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아줌마의 평양 이야기’ 강연-7

‘평양 아줌마의 평양 이야기’ 강연이 지난 1월 17일 저녁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6.15수원본부, 민족문제연구소 수원지부, 통일나눔이 공동 주최했다. 북 이탈주민으로 남에 오자마자 고향으로 송환을 요구 중인 평양주민 김련희 씨가 강사로 나섰다. 김 씨는 북에서 42년 동안 살았고 2011년부터 6년째 남에서 살고 있다. 북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남 사람들의 북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바로잡아 주었다. 일단 이야기가 정말 재밌고 한편으로 신기하기까지 했다. 단 한 편의 기사로 작성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강연 내용을 정리해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하나의 민족, 한 형제인 북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 강연을 하고 있는 ‘평양 아줌마’ 김련희 씨. ⓒ뉴스Q

‘평양 아줌마’ 김련희 씨는 남쪽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남쪽 분들이 북에 대해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게 남쪽에서 나오는 뉴스나 ‘이제 만나러 갑니다’ 같은 탈북자들이 나오는 프로그램 밖에 없잖아요. ‘이제 만나러 갑니다’ 나오는 탈북자들은 한 달에 200만원 월급을 받아요. 매주 일요일마다 하니 한 달에 4번 합니다. 한 번 출연해서 2회 출연분을 같이 받는대요. 한 달에 두 번만 출연해도 200만원을 받는 겁니다. 여기 공무원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틀 출근하고 200만원 받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그런 자리를 어떻게 뺏길 수 있습니까? 그 자리 안 뺏겨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그 자리를 지키려면 좀더 이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한 말들을 골라서 해야 되는 거예요.”

“어떤 스님이 그럽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 좀 많이 보신 것 같아요. 어떤 탈북자가 중국에 나갔다가 북에 들어왔는데 3번이나 조사를 받았대요. 3번째 조사 때는 하루 종일 경찰서에 앉혀 놨다가 새까만 밤에 집에 보냈다는 거죠. 그래서 옆에 앉아 있던 아나운서가 왜 밝은 대낮에 집에 보내지 새까만 밤에 집에 보내냐고 물은 거죠. 그러니까 그 탈북자가 ‘낮에 가게 되면 이웃사람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까 봐 남들이 안 보는 새까만 밤에 보내줬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그 스님은 ‘북은 완전 인권 불모지라고, 그렇게 인권이 없다는데 어떻게 이웃사람들의 시선까지 배려해주는 그런 인권이 어디 있냐!’ 이상했다는 거죠. 그래서 다음 시간에 다시 보겠다고 해서 다음 주에 또 봤는데 그 탈북자가 안 나오더래요. 탈북자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쫓겨나는 거예요. 사람들이 말할 때 항상 자기 몸에, 체질에 박혀있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잖아요. 자기도 모르게 툭하고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 자리에서 잘리는 거예요.”

“제가 아는 한 탈북자는 남쪽에 온 지 13년 됐어요. 지금도 여권이 안 나옵니다. 13년 동안 여권이 안 나온 게 아니라 지난 5년 전부턴가 안 나온 거예요. 이분이 블로그, 카페에 ‘북의 고난의 행군 때 정말 살기 힘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다. 우리 공장에서도 공장 간부들이 도시락을 싸와서는 자기가 안 먹고 노동자나 노동자가 데리고 온 자식들한테 다 양보하고 자기는 굶었다. 그래서 공장들에서는 노동자들보다 간부들이 더 많이 굶어죽었다. 고난의 행군 때는 많은 사람들이 죽고 했지만 참 인간 같은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었다’ 이런 말을 썼어요. 이 사람 어디 갔을까요? 감옥에 가야죠! 북 찬양고무죄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8개월 동안 감옥살이 하고 나와서, 지금은 여권도 안 나온다는 거예요. 또 찬양하고 할까 봐.”

