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근혜 퇴진 경기운동본부 이종철 공동상임대표

▲ 지난 18일 박근혜 퇴진 경기운동본부가 주최한 ‘박근혜 즉각 퇴진! 헌재는 즉각 탄핵! 송년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종철 공동상임대표. ⓒ뉴스Q 장명구 기자

“촛불을 여기서 멈춰선 안 됩니다!”

박근혜 퇴진 경기운동본부 공동상임대표 이종철 목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적폐를 청산하는 법적, 제도적 변화를, 국민들이 명확히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이뤄질 때까지 광장의 촛불은 계속 돼야 한다”고 했다

30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갈릴리교회에서 이 상임대표를 만났다. 촛불이 연일 타오르고 있다. 이미 200만을 넘어선 지 오래다. 연인원으로 따지면 1,000만의 촛불바다가 요동쳤다.

그런데 200만 촛불에도 변화는 별로 없는 거 같은데? 언제까지 촛불을 들어야하지? 이제 사람들은 ‘촛불 이후’를, ‘촛불의 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016년이 저물고 2017년 새해도 다가오고 있다. 이 상임대표와의 인터뷰는 그래서 이뤄졌다.

- 요즘 무척 바쁘실 텐데, 근황은 좀 어떤가?

박근혜 퇴진 경기운동본부 활동으로 바쁘기도 하지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도 맡고 있어서 굉장히 바쁘다. 2월 말쯤 전민족대회를 개최하려고 준비 중이다. 회의도 너무 많고 기자회견이나 시위에도 참여해야 한다.

요즘은 또 크리스마스여서 교회에서도 바쁠 때다. 피곤이 누적돼 있는 느낌이다. 토요일 광화문광장 촛불에 참여하고 나면 다음날도 주일이라 전혀 쉬지 못한다. 그 다음날인 월요인은 보통 회의가 많이 잡혀 있다. 계속 겹치고 반복되니 누적되면서 피로감을 강하게 느낀다.

전국민적으로 그럴 것이다. 광화문광장 촛불에 올라갔다오면 다 피곤하다고 한다. 추운 겨울 광장에서 몇 시간씩 있는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 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 후에도 촛불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박근혜-최순실 만이 아니라 그 주변 부역자들에 의해 헌정질서가 완전히 무너졌다. 그런데 그 누구 하나 책임지려고 하는 자가 없다. 잘못한 자도 없다. 그런 것이 분노한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너무 뻔뻔스러움에, 너무 후안무치함에 말이다.

박근혜도 국민의 뜻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촛불을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지금까지 쌓여온 적폐, 부패함, 불의함, 이런 것들을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적폐를 청산하는 법적, 제도적 변화를, 국민들이 명확히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이뤄질 때까지 광장의 촛불은 계속 돼야 한다. 그리고 계속 될 것이다.

-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박근혜 퇴진을 얘기한다.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그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박근혜를 욕하지만 어떻든 절반 이상의 국민이 선택한 거 아닌가? 선택한 국민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자신이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지, 그 시행착오에 대해, 자기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아픔을 느껴야지만 다음에 지도자를 선택할 때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다.

국민주권을 올바로 행사하는 것은 투표로부터 시작한다. 지도자를 분별하지 못하고 속아서 잘못 선택하는 것 자체도 국민의 큰 책임이다.

- 벌써부터 벚꽃 대선 얘기가 나온다.

국정공백이 지속되면 어쨌든 정치, 경제, 외교, 모든 문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될 수만 있다면 헌법재판소에서 빨리 1월 안에 결정을 내려서 4월, 5월 안에 정권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올바른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그만큼 국가적으로, 국민에게도 좋은 것이다.

- 내일(31일) 제10차 ‘송박영신’ 범국민촛불이 타오른다. 연일 촛불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별로 변하는 것은 없는 듯하다.

박근혜-최순실 구속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 밑에 어마어마한 것이 있다. 남북분단을 이용해서 불의한, 악한 권력을 취하고 있는 자들이 있다. 그것을 비판하면 자기들의 정적으로 생각해 ‘빨갱이’ ‘종북’으로 몰아붙인다. 기득권세력만이 아니라 그들을 지지하는 수구 꼴통들이 많다. 남한의 50%, 그 이상이라고 할 정도다.

남북분단을 악용하는 세력들, 그들이 그것 자체를 악용하지 못할 정도로 한반도 정세가 바뀌어야 한다. 남북 교류와 대화, 협력이 넓혀지고 군사적 적대가 없어져야 한다. 한민족으로서 평화통일을 이루지 않는 한, 그것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수구 기득권세력들의 뿌리를 뽑기는 어렵지 않을까? 계속 악용하려는 자들이 또 나타나서 또 속일 것이다.

- 그래도 이번에는 보수적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경상도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그렇다. 이번 촛불혁명은 예외적인 게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TK지역들에서도, 부산까지 포함해서 변화가 일고 있다. 그것 자체가 희망적이다. 수구세력들이 발판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우리나라로서는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다. 남북통일은 더욱 한발짝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 그러고보니 조중동 등 언론들이 촛불광장에 ‘이석기 석방’ 구호나 ‘통합진보당’ 얘기가 등장하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냉전 이데올로기적인 싸움은 세계적으로 무너졌다. 한반도에서만 아직도 살아 있어서 통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기들에게 비판적인 세력이나 정당을 완전히 빨갱이로 낙인 찍어서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가두고 억압하는 것이다. 지금가지 독재권력을 유지해온 가장 악한 방식이다.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까지도 유린하는, 민주주의 기본질서마저 무너뜨리는 뿌리는 바로 거기에 있다. 한국에서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 수 없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사건은 그것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 대중들의 의식은 거기까지 보편적으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기득권세력의 지배가 오랫동안 돼 왔기 때문이다. 분단 이데올로기가 국민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석기나 통합진보당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 자체를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것처럼 몰아가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촛불이 남북분단을 악용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악한 자들을 몰아지 않고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그 문제에서만큼은 야당들도 해결하려고 하는 적극적 태도보다는 소극적 태도이다. 수구 보수주의자들이 절반이라는 것을, 표를 의식하면서 자꾸 그 문제를 회피하려고 한다.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인데 해결하려는 태도보다 피하려고 하고, 덮으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

