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민주노총은 지난 2월 7일 오후 2시 서울 등촌동 KBS스포츠월드에서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선거연합정당 건설과 민중단일후보 관련하여 ‘정치전략안’을 심의했다.

이와 관련하여 수정안 5개가 발의되었으나 원안과 함께 모두 부결되었다. 또한 안건이 부결된 이후에는 정족수 미달로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심의 등 중요안건을 다루지 못하고 휴회 되었다.

민주노총 탄생 이후 사업계획과 예산심의도 하지 못하고 휴회된 것은 민주노총이 결성된 이후 처음일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특히나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케이트가 전국을 휘감고 있는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정세 속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정기대의원 대회의 파행을 지켜보는 조합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민주노총 정기대의원 대회의 핵심은 ‘정치전략안’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고 억압했던 박근혜 정권과 그 일당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진보정치를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대의원대회 파행은 출발선에서 스텝이 꼬여 출발도 하기 전에 넘어진 꼴이 되었다.

민주노총의 임무와 역할은 단순히 70만 조합원만을 위한 데에 있지 않다. 이 땅 노동자들과 민중들을 대변하는 데에 있다.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민주노총은 강령과 규약에서도 임무와 역할을 ‘노동자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 향상과 전체 국민의 삶을 질을 개선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통일조국 민주사회 건설 실현’이라고 밝혔다.

1997년 민주노총은 권영길 위원장(국민승리 21)을 대통령 후보에 출마시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꾀하며 노동자가 스스로 이 땅의 주인임을 천명하였다. 그로부터 3년 뒤 민주노동당이 건설되고 국회의원 10명을 탄생시켰다. “나에게 국회의원 친구 1명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전 말하였던 전태일 노동열사는 노동자 국회의원 10명 배출 소식에 지하에서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아마도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은 그때 잠도 제대로 청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도 기쁘고 좋아서.

그것도 잠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분열.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2012년 더 큰 진보정당으로 통합하였다. 대한민국 정치사상 진보정당으로 국회의원 13석 확보와 원내 3당 지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기쁨을 만끽하지도 못했다. 당내 국회의원 경선 과정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경선불복과 분열로 돌이킬 수 없는 아픈 상처를 남겼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철회하였다. 그리고 진보정당은 수 개로 나뉘어졌다.

2017년 올해는 민주노총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선언하고 힘차게 전진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1956년 조봉암 선생을 중심으로 창당된 진보당 이후 진보정당의 맥을 이은 민주노동당을 건설할 수 있는 정치적 씨앗을 뿌린 것이 1997년이기 때문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민주노총은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이번에는 20년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내외적 환경이 다르다. 우선 민주노총 내 간부 및 현장 활동가들은 보수야당을 포함하여 진보정당에 몸담고 활동을 하고 있다. 20년 전에 없었던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자 내에 또 다른 노동자들이 있다. 믿고 의지했던 진보정당의 분열을 본 현장 조합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치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분열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결이 되었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정치 지도력이 바닥인데 누구보고 함께하자고 말할 것인가? 간절함도 절박함도 없다. 봉사하고 헌신하는 간부는 사라진 지 오래다. 내 옆에서 누가 일하는지 관심조차 없다. 이번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는 한마디로 말하면 ‘민주노총의 총체적 난국’이다.

앞으로 민주노총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단순히 대의원대회에서 ‘정치전략안’이 부결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내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올바른 방향을 조합원들에게 제시하고 함께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당장 촛불정국으로 만들어낸 대통령 선거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누구에게 계급적 투표를 할 것인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기 대의원대회 파행의 혼란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민주노총을 둘러싼 대내외 정세 속에서 민주노총의 총체적 난국의 해결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의미, 결성 과정, 임무와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진정으로 조합원에게 다가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번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가 혼란의 시작이 아니라 새로운 민주노총으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전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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