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이하 기아차지부) 김성락 지부장은 지난 55-02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안건 10번 ‘2심 결과에 따른 사내하청 정규직화 건’을 토론하던 중 수정동의안 “1단사 1노조 대한 총회를 진행한다”를 결정했다.

그리고 4월 27일(목)~28(금)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리하는 조합원 총회를 진행한다. 현장은 대단히 혼란스럽다. 더욱이 17년 임금인상 투쟁을 목전에 두고 예상치 못한 총회 이후 현장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을지 의문스럽다.

기아차지부는 2007년 금속노조 1단사 1노조 조직방침에 의거하여 규약 및 규칙을 개정하고 조합원 직가입 사업을 통해 기아차지부의 사내하청분회로 조직이 변경됐다.

조직이 통합되고 10년이 됐다. 지난 10년간 정규직 조합원과 비정규직 조합원간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노력의 시간도 있었다. 또한 1단사 1노조는 전국적 모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08년 이후 금속노조 270개 노조 중 70개 노조가 규약을 변경하고 규칙을 변경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동일자본을 상대로 공동투쟁을 만들어가는 계기도 만들었다.

그러나 기아차지부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의 갈등의 간극은 좁혀지는 것이 아니라, 멀어지는 기간이기도 했다.

1단사 1노조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모범이 됐던 기아차지부에 지난 10년 동안 도대체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제대로 된 토론과 평가도 없이, 감정에 의거한 총회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일까? 진정으로 기아차지부가 ‘1사 1노조’에 관한 문제점과 단일노조의 한계에 대해서 진진하게 고민하고 노동조합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지난 2월에 진행됐던 55-01차 대의원대회에서 토론을 통해 진행했어야 했다. 55-01차 임시대의원대회는 말 그대로 노동조합 발전 전망을 세우고 규약과 규칙을 제·개정하기 위한 임시대의원대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진행하는 총회는 졸속적으로 강행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기아자동차 내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단일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었지만 갈등이 증폭되거나 심각하게 된 것은 매년마다 진행된 임·단협의 이중적 교섭형태에서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즉 단일조직이라고 하지만 임금과 단체협약이 다르고, 기존 사내하청지회의 조직을 현상 유지하는 데만 급급했다.

초기 과도기에는 이 조직구도가 필요하지만 완성단계에서는 분회가 아닌 지회 조직도에서 사내하청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조직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부와 분회는 10년간 그 어떤 사업도 진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임·단협 마무리 시점에 책임전가를 사내하청분회에 떠넘기기 바빴다.

‘누구 때문에 교섭이 마무리가 안 된다’ ‘우리도 수십 년 투쟁해서 따온 성과인데 재네는 한 번에 다가져 가려 하는 것 아닌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 등 분노와 갈등만 키워온 것이 아닌가? 이는 사내하청분회의 잘못만이 아닌 지부의 무책임성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사내하청분회의 요구가 과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감정이 폭발한 것도 있겠지만 이보다 우선하는 것은 자본과 사측이 갈라놓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대립구도를 탈피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자본과 사측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대립구도를 계속적으로 재생산하고 증폭시켜 어느 때는 비정규직을 향하여, 어느 때는 정규직을 향하여 자신들의 이해득실에 맞게 숨은 발톱을 드러내고 노동자들의 목줄을 쪼여오고 있다.

이는 한층 더 노골적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그것은 생산직과 판매직에 대한 사측의 지배와 통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에서 엿볼 수 있다.

기아차지부 내에 전직 위원장 및 지부장이 성명서를 통해 총회 중단과 함께 총회 진행시 반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활동가 조직이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는 사내하청분회의 분리총회에서 찬성과 반대를 넘어 촘촘히 다가오는 자본과 사측의 전략과 전술에 대응하고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총회 중단 요구와 총회시 반대를 하자고 조합원들에게 호소하는 것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대의명제를 확인하려는 것도 아니고, 전국 최초 단일조직의 긍정평가에 악영향을 줄까 조바심 나서도 아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내 일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충정의 마음일 게다.

기아차지부는 수많은 활동가 조직과 활동가들이 분회 분리총회 강행에 우려와 부결운동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진진하게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기아차지부는 단순히 김성락 집행부 것이 아니라, 조합원과 함께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보금자리이다.

약자에게(분회) 강하고 강자에게(사측) 약한 노동조합이 아니라, 강자에게(사측) 강하고 약자에게(분회) 약한 노동조합으로 거듭 태어나길 조합원의 한사람으로서 바란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전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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