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접하다 보면 어느덧 개인의 판단은 갈대처럼 흔들린다. 정보화시대라는 과학기술의 최전성기 앞에 오히려 우리 존재는 작아지고 만사 흐름에 개입할 기회도 적어진다.
본디 난세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고, 저마다 살 궁리를 내지 않으면 격랑에 휩쓸려 사라지고 마는 법. 어떻게 기준을 세워야 내 존재를 지키고 내 신념과 가치를 온전히 보전할 수 있을까?
박근혜 게이트의 혼돈을 보자.
형사 피의자이자 헌법과 민중의 적이 된 대통령에게 내일은 없다. 이것이 인지상정. 하지만 우리 판단을 뒤흔드는 속삭임은 ‘죄는 중허나 대안은 있다’는 유혹에서 시작되어 ‘바람에 몸을 실어 대세를 따르라’는 명령으로 넘어간다.
이럴 때일수록 내 이익을 챙겨보자.
우리들 대부분은 주권국가의 주인이고 정직하게 일해 하루를 벌어먹는 노동자. 내 경우엔 이 땅의 암울한 미래를 공유한 청년이기도 하다.
이 기준에서 내 이익에 반하는 모든 것들을 반대하고 맞서 싸워보자.
박근혜는 주권자인 나를 능멸했으므로 즉각 퇴진되어야 하고, 권력과 작당해 직간접적으로 내 노동력을 등쳐 잇속을 채운 재벌들도 단죄되어야 한다. 또 나라의 주인으로서 칼 같은 수사를 명령한 주인 뜻을 뒤집고 범죄자들을 비호하는 검찰들도 처단되어야 한다.
언론은 또 어떤가? 손에 쥔 정보를 맘껏 주무르며 우리 사고를 마비시키려는 못된 언론들 역시 내 이익을 침해한다. 언론의 제1원칙은 공익성이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정치인들도 있다. 유권자들 없이 존재할 수도 없는 것들이 우리 분노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이 근엄한 분노를 조종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안고, 뒤로 빠져 상황을 저울질하기도 한다. 용서할 수 없다.
이 정도면 얼추 다 됐나? 아니다. 우리가 지켜나갈 기준은 결코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이 폭풍 같은 아수라장 이후의 세상을, 철저하게 우리 이익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 사람만 바뀌고 시스템이 같다면 뭔 의미가 있겠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진보정치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번 저항을 통해 한국 민중들은 한줌도 안 되는 지배세력의 거짓과 탐욕으로 짜인 피라미드가 아닌, 대다수의 정직한 사람들이 주역이 될 수 있는 세상을 갈구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를 실현해 줄 대안정치세력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글쎄. 이는 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저항 민중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특히 얄팍한 정세 인식에 기반해 질시와 반목으로 박근혜 퇴진 국면과 진보정치의 대안 논의에 재를 뿌리는 정치세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지지를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 확신한다.
난세를 사는 법. 모두가 확고한 기준을 세우고 목적을 분명히 해야, 이 겨울을 온전히 버텨낼 수 있다.
박승하
20살 때부터 살아온 수원과 수원사람들을 사랑한다. 평소엔 상냥하고 잘 웃고 유머를 좋아한다. 하지만 민중들을 깔보고 날뛰는 기득권에겐 들짐승과 같은 야성과 분노로 맞서는 ‘저항하는 청년’이다. 민중연합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현재는 청년노동자 권리찾기 단체 <일하는2030>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우뚝서기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