“이렇게 탈북자들은 자기가 북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말했을 뿐인데 그게 찬양이 되는 거예요. 절대 남쪽에서 원하지 않는 말을 하면 안 됩니다. 거짓말이든 사기든 여기서 원하는 말만 꼭 해야 됩니다. 그래야 살갑게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할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사람은 회사 뺏기고 감옥살이 가야 됩니다. 탈북자들이 아무리 고향에 가고 싶고 아무리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할 수 없고 나설 수 없는 게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공포심, 무서움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분이 정말 엄청나게 고향에 가고파 하거든요. 고향이 그립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제가 그분한테 그랬어요. ‘그러지 말고 나하고 같이 가자. 나하고 통일운동 하자.’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그 전에는 조금 담이 있었는데 한번 감옥 갔다오니 찌그러져서 지금 아무런 생각도 안 듭니다. 무서워요. 제 뒤에는 항상 경찰이 따라다니고, 회사에 가서 보고, 이틀에 한 번씩 전화가 오고, 무서워서 저는 절대 못합니다’ 그러더라고요. 완전 죽었어요. 이게 현재 탈북자들의 상황입니다. 그래서 정말 하루빨리 이런 문제를 사람들이 좀 알아야 된다는 겁니다.”

“목사님들한테는 정말 죄송하지만 탈북 브로커라는 사람 절반은 목사님이에요. 목사님이 주로 그런 일을 많이 하시니까. 이게 물론 인권을 내걸고 있지만 하나의 사업입니다. 직업인 거죠. 한 사람 탈북시키면 300만원 받아요. 사람에 따라서 30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받습니다. 진짜 탈북자들 인권을 위해서, 그 사람 생계를 위해 데려온다고 말하지만 실지는 분단 속에서 희생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거예요. 정말 가슴 아픈 부분입니다.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고 탈북자 인권을 제대로 좀 봐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 씨는 남쪽에서 자신을 북쪽으로 보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통일부에서 그럽니다. 당신을 보내게 되면 북에서 정치적으로 체제선전에 쓸까 봐 못 보낸다고. 둘째는 현재 남쪽에 탈북자 2만7천명이 있는데, 당신 보내고 나서 서로 가겠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 막겠냐는 거예요.

첫째, 체제선전에 쓰인다? 남쪽에선 수많은 탈북자들을 ‘이제 만나러 갑니다’나 유엔 무대까지 데려가서 체제선전에 씁니다. 10년도 넘었어요. 근데 북이 없어졌어요? 눈썹 하나 까닥 안 합니다. 남쪽에서 그렇게 많은 탈북자들을 체제선전에 썼는데, 북에서 나 하나 체제선전에 쓴다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흔들릴 수 있는 지푸라기 같은 정권이었어요? 너무나 부끄러운 말 같습니다. 나 하나 때문에 흔들릴 수 있는 국가라면 뭔 정체성이 있나요!

나하나 보내면 다른 탈북자들도 다 가겠다고 한다? 그럼 이 정부 자체가 다른 많은 탈북자들이 북에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를 못 보냅니다.”

김 씨는 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털어놨다.

“모든 국민들이, 사람들이 ‘통일’ ‘통일’ 많이 하잖아요. 통일이 뭘까 생각할 적에, 출신은 한 부모의 자식이지만 다 갈라져 살아 너무나 다릅니다. 생활도 옷도 말들도 달라지고 있어요. 이 다르다는 게 불편하지 않을 때, ‘넌 사탕 먹고 난 과자 먹네!’ 이렇게 불편하지 않을 때, 이런 게 정말 통일이라고 생각하구요. 그런 길로 가려면 분단이라는 강에 8천만 동포들이 하나씩만 돌을 던지면 그 분단의 강이 메꿔져서 통일교가 생기지 않을까! 8천만 모든 국민들 한 명 한 명이 다 같이 강을 메꿀 때 통일은 온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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