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 없이 투명하게 보상하라!”

▲ 묵념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가운데가 고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씨. ⓒ뉴스Q 장명구 기자

“10년의 외침, 500일의 기다림!” ‘故 황유미 10주기 및 삼성전자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집중행동’이 3일 시작됐다. 추모행동은 고 황유미 씨의 10주기 기일인 6일까지 이어진다.

황유미 씨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3년 10월에 입사, 반도체 세정 등의 일을 하다가 1년 8개월 만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2007년 3월 6일, 23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삼성 반도체/LCD부문에서 230명이 넘는 노동자가 백혈병, 뇌종양 등에 걸렸다. 그 중 79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반올림과 추모행동 참가자 일동은 3일 오전 수원시 매탄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추모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근혜 퇴진 수원시민행동 황인성 공동상임대표, 반올림 이종란 상임활동가, 민주노총 경기본부 양경수 본부장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함께했다.

추모행동 참가자 일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삼성은 공개 사과하고, 배제 없이 투명하게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 일동은 “삼성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약속한 사회적 대화를 깨고, 따르겠다던 조정위원회 권고안도 무시했다”며 “그렇게 시작한 반올림 농성으로 거리에 선 피해자들을 500일 넘게 외면하고, 한편으로는 언론을 통해 삼성직업병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거짓을 유포했다”고 비판했다.

참가자 일동은 삼성에 △반올림과 대화에 나설 것 △진정성 있는 사과 △투명하고 배제 없는 보상 △약속한 재발방지 대책 이행 등을 거듭 촉구했다.

▲ 추모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 ⓒ뉴스Q 장명구 기자

황인성 공동상임대표는 여는 발언에서 “세계 굴지의 기업 삼성은 같은 식구인 노동자들의 정당한 주장을 억누르고 진실을 밝히려고 한 노력을 은폐했다”며 분노했다.

황 공동상임대표는 이어 “삼성은 진정 반성하는 모습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 한다”며 “반올림이 10년 동안 외친 주장을 흔쾌히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본부장은 “노동자가 아프고 다치지 않게, 건강하게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연히 회사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그런데 삼성은 책임지지 않았다. 일류기업, 글로벌기업이라고 하는 삼성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탄압하고 죽이는 데 일류였다”고 질타했다.

이종란 상임활동가는 “지난 10년간 삼성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직업병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몇 푼의 개별 위로금으로 산재를 은폐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황상기 씨는 딸이 죽고 나서 ‘반도체 공정에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했다가, ‘화학약품은 사용하나 안전하다’ 했다가, ‘화학약품은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 했다가, ‘개인 질병이라 삼성과 관련이 없다’ 하는 등 수없이 삼성이 거짓말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이 말하고 있다”고 했다.

황 씨는 “1~2명이 죽었다면 개인 질병이지만 200명이 넘게 질병에 걸렸다. 79명이 죽었다”며 “이건희, 이재용 집단에 의해 저질러진 집단적 살해다. 집단적 살인을 당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오후 추모행동 참가자 일동은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팔달문을 거쳐 수원역까지 방진복을 입고 사망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거리행진을 했다. 저녁 수원역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한편 4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부산 삼성생명(범내골) 앞에서 추모행동을 연다.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에 삼성 직업병 해결 촉구 1만인 서명을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6일 저녁 강남역 8번 출구 삼성본관 앞에서 추모문화제 및 방진복 추모행진을 개최할 예정이다.

▲ 추모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 ⓒ뉴스Q 장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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