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산스님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어느 날 왕에게 한 신하가 자기 소유의 동산에 부처님이 와 계시니 함께 가보기를 청하였다. 이에 왕은 여러 신하들과 함께 동산으로 향하였다. 가서 보니 많은 제자들이 부처님을 한가운데 모시고 조용히 둘러앉아 있었다. 그곳의 모든 사람들은 선정(禪定)에 들어 꿈쩍도 않고 앉아 있었다.

왕은 부처님의 앞으로 조심스럽게 나가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어, 저는 한 나라의 왕으로 많은 백성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다스리는 백성뿐만 아니라, 제 명령에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저의 군대도 어느 한순간 이처럼 조용히 있게 할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이렇게 사람들을 조용하게 하실 수 있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것은 왕께서 백성들의 겉모습만을 다스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겉모습보다는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인간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그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는 것입니다.”

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누구를 다스린다는 것이 권력만으로 통하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블랙리스트로 야기된 자기검열부터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는 비정상에 침묵했었다. 그러나 참고 참았던 시민의 마음이 마침내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발현되어 암울했던 정권을 바꾸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뭔가 막막하고 암담해 보이기만 했던 세상살이가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광장의 촛불과 함께 격동적으로 바뀌었다.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는가 싶더니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는데,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꿈같은 현실이다. 덕분에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지 3주도 채 지나지 않은 오늘도 세상이 바뀌었음을 실감하는 하루하루를 맞고 있다. 사실 세상이 크게 바뀐 것이 아니었는데 지난 9년여 동안 우리가 너무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기만당해 왔기에 모든 것들이 낯설고 신기해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접하는 어이없는 뉴스에 참으로 기가 막히기만 하다. 대부분의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무효를 외친 대학생에게 벌금형, 세월호 추모 침묵 행진을 주도한 대학생에게 집시법 위반 유죄, 동성애 군인 색출을 지시한 육참총장과 동성과 성관계를 갖은 장교에 대한 유죄, 선거법 위반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형 포기, 아직도 이 땅에 해결해야 할 일이 무척 많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상기시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선거에서는 이념적 색깔론이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부재함에도 첩보작전 벌이듯 야밤에 밀어붙였던 사드(THAAD) 배치는 수구세력들의 집요함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수도권 방위가 불가능한 방어무기로 한국만을 위한 무기체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혹세무민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세력들의 의도가 궁금하다. 그나마 사드 리베이트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하니 잘 지켜볼 일이다.

망나니 같은 언행으로 악명 높은 미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한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한반도의 문제는 남과 북이 당사자로서 풀어야 할 것이다. 2010년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5.24조치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새 정부에서 밝힌 것처럼 민간교류부터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기아에 고통 받는 북한주민을 위해 남한의 남는 쌀을 보내자는 호소에도 꿈쩍 않아 절망했던 기억이 새롭다. UN의 북한제재라는 어려운 현실이지만 당사자인 우리는 다른 나라를 설득하여 주도적으로 북한과 대화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차별과 폭력으로 국민을 영원히 침묵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것은 국민의 겉모습만을 다스리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비상식이 정상화되어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너무 앞서가지 말고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민간교류도 병행하여 긴장을 풀어야 한다. 그것이 대부분의 국민의 마음에 품고 있는 이 땅의 평화를 이뤄내는 길이다.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고, 개성과 금강산을 관광하며, 기차를 타고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유럽까지 가보고 싶은 우리의 꿈이 속히 실현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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