 해서 몸에서 나는 썩은 땀냄새, 이건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짐승보다 못한 군상들, 이제 곧 다가올 살인적 폭행을 무감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때, 미리 대기하고 있던 5분 대기조가 화장실 안으로 들이 닥쳤다. 후다닥, 그들의 몸놀림은 날쌨다. 그리고 곤봉을 닥치는 대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퍽퍽!” 머리 터지는 소리, 단말마적인 비명소리. 그래도, 입에 든 것을 뱉어내지 않고 우물거리는 군상들. 아아! 지옥이 따로 없었다.

나는 등짝으로 곤봉을 서너 차례 가격 당하곤 밖으로 후다닥 튀었다. 5분 대기병 한 놈이 내게 붙었다. 무자비한 몽둥이찜질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무반에 남아 있는 동료들까지도 불러내어 공동책임을 묻는다며 밤새도록 연병장에서 낮은 포복을 돌렸다. 2백 미터 트랙을 스무 바퀴쯤 돌았을 때 그들은 “기상!”을 명했다.

3소대 동료들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려져 있었다. 어디선가 마을에서 새벽닭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에 안 사실 이지만 이 죽음의 화장실 사건은 조교들의 흉계에 의한 조작사건이었다. 이후에 건빵을 나누어준 황덕봉 씨는 모든 훈련에서 열외를 받은 것이 그 증거였다. 그는 동료들이 죽음의 고문훈련을 받을 시간이면 내무반 지킴이로 늘 열외되었다.

드디어 출소자 명단이 발표될 날이었다. 이날은 출소자는 나가고 낙오자는 삼청근로봉사대로 가는 날이다. 희비의 쌍곡선이 그려질 날이 온 것이다.

그런데 아침밥을 먹고난 후 침상3선에 도열해 있는데 완전군장한 군인 두 명이 내무반 문을 활콱 열고 들어섰다. 그들은 앞에총을 하고 우리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었다.

“모두들 꼼짝마!!”

조교의 입술에서 가래 섞인 명령이 떨어졌다.

“모두 기상! 좌우로 정렬! 좌우로 정렬!”

우리도 복창을 하며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

“지금부터 명단을 부르는 사람은 바깥으로 0,1초 내로 튀어나간다. 알았나?”

“네~에!”

우리의 복창이 시작되고, 드디어 희비의 쌍곡선이 그려지는 명단이 불리기 시작했다.

‘불려 나가는 사람이 출소자냐? 아니면 남아 있는 사람이 출소자냐?’

알지 못할 수수께끼의 미로에서 삼청근로 노예후보를 가를 명단이 호명되기 시작했다.(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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