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작년 이맘때 쯤 필자는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이하 경기도본부) 임원선거에 본부장 김원근-사무처장 박덕제 후보조로 출마해 도본부 강화를 위해 열심히 선거운동 중이었다. 그리고 선거 결과 6,400표라는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럼에도 1년이 지난 지금 도본부 사무처장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기아 화성공장 현장에서 근무하며 현장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왜? 상대 후보 측에서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그것을 토대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논의하다가 결정을 짓지 못하였다. 이후 도본부 운영위에 넘겨져 ‘당선을 유보하고 비대위를 구성하여 진상조사 후 재결정’으로 되었다. 이 과정에서 법정공방도 오갔다. 민주노총 중앙의 관장 하에 지난 6월, 선거와 관련해 많은 문제점을 안고서도 ‘선거무효’를 선관위원 9명 중 5명이 투표에 참여해 만장일치로 결정을 하며 일단락됐다.

이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가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월 26일(수) 도본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번 선거에 한해서 대의원 투표로 임원을 선출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30일(수) 대의원 간선제로 새 지도부가 선출될 예정이다.

도본부를 책임지고 10만 조합원을 위한 활동을 하겠다고 임원선거에 출마했던 당사자로서, 임원선거 관련하여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도본부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등을 기준으로 문제의식을 함께하고자 한다.

먼저 대의원 간선으로 진행되는 임원선거에서 조합원들의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 또한 그렇게 당선된 임원은 조합원을 위하여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뽑아준 대의원을 위한 활동을 한다. 이러한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민주노총에서 수년간 노력해서 조합원이 직접선거에 참여하여 위원장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만들었다. 그 첫 임원선거에서 당선된 임원이 한상균 위원장이고, 경기도본부에서는 김원근 본부장 당선자였다.

민주노총 중앙과 도본부의 선거가 처음으로 조합원 직선제로 진행되는 것이어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으며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민주노총은 2014년 12월 임원선거가 진행됐고 도본부의 임원선거는 2015년 12월이었다. 1년의 차이가 있었다. 이 1년의 시기에 민주노총 선거에서 발생하였던 문제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을 도본부 임원선거에 적용하면 되는 것을 그 어떤 것도 적용하거나 시도하지 않았다.

선관위 세칙은 조합원 직접선거에 맞게 수정, 보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의원 간선제에 진행됐던 세칙에 약간의 개정이 있을 뿐이었다. 또한 수많은 조합원은 도본부 임원선거를 조합원이 직접 선출한다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투표인 명부에서 누락되는 사업장도 있는가 하면, 선거공보물이 현장까지 배달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선거운동을 하는 당사자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설프게 진행된 첫 조합원 직선제 임원선거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거운동이 진행됐다. 또한 거의 모든 투표구가 후보 참관인이 없이 노동조합 집행부 및 대의원의 통제와 관리 속에 투표가 진행됐다. 각 후보조가 믿고 신뢰하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는 선거였다.

도본부 선관위의 ‘선거무효’ 결정에 이의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선관위의 행태와 비대위에 문제의식이 있다. 선관위는 ‘선거무효’ 결정을 하고, 이후 도본부 임원선거(재선거)를 어떻게 진행한다는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않고 사임해 버렸다. 원활한 선거 진행과 투표 관리를 책임있게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일 게다. 이른바 셀프 제명이다.

도본부 비대위는 어떠했는가? 선관위를 새로 구성하고, 새롭게 구성된 선관위에서 임원선거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는 현실 조건상 조합원이 직접 참여하는 재선거의 어려움을 피력하며 대의원 간선제로 임원을 선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선관위는 자신들의 고유업무를 방기한 것이다. 비대위는 월권을 자행한 것이며 규약과 세칙을 위반했다. 비상식적인 결정이다. 규약과 세칙이 버젓이 있고 그것은 지키라고 만든 하나의 약속인데 현실에 대한 이러저러한 핑계로 스스로 위반해 버렸다.

하나가 무너지면 열이 무너지는 것이고 열이 무너지면 백이 무너진다. 또한 기본적 잣대가 없어져 매 시기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도본부가 1년여 가까이 혼란과 분란이 계속되었던 것은 잘못된 기준으로 달리 해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각 정파들의 신뢰와 믿음이 없는 것이 한몫 했다. 대의원 간선제에 의한 임원선거(본부장-사무처장) 선출이 지금 당장 내리는 소낙비는 피할 수 있어도 가까운 시기에 또다시 각 정파 간 정쟁이 일어날 것 같은 우려는 나만의 생각일까?

어쨌든 지나온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 하더라도, 11월 30일에 진행되는 도본부 대의원대회에서 진행되는 임원선거는 또 다른 불신이 아니라 새로운 지도부의 시작이어야 한다. 그동안의 분쟁과 오해를 푸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민주노총 중앙과 도본부는 내년 말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임원선거를 앞두고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미비한 규약과 세칙을 개정하고 선거운동과 투표 과정이 투명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도본부 임원선거에서 발생되었던 문제는 한 번으로 끝내고 두 번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파 간 노선과 이념은 다르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주고 넘치면 나눠가며, 하나의 적을 위해 연대하고 투쟁의 길에 함께하기를 바란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전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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