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뉴스Q 자료사진

지난 5월 18일, ‘4.16 희망순례단’이 화성을 찾았습니다.

‘인천-안산-화성-평택’을 거쳐 팽목항에 이르는 해안선을 순례와 성찰의 길로 조성하고자 나선 두 번째 길로, 장장 53일에 걸쳐 총 800여km를 걷습니다. 이날은 화성을 통과하는 첫 날이었는데 도보순례를 모두 마치고 저녁에는 송산도서관에서 ‘수원군공항 문제, 평화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대화마당’을 가졌습니다.

문정현 신부님, 도법 스님, 한상렬 목사님 등, 지역에서는 평소에 뵙기 어려운 분들께서 귀한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야생초 편지’로 유명하신 황대권 선생님이 강연을 준비하셨습니다.

특히 황대권 선생님은 이날 ‘5.18 광주민중항쟁 기념식’도 마다하시고 오셨습니다. 현재 ‘영광핵발전소 안전성확보공동행동’의 대표를 맡고 계시기도 하여 ‘수원군공항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성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어렵게 내어주신 발걸음입니다.

‘4.16 희망순례단’ 길이었기에, 그리고 촛불혁명으로 만들어낸 조기대선이 얼마 전에 막 끝난 시점이라 ‘4.16과 촛불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시면서 ‘수원군공항 문제’에 대한 의견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도법 스님은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시민들의 논의와 노력 속에서 수준 높은 해법을 찾게 되시길 기대한다”고, 황대권 선생님은 영광핵발전소 경험을 소개하면서 “찬반을 넘어 공부하고 토론하시길 바란다. 이해당사자들이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인식과 삶의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짧은 강연을 마치고 ‘즉문즉설’, 현장에서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3년이면 족하지 않은가. 나도 첫해에 안산분향소도 가봤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나. 촛불도 마찬가지다. 천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면 또 다른 천만 명은 태극기를 들었다. 나도 두 군데 모두 다 가봤다. 4.16이니 촛불이니 이제 그만 하고, 이곳에 왔으니 어떻게 군공항을 막을 수 있을지만 이야기해 달라!”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수원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심경은 절박할 것입니다. 그리고 절박한 만큼, 내 이야기를 제발 들어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면, 나 역시 그 사람의 말에 귀를 열어주어야 합니다. 굳이 ‘연대’라는 거창한 단어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이것이 바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예로부터 ‘귀는 두 개이고 입은 하나인 이유’라고도 했습니다. 귀는 닫고 입만 열려고 한다면, 누가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겠습니까? 이 소박한 이치가 바로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근간임을 굳게 믿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수 년 간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 곳곳의 길바닥 위에서 버텨왔던 세월호 가족들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내가 살기에 급급해서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살아왔던 세월이 안타깝고 미안합니다. 그동안, 그 나름의 억울한 심경에 거리에 섰던 수많은 사연들에 대해서 내 문제가 아니라고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그 처지가 되어보니 알겠습니다. 함께 마음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우리 사회의 문제, 주변의 이야기들에 더 마음을 열고 살아 가겠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선 자리입니다.

평화와 생명을 위해 ‘수원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우리 화성시민들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잠깐 스쳐가시면서도 큰 울림을 남겨주신, 뙤약볕 내리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서해안 어느 구간을 묵묵히 걷고 계실 ‘4.16 희망순례단’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화성민주포럼 대표
화성희망연대 공동대표
박근혜 퇴진 화성운동본부 공동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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