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하.

고향쪽인 경남 진주에선 소싸움이 지역명물로 알려져왔다. 직접 보면 큰 재미는 없다. 소가 이빨이나 발톱이 있는 것도 아니라 지루한 공방전으로 늘어지기 일쑤다.

개싸움이나 닭싸움은 조금 더 역동적이다. 선혈이 튀고 쉽게 죽기 때문에 더 자극적이다. 하지만 무슨 의미인가. 개나 소나 당사자들이 그 싸움으로 얻는 이익은 없다. 그리고, 인간 사회 역시 다를 바 없다.

자본주의가 태동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이 농지를 빼앗기고 임노동자로 내몰렸을 때, 대부분은 노동자로 전환되지 못했다. 자본가들과 그들의 국가권력은 이로 인해 생겨난 엄청난 수의 부랑자 집단을 방치했다. 곧 갈등의 본질이 뒤집히고 '없는 사람들'간의 반목과 자본국가연합의 잔인한 조련이 이어졌다.

20세기까지 짧은 생산 전성기에 대다수의 민중들이 노동자가 되었다가, 21세기에 이르러 다시 부랑자 집단의 운용에 포섭되었다. 쓸모에 따라 200년간 임노동자로 살아온 민중들은 다시금 저들의 짐이 되었다.

이 변화아래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온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싸우고, 단기계약직과 초단기계약직이 싸우고, 초단기계약직과 실업자가 서로 등을 돌리게 되었다.

택도 없는 선전과 달리 자본과 정치인들은 그들 입장에서 실업률을 하락시키는 바보짓에 관심이 없다. 20세기에 이미 조직된 노동자들의 반격에 거하게 당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언했다. 느덜끼리 물고 싸우라!

며칠 전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 일명 교육공무직법이 발의도 못되고 좌초되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집단으로 대표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에게 항의를 했다한다. 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오랫동안 교육공무직법의 입법을 갈망하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취업준비자들과 이해가 충돌하는 현실에 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법을 반대한 취업준비자들은 비정규직 투쟁이 점진적으로 이겨나가야 본인들의 노동조건도 향상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길게 볼 때 하향불평등이 그 누구의 이익도 될 수 없음은 명약관화하다.

왜 우리끼리 싸워야하는가.

시장과 제도와 법률을 만든 이들은 노동자들간의 싸움을 위해 잘 닦아놓은 링을 마련해놨다. 이 링은 이제 생존 자체를 위한 모든 것을 다루고 우리는 끝없이 길어진 이 피비린내 나는 토너먼트를 강요당한다. 우리는 결코 이기적인 존재가 아님에도 생존을 위해 같은 처지의 인간을 밟고 살아남아야 하는 미친 게임을 수행하고 있다.

87년에 이어 다시 대항쟁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제는 영문도 모른 채 맞서 싸우던 서로의 얼굴을 닦아주고 이 더러운 투견장을 빠져나올 때가 되었다. 고용을 좌지우지하는 재벌을 공격해야 우리가 살 수 있다. 옆에 서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너와 나의 적이 아니다.   


 

박승하

20살 때부터 살아온 수원과 수원사람들을 사랑한다. 평소엔 상냥하고 잘 웃고 유머를 좋아한다. 하지만 민중들을 깔보고 날뛰는 기득권에겐 들짐승과 같은 야성과 분노로 맞서는 ‘저항하는 청년’이다. 민중연합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현재는 청년노동자 권리찾기 단체 <일하는2030>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우뚝서기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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