촛불혁명이 거기까지, 그 뿌리까지 제거해야 한다. 잘못된 국민의식을 바꾸는 데까지 가야 만 이 나라가 희망이 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불의한, 불평등한, 부정한 모든 것들을 낳는 것이 거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가장 빠른 것은 느슨한 연방제로라도 통일을 해서, 궁극적으로는 이 민족이 통일되는 것만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광장에서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어느 누구 하나라도 무시당하거나 배제되거나 제외되거나 하면, 그것은 민주주의 정신에서도 벗어나는 것이다.

세월호, 백남기, 노동자, 문화인 등등 어떤 세력도 소외되지 않고 외칠 수 있는 게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광장일 것이다.

▲ 지난 18일 박근혜 퇴진 경기운동본부가 주최한 ‘박근혜 즉각 퇴진! 헌재는 즉각 탄핵! 송년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종철 공동상임대표. ⓒ뉴스Q 장명구 기자

- 이제 시작이라고들 한다. 촛불의 끝은 어디여야 한다고 보나?

사실은 어떻게 보면 속이는 자도 중요하지만 속아 넘어가는 자는 더 나쁘다. 속아 넘어가는 국민도 더 문제다.

우리나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언제든지 돈이나 권력으로 인해 자기의 양심과 영혼까지 팔아버리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에 불의함과 악함이, 악한 일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그 어떠한 유혹에도 자기 양심과 영혼을 지키는 것이 촛불이라고 생각한다. 촛불이 그런 것이라고 할 때 절대로 꺼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양심과 영혼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의해 계속돼야 하지 않을까?

촛불혁명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가정을, 일터를, 사회를, 국가를 변화시키는 큰 힘이 돼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는,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이 높아지지 않으면, 국민들이 주인의식을 회복하지 않으면, 그 만큼에서만 머무르게 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그런 변화들이 이뤄지지 않는 한 촛불혁명은 완성됐다고,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 한 외신에서 200만이 촛불을 들어도 왜 한국사회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가에 대해 분석한 적이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것으로만 해도 박근혜는 물러나야 한다. 사실은 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데 그쳤고 실질적 민주주의 국가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결국 일제에 부역하고 독재권력에 부역한 세력들이 하나도 청산 안 된 것이다. 이름만 바꾸고 겉모습만 바꿔서, 약간 움치러드는 듯하다가 또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들이 법적이든 어떤 식으로든 한 번도 처벌된 적이 없다.

전두환, 노태우도 그 정도면 사형시켜야 했다. 즉시 전 재산을 몰수했어야 했다. 떵떵거리고 골프나 치고 다니고 잘 살았지 않나?

이번에는 법적으로도 불의한, 부당한 부를 형성한 것에 대해 철저히 국가가 몰수해야 한다고 본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만큼 돈은 중요하다. 불의한 방법으로 모은 돈, 불의한 권력을 행사해 취한 이득은 모두 철저하게 몰수해야 한다. 지난 4년 동안 이런 짓을 해놓고도 내각에서 책임지고 사퇴하는 놈 하나 없다.

부당한 권력에 대해 끝까지 저항할 수 있는 국민의 힘을 키워야 한다. 더 바라지도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로서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라도 통하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촛불혁명을 박근혜-최순실을 내쫓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식을 깨우고 정치의식을 높이는, 그런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진전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희망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 악한 정치권력, 악한 재벌, 악한 언론, 이게 모두 한통속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기득권이 얼마나 강한가? 그것을 깨고 무너뜨리는 게 이런 정도로 된다고 생각하면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그것이 친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얼마나 깊은가? 청산하지 못하고 계속 쌓여온 적폐가 우리나라는 너무도 깊고 넓다. 거악의 뿌리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을 제거하는 고통, 아픔이 처음에는 굉장히 클 것이다. 혼돈, 혼란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아픔의 과정 없이는 완전히 뿌리 뽑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까지 가기에는 멀지 않았나 생각한다.

- 조중동 등 언론들은 벌써 ‘평화촛불’이니 ‘순수촛불’이니 하며, 촛불을 그 어떤 프레임에 가두려고 한다.

자기들의 실질적 기득권에는 침범하지 못하도록, 건드리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거기에 속지 말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일보다. 수구세력을 지탱해오고 그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

조선일보가 마치 지금은 완전히 변한 것처럼 보이는데,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조선일보가 변화하려고 한다면 지금까지 가져온, 그 이름마저도 버려야 한다. 그 이름으로 저질러온 모든 것, 재산도 국가로 환원시키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무튼 일제에 부역한 경찰, 검찰, 교육계, 정치인까지 포함해 청산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 지금 여기까지 온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 청산했어야 했다.

청산하지 못하고 덮고 가면 해결된 듯 생각하는데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언제든 그 악함은 삐져나온다. 그게 죄의 속성이고 악의 속성이다. 덮는 것으론 해결 안 된다.

이번에 뿌리 뽑아야 한다. 권력 적폐, 재벌 적폐, 언론 적폐,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법, 제도를 바꿔가는 것은 물론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 감옥에 가둬야 한다. 적폐 청산에 단호해야 한다.

조선일보 등 수구세력들은 얼마든지 제2, 제3의 박근혜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거의 혁명에 가까운 것이 있지 않으면 뿌리 뽑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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