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지난 4개월 대한민국 민중은, 겨울 땅속의 씨앗이 바위틈을 비집고 싹을 띄우기 위해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고 새 생명의 봄을 쟁취하는 것처럼,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후퇴하는 민주주의와 비열한 권력에 맞서 투쟁했다.

봄이 왔다. 아니 대한민국 민중이 봄을 불러 세운 것이다. 그리고 지난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8인의 재판관들에 의해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파면됐다. 이는 매주 진행된 광장의 촛불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 촛불은 절대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는 혁명을 만들어낸 것이다.

대한민국 민중의 바다에 새로운 봄이 시작됐다. 봄은 ‘희망’이다. 4개월 동안 광장에서 좌절하지 않고 추위와 싸우며 꿋꿋하게 지키고자 했던 것은 ‘희망’이었다. 지금보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해, 기성세대보다는 미래세대를 위해, 모두가 하나가 되고자 했다. 하나가 되어 하나의 힘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봄을 이야기 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목소리 높여 외쳤던 것은 단순히 ‘박근혜 퇴진’만이 아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에 쌓이고 쌓인 폐단을 청산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야 새로운 민주주의, 공정사회로 갈수 있기 때문이다.

가야 할 길이 멀다. 대한민국은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하나의 산을 넘은 것이다. 대통령이 파면되었다고 세상이 바뀐 양 기뻐하고 좋아하기는 이르다. 탐욕스런 저들은 교활하게 자기 자신을 숨기고 색깔을 바꾸고 호시탐탐 부활을 꿈꿀 것이다.

우린 옛 역사에서 목도했다. 4.19혁명은 5.16군사쿠데타로 뒤집어지고, 80년 봄은 5.18 광주를 피로 물들였다. 그리고 87년 6월 항쟁의 결실은 보수당이 가져갔다. 저들은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바라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언제든 뒤집으려 할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은 대통령 박근혜였다. 대통령 파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장 구속하여 엄중히 수사하고 죄 값에 맞게 처벌해야 한다. 또한 정경유착의 꼬리를 자르고, 자주의 나라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봄이고 ‘희망’이다.

대한민국 민중은 이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기나긴 4개월 동안 광장의 촛불을 지켰던 모든 이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드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광장의 촛불은 멈출 것이다. 그러나 그 멈춤은 새로움을 향한 멈춤이다. 언제든 국가가, 권력이 국민을 배신하고 독단적 행태를 취한다면 촛불은 거대한 파도의 출렁거림과 같이 광장을 다시 메울 것이다.

이제 광장의 촛불은 우리가 가슴속에 간직해야 할 그리고 미래세대가 기억해야 할 역사가 될 것이다. 이 광장의 촛불로 우리의 미래가 조금 더 안전하고, 조금 더 삶이 풍요해지고, 조금 더 행복해지고, 조금 더 공정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광장의 촛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빛으로 우리들 가슴에서 빛날 것이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전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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