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정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지난 8월 15일 가족들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광복절’ 우리 민족이 어둠속에서 빛을 되찾았다고 하는 날이었다. 우리 민족을 어둠으로 몰아 억압했던 일본에서 광복절을 보내니 다른 때보다 만감이 교차했다. 특히 오키나와는 류큐국이라는 별도의 국가를 운영하다 메이지 유신 때 일본에 강제 합병되고 2차 세계대전에서는 일본 본토를 지키는 총알받이 역할을 강요받아 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곳이어서, 복잡한 감정들이 오고 갔다.

8월 15일, 일본인들에게는 일본 천황이 세계에 패전을 선언한 날인데 그들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별다른 모습은 없었다. 하나 눈에 들어왔던 건, 일본 방송에서 우리나라 여자 아이돌 가수와 욱일승천기가 나오며, 그 가수가 쓴 것으로 추측되는 자필 사과문을 보도하는 장면이었다. 예전에 안중근 의사에 대해 정확히 몰라 누리꾼과 보수언론으로부터 비난을 샀던 ‘설현’이라는 가수의 사진도 나왔다. 한류라고 표현될 만큼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연예인들이 굴곡 있는 우리 역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유감스러운 일이 있었으니,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이다.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를 언급하며 그가 “하얼빈 감옥”에서 유언을 남겼다고 했다. 청와대가 정정 보도를 내고 루쉰 감옥으로 고치기는 했지만, 이미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에 대해 정확한 정보조차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만천하에 드러난 뒤이다.

경축사에는 이뿐만 아니라,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언급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건국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보여줬다. 친일파 역사학자들의 주장을 배경으로, 뉴라이트 인사들이 추진하는 건국절에 대해 청와대가 같은 입장임을 밝힌 것과 다름없다.

8월 12일 청와대에서 초청한 독립유공자 오찬 모임에서 김영관 전 광복군동지회장(92)은 대통령 앞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건국절 주장에 대해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했음은 역사적으로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일제에 의해 강제합병되고 오키나와처럼 일본의 한 현으로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족의 독립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던 독립 운동가들, 그들을 묵묵히 지지, 지원했던 민중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광복절 경축사에서 드러난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면) 스스로 확인하지도 않고, 광복과 건국의 역사마저 왜곡하려 하고 있으니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 대통령의 아버지가, 만주에서 독립군들을 토벌했던 일본군이었다는 것,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엄정한 평가 없이, 불법적인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통해 당선되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까지 비약적으로 환기시켜주는 광복절 경축사였으니 그야말로 8.15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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