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하.

100일을 맞이하는 문재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12.28 한일합의 문서를 공개하지 않겠다 한다.

언제나 자국민에게는 강한 태도를 보였던 외교부답게 이 사안에서 상당히 완강하다. 작년 1월 관련 문서 공개를 명령한 서울행정법원 결정에 항소했던 박근혜 정권을 답습하고 있다. 의아한 일이다. 그렇다면 항상 외교부에게 당하는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8월 7일에 북미 대결을 두고 한미일 군사동맹의 공조를 주장했었다. 북미관계 관련 내용은 입이 아파 생략한다.

사실 대통령이 말한 이 동맹에서 한국은 미·일·호주 삼각동맹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따까리’다. 부시 정부시절 콘돌리사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이 다 까발렸다. 즉, 미국에겐 항상 일본의 이익이 한국의 그것보다 우선인 것.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부터 늘 그랬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한일 양국이 영토, 역사 등으로 부딪힐 때마다 미국은 철저히 일본의 손을 들었다. 따라서 촛불민중이 요구하는 한일합의의 무효화는 현재의 ‘촛불정권’이 추진하는 친미친일 외교안보노선과 상충된다. 외교부가 이런 정신 나간 결정을 하는 이유다.

내친 김에 한미일 군사동맹의 목적이 얽힌 세월호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일 공조를 언급했던 바로 그날, 세월호 선체에선 다량의 철근이 발견되었다. 그 며칠 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관련 주요 쟁점 검토>를 통해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만들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 철근들은 난데없는 물건이 아니다. 이미 작년 6월 선적의뢰서를 통해 400여 톤 철근의 실체가 확인된 바 있다. 당시나 지금이나 이 철근이 제주해군기지로 향하던 것이 아닌가하는 합리적 의심이 세월호 선체를 크게 감싸고 있다.

제주해군기지는 주한미군 해군사령부의 요구에 따라 설계되었다. 그리고 해군본부 시설공사 시방서를 통해 미 항공모함을 대상 선박으로 접·이안 및 입·출항 시뮬레이션을 실시했음이 밝혀졌다.

지난 2015년에는 주한미군 해군사령관인 리사 프란체티가 “제주해군기지 완공되면 우리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능구렁이 같은 발언까지 했다.

즉, 박살난 구럼비 바위는 주한 미 해군을 위한 제물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동아시아 지역 핵심 이익인 대중국 봉쇄를 위한 시설이다. 전후사정을 따져보면, 미국의 군사 이익을 위해 현지 주민들을 짓뭉개며 건설하던 제주해군기지로 철근을 옮기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것이다. 물론 진상이 규명되면 제대로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 해도 제주해군기지와 세월호 진상규명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의 적폐다. 즉,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왜 정부는 조사위원회 추진을 중단하고 진상규명 관련 내용이 빠져있는 보고서를 만드는가?

세월호 진상규명이 제주해군기지를 건드리게 되면 정부는 진상규명과 미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현재 미국과의 동맹에 매여 있는 문재인 정부가 바라는 그림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향후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이 전개될 때마다 이 기지를 둘러싼 의미는 더욱 복잡해진다. 참고로 작년 5월에는 욱일승천기의 자위대 함정 입항 계획이 취소된 일이 있었다.

자, 촛불민중은 ‘촛불의 통과점’을 자임하는 문재인 정권에게 두 가지를 물어봐야 한다.

하나, 헌법 수호 대상 1순위인 자국민의 이익이 중요한가, 청산되지 않은 역사의 가해자 일본과의 공조를 포함한 미국의 이익이 중요한가?

둘, 앞으로 수없이 다가올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서 번번이 미국의 요구 앞에 굴복할 것인가?

한미일 군사동맹의 포괄적 종속 앞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자랑하는 특전사 군복도 ‘나라다운 나라’도 허상일 뿐이고 민중들을 기만하는 쇼맨십일 따름이다. 적폐 중의 적폐 한미일 군사동맹을 깨지 않고선 우리 공동체는 결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대선 후보 시절, 이렇게 할 수 있는 일만 할 것이라고 실토했다면 문재인은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박승하

20살 때부터 살아온 수원과 수원사람들을 사랑한다. 평소엔 상냥하고 잘 웃고 유머를 좋아한다. 하지만 민중들을 깔보고 날뛰는 기득권에겐 들짐승과 같은 야성과 분노로 맞서는 ‘저항하는 청년’이다. 민중연합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현재는 청년노동자 권리찾기 단체 <일하는2030>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우뚝서기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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