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 때의 일입니다. 아침 일찍 야유회를 떠나시는 마을 주민들께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명함도 드리고 악수를 하는데 유독 한 분께서 야멸차게 제 손을 뿌리쳤습니다.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따로 있더라도 후보자와 악수하는 것마저 거부하는 경우는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분께 이유를 정중하게 여쭸더니 바로 제 가슴에 달려 있는 세월호 노란리본 배지가 마음에 안 드셨다고 합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 가족들을 포함하여 필시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이제는 그만 하자고 소리 높여 비난했습니다.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5개월이 지난 엊그제 9월 2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3차 청문회가 끝났습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밝혀진, 진상의 일 조각들은 여전히 충격적이고 끔찍합니다.

사고 당시 마지막까지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했던 ‘에어포켓’ 상황이 사기 행각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공기주입장치가 세월호 같은 큰 배에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작았고, 그 용도 역시 암석을 깨는데 쓰는 공업용이었다는 겁니다. 일분일초 피 말리는 심정으로 안전한 구조를 기원했던 유가족들과 전 국민들에게 잔인한 희망고문을 한 셈입니다.

정부당국이 유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CCTV 영상저장장치를 인양했다는 사실도 공개되었습니다. CCTV는 배 안의 상황을 알 수 있는 핵심기록인데, 정작 저장장치에는 세월호가 기울기 전까지의 상황만 남아있습니다. 저장장치의 일부분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이정현 홍보수석, 해경과 해군의 주요 관계자들은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이후 7시간 동안 어디에서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전혀 공개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이만큼의 특별조사위원회 활동도 이제 강제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부당국과 새누리당의 집요한 방해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던 시간까지 역산하여, 정부에서 특조위의 활동 시작일을 2015년 1월 1일로 해석하면서, 지난 6월 30일까지 조사활동을 종료하도록 했고, 오는 9월 30일까지 종합보고서 및 백서를 작성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뿐 아니라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한 특조위원들까지 단식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참담한 현실입니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며 호소했던 세월호 유가족들과 ‘성역 없는 진상규명’ 범국민서명에 참여했던 우리 시민들의 요구는 간명합니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 바로 이것뿐입니다. 일부에서 불순한 의도로 계속 퍼뜨리는 ‘배상과 보상’ 논란은 그 이후의 문제일 뿐입니다.

올바르게 진상이 규명되어야 재발방지 대책도 제대로 세울 수 있고, 이는 우리 사회의 모든 아이들, 바로 내 아이들을 위해서도 절실한 일입니다. 다시 또 언제, 금쪽같은 우리 아이들에게 닥칠지도 모를 일을 반드시 막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6년 9월 5일,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872일’째 되는 날입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날로부터 단 하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오늘로 872번째 ‘2014년 4월 16일’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 때 만났던 그분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월호에서 누구보다 벗어나고픈 사람들은 바로 당사자들입니다.” “유가족들이 세월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화성민주포럼 대표
화성희망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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